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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장편동화 <냉동 인간 이시후>를 읽고
"총 냉동 기간 40년 2개월 11일.건강한 12살로 돌아온 걸 축하해요,미니 슬롯 머신이시후씨."
불치병에 걸린 12살 시후는 미래에는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바라며 냉동 캡슐에 들어간다.40년 뒤,완치된 채로 깨어난 시후의 눈앞에는 놀라운 세상이 펼쳐진다.평균 수명 140살,먼지 없이 푸르른 하늘,높은 빌딩과 홀로그램 광고판,공원에서 드론을 날리는 아이들,서울 외국인 전용 카지노그야말로 '멋진 신세계'다.장편동화인 <냉동 인간 이시후>(2025년 4월 출간)의 내용이다.
"나는 죽는 게 나았어."
하지만 시후는 곧 깨닫는다.겉으론 눈부신 세상이지만,사설 토토 환전 디시그 이면엔 방사능 오염과 기후 위기로 병든 지구가 있다는 것을.멋진 신세계는 수도권 일부에만 해당하는 말이었다.그리고 그러한 세상보다 시후를 괴롭게 한 건,자신을 살리기 위해 온 가족이 40년 동안 희생했다는 사실이었다.
냉동 수면 회사 '프로즌'의 시장독점으로 냉동 비용은 계속 치솟았다.시후의 냉동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시후의 가족들은 집까지 팔아가며 버는 돈을 족족 프로즌에게 갖다 바쳐야 했다.
시후가 깨어났을 때,할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는 시후를 알아보지 못한다.돈을 벌기 위해 위험한 일을 하다 목숨을 잃은 어머니의 소식에 시후는 죄책감에 시달린다.시후는 아이러니하게도 깨어난 동시에 모든 것을 잃은 셈이다.
가족을 희생하게 한 시후가 미운 건지,어른이 된 남동생 '정후'는 40년 만에 만난 어린 형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해동인'에 대한 차별로 시후는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한다.
"나는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니까.힘들다고 나아가는 걸 포기할 순 없다"
마음 붙일 곳 하나 없는 세상에 내던져진 시후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절망 속에서 시후는 할머니가 남긴 말을 떠올린다."인생에 돌아가는 길은 없어도 나아가는 길은 있다"고.
시후는 그 말을 믿고 나아가기로 다짐한다.냉동 캡슐에 들어가기 전 아픈 자신을 돌봐주던 가족의 사랑을 되뇌며,살아만 있다면 어떻게든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
"꼭 기억해 다오.사랑이 가장 강하다는 걸"
절망적인 상황에서 '가족의 사랑'은 늘 빛이 돼준다.시후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살아있는 것 자체가 가족의 사랑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품 속 '바나나 팬케이크'는 가족의 사랑을 상징한다.시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할머니가 해주던 바나나 팬케이크다.그러나 시후가 잠든 사이,바나나 나무가 감염병으로 멸종해 버렸다.
그런데 시후가 깨어난 뒤 맞이한 첫 번째 생일날,시후는 식탁 위에 놓인 바나나 팬케이크를 보고 깜짝 놀랐다.다시는 먹지 못할 줄 알았던 바나나 팬케이크가 눈앞에 있다는 걸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팬케이크를 준비한 사람은 다름 아닌 동생 정후였다.정후가 형을 위해 10년 전부터 특수 냉동고에 바나나를 얼려 보관해 온 것이다.
앞서 정후가 40년 만에 깨어난 형에게 차갑게 대했던 건,형을 보면 세상을 떠난 엄마가 떠올라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엄마의 죽음은 형 탓이 아님을 알면서도 형을 외면했던 것이다.바나나 팬케이크는 정후가 형을 향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조용한 사과이자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나나는 시후처럼 오래 냉동돼 있다가 따뜻한 팬케이크로 재탄생했다.이러한 점에서 바나나 팬케이크는 멀어진 줄로만 알았던 가족의 사랑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맛있는 증거였다.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
장편동화이자 창작 동화인 <냉동 인간 이시후>는 의지할 데 없는 어린이가 가족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새기며 성장하는 과정을 세심히 그려냈다.시후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가족의 헌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고,가족의 사랑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기댈 곳 하나 없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가족의 사랑은 비로소 강한 위로로 다가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가족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낯선 근미래 세상과의 대비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사람들은 대기오염을 피해 돔 안에서 살아가고,거리에는 호버 보드가 떠다닌다.인공 고기와 바퀴벌레 스프가 식탁에 오르고,때로는 알약으로 식사를 대신하기도 한다.이처럼 놀랍고 낯선 미래의 풍경은 시후의 외로움을 부각한다.
모든 것이 달라진 세상에 홀로 깨어난 시후는 가족의 온기를 그리워하고,이러한 감정은 중간중간 배치된 감각적인 삽화와 맞물려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삽화는 이야기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되살리며 어린이 독자의 상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가까운 가족이 투병할 때,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오직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이러한 저자의 경험과 가치관은 작품 곳곳에 진하게 스며들어 있다.
축하할 일이 많은 가정의 달 5월,동화 <냉동 인간 이시후>는 가족의 사랑이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드는 내용이다.
덧붙이는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