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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떨어진 일본인 취객 구하려다 희생…양국 간 반감 누그러뜨려
20년 넘었지만 여전히 한일 사이에서 가교 구실

의인 이수현
기차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의인 이수현 추모행사장에 놓인 이수현 씨의 사진 인물 [촬영 이세원]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저는 최대한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일을 해도,바카라 토토 랭크카지노공부를 해도 즐겁게 하고…언제든지 뒤돌아섰을 때 후회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그런 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의인으로 기억되는 고(故) 이수현 씨는 생전 개인 홈페이지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2001년 고 이수현 유해 안치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1년 1월 26일 도쿄 신주쿠 소재 JR신오쿠보역.

당시 전차를 기다리던 한국인 유학생 이씨는 오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휴학하고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료와 함께 플랫폼에서 술을 마시던 한 승객이 발이 미끄러져 철로에 떨어진 것을 목격했다.

이씨는 다른 일본인과 함께 철로로 뛰어내려 취객을 구하려 했으나 마침 진입하던 전동차를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플랫폼 밑에는 몸을 움츠릴 경우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도 있었으나,승객을 구하기 위해 최후까지 버텼던 이씨는 끝내 숨지고 말았다.

2001년 부산에 있는 자신의 방에 도착한 이수현씨 유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씨의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일본 언론과 국민들은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일본 신문은 '개인적 성향의 일본인들이 상실했던 진정한 용기를 보여 준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이씨의 살신성인을 '정의감,철로 위에 지다','용기 있는 행동이 비극이 되다',번호 추첨 룰렛'목숨을 바친 2인' 등에 비유해 표제어로 달았다.

당시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가 빈소를 방문해 조의를 표했으며 일본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나 중학교 수업에서도 이씨에 관해 다뤘다.

신오쿠보역 이수현 추모글
[촬영 박세진] 도쿄 JR 신오쿠보역 층계참에 걸려 있는 이수현 추모의 글.

이씨의 의로운 행동은 그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역사 문제로 양국 국민 사이에 형성된 반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인은 일본인이 차갑고 계산적이라고 보며,일본인은 한국인이 과거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나 이씨의 행동으로 이러한 나쁜 감정이 일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씨의 할아버지가 식민지 시절 일본에 징용돼 광부로 일하다가 이씨의 아버지가 여섯 살 때야 귀국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를 두고는 "이씨의 행동이 쓰라린 가족사를 극복한 것"이라며 "이씨의 죽음에 대한 일본의 반응을 한국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윤찬 명예회장 '욱일쌍광장' 수여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지난해 12월 20일 고 이수현씨의 모친인 신윤찬 LSH 아시아장학회 명예회장이 쿠리타 신이치 수석영사로부터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쌍광장'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2024.12.20

이씨의 이야기는 세월이 흐른 이후에도 양국의 가교 구실을 했다.

2008년 이수현 씨의 일생을 담은 한일 합작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가 개봉한 데 이어 2011년 일본의 전설적인 록밴드 안전지대가 'STEP'이라는 제목의 곡을 이씨에게 헌정했다.

이씨의 부모는 아들의 의로운 활동을 계기로 일본 각계각층이 기부한 자금을 모아 LSH아시아장학회를 설립했다.그동안 일본에서 유학하는 아시아 학생 1천여명을 지원했다.

이씨의 영향력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정부는 이씨의 모친인 신윤찬 LSH아시아장학회 명예회장 훈장을 수여했다.

신 명예회장은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진행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에서 3사 중 정사(正使)를 맡기도 했다.

2001년 일본신문에 나온 이수현씨 가족 향한 위로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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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씨가 한일 양국에서 기억되는 이유는 그가 생전에 보여준 용기 덕분이다.

1998년 그가 개인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살아가면서 힘든 날도 있겠지만 그까짓 것 때문에 피해 가고 뒤로 물러서고 싶지는 않습니다.고난과 역경도 저의 인생의 한부분이기 때문이죠.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고 헤쳐 나갈 용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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