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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에서 '까짓 거'로 변한 사연.두 여자의 고마운 참견 덕에 어느새 박장대소【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몇 초 사이에,눈앞에서 트램(도시철도)을 놓쳤다.눈앞에서 집으로 가는 트램이 사라져 가는 것을 허망한 눈빛으로 쫓았다.이 많은 짐을 들고뛰었건만,간발의 차이로 차를 놓쳐 버리다니.며칠 전의 일이다.
독일 트램은 도시의 땅 밑을 다니는 지하철과 다르게 지상으로 다니는 철도로,독일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대중교통 중에 하나다.자동차를 가지고 다니기 복잡한 시내이기에,여기 사람들은 자주 트램을 이용하고는 한다.
트램에는 안에서도 밖에서도 문이 열리도록 누르면 되는 버튼이 달려 있다.정류장에서 내릴 사람들도 타려고 기다리던 사람들도 모두 그 버튼을 누른다.그러나 트램이 출발하려고 문을 닫는 순간 버튼을 아무리 눌러봐야 꿈쩍도 안 한다.그 문은 기사가 다시 열어 줘야 열리기 때문이다.차가 출발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고 해도 말이다.
아무리 숨을 헐떡이며 뛰어온 사람이 문을 애타게 두드린다 해도 그렇다.코앞에서 냉정하게 문을 닫아 버린다.그래서 차 밖에서 문을 두드리던 사람이 결국 포기하고 옆으로 물러나면,기다렸다는 듯이 쌩하니 내빼 버리는 야박한 트램 기사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참 아이러니하게도 트램은 장애자와 노약자를 위한 독일의 선진적인 면모들로 자주 소개되는 것 중의 하나인데도 말이다.가령,휠체어를 탄 사람이 트램을 기다리면 그를 태워 주기 위해 기사들이 직접 내려서 올라갈 수 있는 보행 보조판을 하나하나 펴서 깔아 준다.그리고 그 판을 밟고 안전하게 타는 것을 확인하고 출발한다.얼마의 시간이 더 걸리든.
그런데 나는 독일 이 동네에 와서 오래 살다 보니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사회 전반에 깔린 시스템이 선진적인 것은 맞는데,법적으로 그렇게 해야 해서 매뉴얼대로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지 그게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특별히 높고 배려와 인정이 넘쳐서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을까?라는 의심 말이다.이렇게 치사하다고 생각이 들 때는 더욱 그렇다.
트램을 놓칠까 봐 뛰었던 탓에 숨은 헐떡이고 욕지기가 저절로 올라온다.하는 수 없이 터덜터덜 찻길에서 조금 위쪽으로 걸어갔다.그러고는 전차 정류장마다 설치되어 있는 전광판을 눈으로 훑는다.판 위에는 그 정류장을 통과하는 전차들의 번호와 도착 시각들이 시시각각 바뀌며 반짝인다.
이곳에서 우리 동네로 가는 트램은 1번 다음 차는 14분 후에 도착 예정이다.한숨이 절로 나왔다.바로 앞에서 차를 놓치고 이 무거운 짐보따리들을 들고 14분이나 기다려야 한다니.그것들 들고 여기저기 구경 다닐 때는 몇십 분이 흘러도 아무렇지도 않았으면서.괜스레 부아가 치밀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너무하네.기사 아저씨 못됐어요.힘들게 뛰어온 사람을 보고도 어떻게 그냥 가냐!"
어라?누구지?누가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나 싶었다.한치에 오차도 없이 좀 전에 내 생각을 그대로 읊어 줬기 때문이다.
순간 나의 떴나 감았나 분간도 잘 가지 않는,작았던 눈이 놀라움으로 두 배는 커졌다.언제부터 어디서부터 보았는지 알 수 없지만 옆쪽에는 내가 짐보따리와 체중을 들고 쿵쿵 대며 뛰어와서 차를 놓친 생생한 현장을 라이브로 목격했던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중년의 여성 두 명이 주먹을 불끈 쥐고 서 있었다.
나는 그 말 내게 하는 거냐는 뜻으로 "네?" 하고 되물었고 자매인지 친구인지 알 수 없으나 같은 분위기를 가진 다르게 생긴 두 처자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안쓰럽게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그중 키가 조금 더 크고 회색의 점퍼를 입은 단발머리의 여성이 내게 말했다.
"아니,전차 출발도 안 했고 타려고 버튼 눌렀는데 어떻게 그냥 가냐고요.사람이 뛰어온 게 뻔히 보였을 텐데 말이죠!"
생각할수록 기발한 아이디어에 웃음 터진 셋.고마운 참견쟁이들
평소 남의 일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한 독일이지만,5 무료 축구 베팅여기서도 유난한 사람들은 더러 있다.한국으로 치면,사사 건건 남의 집 일에 참견하는 것 같은 스타일의 사람이라고나 할까?남의 일에 관심 많고 사회적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보이던 그녀들이 딱 그랬다.
이번엔 그녀 중에 조금 더 키가 작고 머리가 긴 여성이 지나가는 전차를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차라리 저 차를 타고 그다음 정류장에 먼저 가서 기다려요.그리고 보란 듯이 그 차로 갈아타고 가세요!"
자기 일도 아닌데 대신 분통을 터뜨리며 이야기해 주는 그녀.더구나 그 기사를 한 번 쳐다봐주라는,기상천외한 아이디어에 나는 푸하하 웃음이 터졌다."그거 정말 굿아이디어인데요!"라며 '엄지 척'을 했다.
그녀가 가리킨 차는 우리 동네와 옆 동네까지 연결된,급행열차와 닮은 '급행 트램'이다.그걸 타면 정류장마다 서는 것이 아니라서,토큰 게임 데모이론상으로는 아까 내가 놓쳤던 차를 앞질러 갈 수가 있다.그러니,한참 앞선 정거장에 먼저 가서 기다렸다 복수라도 하듯 아까 놓친 그 차로 꼭 갈아타라는 이야기였다.
웃음과 하품은 전염성이 강하다고 했던가?생각할수록 기발한 그녀의 아이디어에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셋 다 함께 으하하 박장대소했다.키 크고 마른 편의 중년 아줌마 한 명과 보통 키의 몸매가 다부진 아줌마 한 명,그리고 '지구는 둥그니까' 몸소 체형으로 보여 주고 있는 한국 아줌마 나 한 명.
비주얼도 제각각이고 얼핏 보아서는 어느 것 하나도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지만,멀리서 보면 우린 마치 전부터 알던 사람들처럼,또는 고교 동창을 우연히 길에서 만나기라도 한 듯 서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알고 보면 우리는 사실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인데.
그러는 사이 어느새 머리 위로는 짙은 회색의 먹구름이 한정 없이 몰려오고 있었다.이거 이러다 곧 비 많이 오겠는데 싶도록 말이다.아까였다면 달랐을 것이다.
'일기예보에는 비 올 확률이 낮다고 했었는데.생각할수록 그 트램 기사 아저씨 정말 야박하네.어차피 바로 출발할 것도 아니면서.짐 들고 힘들게 도착한 사람한테 차 문도 안 열어 주고.아까 키오스크 아주머니가 버스표 빨리 계산해 줬으면 그 차 탔겠네.'
이렇게 짜증 메들리를 한바탕 했을 것이다.아차,여기 독일에서 키오스크란 주문하는 키오스크 아니고 신문,전차 버스표,사탕,껌,담배 등을 파는 작은 상점을 말한다.우리도 예전 편의점 없던 시절 버스정류장 앞에서 공중전화 카드,음료수,껌,복권,버스 회수권,신문,잡지 등을 팔던 작은 상점과 비슷하다.
위로는 비를 같이 맞아 주는 것
그러나,지금은 괜히 웃음이 비죽비죽 새어 나왔다.
이름도 모르는 그녀들이 낯선 사람인 내 상황에 함께 공감해 주고 내 마음을 대변하듯 시원스레 트램 기사 욕도 해 주고,대신 복수의 칼날을 함께 갈며 상상의 나래를 펴 주었기 때문일까?
상황이 바뀐 것은 하나 없지만 마음이 바뀌었다.'때문'으로 점철되었던 자리에 '까짓 거'가 들어와 앉았고.'까짓 거 10여 분 더 기다리지 뭐,까짓 거 비 오면 대충 맞지 뭐,까짓 거.'
이렇게,남에 대한 원망과 질책이 담긴 '때문에'에서,다 괜찮다고 통 크게 마음 쓴 듯한 '까짓 거'로 단어가 바뀌니 마음과 자세도 180도 달라지는 듯했다.짜증은 사라지고 전에 없이 평온이 깃든다.
모두 이름조차 모르는 그녀들 덕분이다.그냥 지나쳐 버리면 그만일 남의 일에 애써 함께 화내주고 나름의 대책을 세워 주려 했던,고마운 참견쟁이 그녀들 덕이다.
누군가 그랬다.비가 올 때,남에게 우산을 내밀어 주는 것보다 더한 위로는 비를 같이 맞아 주는 것이라고 말이다.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때때로 서로에게,눈을 마주치며 작게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만큼 필요한 일은 없는지도 모르겠다.그걸 알게 된 유쾌한 인생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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