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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세우기는 왜 공포가 되나
지난 2일,6만대를 수용해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 주차장은 주차 지옥이었다.제1여객터미널 주차장 입구에는 빨간색으로‘만차’표시가 켜져 있었고,자리를 찾는 차들이 주차장을 빙빙 돌며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청사 앞 공연장과 헬기장까지 주차장으로 내줬지만 황금연휴를 맞아 출국자가 늘면서 주차 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자동차를 가방에 싸서 비행기 태울 수도 없는 노릇.마음 급한 사람들이 주차장 이동 통로에 세워둔 불법 주차 차량이 빼곡했다.좁아진 통로를 아슬아슬 지나다니는 차들이 접촉 사고를 내기도 한다.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 주차장에 빽빽하게 들어선 차들.국내 최대 규모 주차장이지만 연휴만 되면 턱없이 모자라 불법 주차가 극성을 부린다./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인구 1.95명당 차량 1대를 보유한 대한민국 곳곳에서 매일 주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공항 주차장 부족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공항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고,집이나 가게들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인다.주차로 골 아파 본 사람이 많아지면서 온라인에서는‘주차 빌런(악당) 퇴치 썰’등이 “속 시원하다”며 인기 콘텐츠로 소비된다.주차 스트레스가 전 국민적 트라우마가 된 셈이다.
인천공항은 명절이나 휴가철,연휴 때마다 주차 지옥을 겪는 대표적인 장소.장기 주차장의 경우 하루 요금이 최대 9000원에 불과하고 심야 시간에는 리무진이나 공항 철도가 운행하지 않아 자차 운전과 택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실제로 일행이 1명이라도 있다면 시간대 상관없이 자차 운전이 더 저렴하다.서울역부터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까지 택시비는 5만6000~5만8000원 수준.자차 운전할 경우 통행료 3200원,주유비 9300원,3박 4일간 주차비 3만6000원을 더해 4만8500원이 든다.2명은 6만8000원,3명은 10만2000원인 리무진(1만7000원) 왕복 비용보다 훨씬 더 싸다. 휴가철 김해공항 도착층 진입로 입구에 무분별하게 불법주차된 차량들로 공항 리무진 버스 등이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등 차량 통행에 차질을 빚었다./온라인 커뮤니티 
자리는 없는데 차 끌고 오는 사람은 많다 보니 외부 사설 주차장이 성업을 이룬다.“차를 맡겼더니 자기 차처럼 끌고 다녔더라” “차 안에 둔 귀중품이 사라졌다”는 후기에 대한 불안감은 이용자 몫이다.청주공항 등 전국 14개 지방 공항도 연휴 기간 임시 주차장을 확보했다.
아침마다 차 빼달라 전화하고,이중 주차된 차량 밀면서 살면 거주 만족도는 하락한다.부동산인포가 분석한 결과,우리나라 아파트 평균 주차 대수는 세대당 1.06대.1970년대 입주 단지는 0.73대,1990년대 입주한 단지는 0.93대이다.2010년대 입주한 아파트가 돼서야 1.15대로 세대당 1대를 겨우 넘어선다.부부가 차량 한 대씩 보유하는 집이 늘면서 이중 주차가 빈번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외부 차량 단속하라” “세대당 1대만 등록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불만이 쏟아진다.세대당 1.4대에서 많게는 2대까지 주차 공간을 제공하는 신규 분양 아파트들이‘주차 스트레스 제로(0)’를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 아파트에서 시행하는 차량 보유 대수 별 차등 주차요금제./보배드림 
한정된 주차 공간에 많은 차량을 등록할 수 없도록‘징벌적 주차비’를 부과하기도 한다.한 아파트 단지는 세대당 차량 3대를 보유할 경우 월 22만원,4대는 52만원을 부과한다고 공지했다.손님 방문 등으로 외부 차량이 주차할 경우 월 100시간까지만 무료로 제공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1시간에 1000원씩을 추가로 내야 한다.
주차 공간 부족한 서울에서 차를 세워둔다는 건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일이 됐다.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 건물은 시간당 주차비가 9000원,서울 영등포구 한주빌딩 주차장은 시간당 1만2000원을 받는다.2시간쯤 점심 약속이라도 다녀올라치면 점심 값보다 비싼 주차비를 내야 한다.
그래서 주차 공간은 수익성 좋은 상품이 됐다.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서는 “오피스텔에 주차 등록을 해주겠다”거나 “1시간 단위로 주차 공간을 판다”는 글이 올라온다.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에 공짜로 방문자 등록을 해주고 돈을 받거나 회사 건물 주차권을 저렴하게 파는 것이다.
불법 주차에 골머리 앓던 소상공인들은‘외부 차량 주차 금지’표지판을 세운다.온라인 쇼핑몰에는 “가게 영업 시간에 차 대놓고 연락도 안 받아서 구매했다” “불법 주차 때문에 짜증 나서 샀다”는 후기가 1만개 넘게 달렸다.불법 주차하려는 사람이 치울 수 없게 모래와 물을 꽉꽉 담아 고정하라는 것도 불법 주차에 골머리 앓던 이들이 전해주는 팁이다. 영화 '주차금지' 포스터. 
전 국민의 트라우마가 된 주차를 소재로 한 영화도 곧 개봉한다.퇴근길 주차 공간을 가로막은 차량 때문에 붙은 시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는 내용의 스릴러 영화‘주차금지.매일 겪는 주차난은 그 자체로도 공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