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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에서 해방.그 과정을 통해 마음의 여유와 평화를 얻다【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몇 년 전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한 영상이 떴다.<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저자가 세바시 강연에 나온 영상이었다.영상 속 주인공은 내 또래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는데,한창 옷에 관심이 많을 나이의 여성이 왜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을까 궁금했다.그래서 홀린 듯이 영상을 봤다.
▲ 버려진 옷더미 속에서 동물들은 풀 대신 합성섬유로 배를 채운다 ⓒ KBS 스페셜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그는 내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주제로 강연을 이끌었다.옷에 대한 집착이 환경과 인류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했다.영상을 보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원래 나는 옷에 관심이 많았다.계절이 바뀌어서,파워볼 발권기기분이 안 좋아서,기분이 좋아서.핑계가 가득한 이유로 옷을 샀다.하지만 쇼핑이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온라인 쇼핑으로 옷을 받아보니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그래서 실망하고 도리어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분명 기분을 좋게 하려고 한 행위인데 아이러니했다.내 쇼핑 중독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패션의 악영향'이었다.
패션의 악영향은 대개 패스트패션과 관련성이 높다.패스트패션이란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저렴한 옷을 단기간에 대량 생산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대표적으로 자라(ZARA),H&M,마카사이트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가 해당한다.매년 자라 세일이 되면 사람들은 사고 싶은 옷을 열심히 뒤적거려 세일에 맞춰 구매한다.패스트푸드 해치우듯이 머릿속에 어제 입은 옷은 없어졌다.
SPA 브랜드의 운영 방식은 환경과 인류에 크나큰 부담을 준다.그린피스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약 7,000L,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약 2,700L가 필요하다.이는 각각 한 사람이 9년간,3년간 마실 물과 맞먹는다.
2023년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유니세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의 10개국에서 안정적인 물 공급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가 1억 9,000만 명이다.이 중 3분의 1은 집에서 최소한의 물조차 사용할 수 없고,3분의 2는 기본적인 위생 활동을 누리지 못한다.이런 비위생적인 환경 탓에 5명 중 2명꼴로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한다.
2023년,그 영상을 본 뒤로 옷 구매를 멈추고 나니 반대로 입을 옷이 많아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졌다.어떻게 가능했던 일일까?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에서 해방됐다.내가 어제 무슨 옷을 입었는지,최고의 온라인 카지노 무보증금 보너스주변 사람들은 관심 없다.내 옆자리 사람이 어제 무슨 옷을 입었고,그저께 무슨 옷을 입었는지 모른다.괜히 나 혼자만 신경 쓰고 의식할 필요가 없는 셈이었다.
▲ 당근에서 구매한 옷은 둘 중 어떤 걸까?ⓒ 김나연 
내게는 여름이면 자주 입는 시원한 소재의 여름 니트가 두 개 있다.소재,길이,스타일 모두 비슷한데 각각 쇼핑몰과 당근에서 샀다.둘 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여름이면 정말 자주 입는다.구매처와 상관없이 내 마음속 애정도는 차이가 없다.
▲ 8년 전에 샀지만,유행을 타지 않아 지금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스타일이다 ⓒ 김나연 
옷장을 뒤지다 보면 안 입고 쌓아둔 옷 중 다시 꺼내 입을 옷이 있을까?옷장에서 8년 전에 산 맨투맨을 발견했다.내가 좋아하는 색깔에 길이도 적당하고 소재도 튼튼해서 아직도 처음 샀던 때 같다.근데 옷장에 넣어놓고 몇 년 동안 찾지 않았다.새 옷에만 집중하느라 관심이 시들해졌다.단지 오래된 옷이라는 인식에 갇혀 소홀했다.마치 오랜만에 입은 겨울 잠바 주머니에서 1만 원을 발견한 느낌이다.
▲ 어머니가 성당 바자회에서 가져온 트랙 팬츠.길이가 너무 길어 어머니가 직접 수선해 준 덕분에 지금은 아주 편안하게 입는다 ⓒ 김나연 
비슷한 시기에 산 파란색 셔츠가 있다.오랫동안 입었으니 이제 버려야 하나 고민 중 오랜만에 입고 출근했다.옷이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었다.신기하게 그 옷만 입으면 잘 어울린다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몇 번이나 들었다.이 옷을 입고 여행도 갔다.나의 기분 좋은 순간들을 함께한 옷인데,난 왜 버리려 한 걸까?
▲ 몇 년 전 여행 가서 입고 찍은 사진이다 ⓒ 김나연 
'이만하면 충분히 오래 입었어.질리는데.이제 새 옷 사는 게 나을까?'
물건의 기능과 가치가 그대로라면,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버릴 이유가 없다.우리 사회는 오래된 물건을 무시하고 무조건 새것이 좋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오래된 물건은 함께 했던 추억과 뜻깊은 순간이 함께 한다.
이제는 유행과 상관없이 점점 시간이 흘러도 촌스럽지 않고 변함없는 나만의 스타일을 가져가고 싶다.
이탈리아 브랜드 베르사체의 창립자인 잔니 베르사체는 생전 말했다.
"유행에 휩쓸리지 마라.패션이 당신을 지배하게 두지 말고,당신이 옷과 삶을 통해 무엇을 표현할지 스스로 결정하라."
유행을 좇는 건 내 인생의 답이 아니다.유행을 좇는다고 그게 곧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내가 입는 옷을 통해 나는 어떤 스타일을 지향하고,내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옷 구매를 멈추고 역설적으로 내 스타일을 찾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