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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헬스앤]

병-의원이 밀집해 있는 서울을 떠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늘고 있다.저출산 영향도 있지만 어린이 환자를 많이 진료해도 다른 진료과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 등 구조적 문제가 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또 없어졌네."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젊은 부모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데도 오래 버티질 못하고 있다.지방도 아닌 서울-수도권 지역 얘기다.아이가 아파도 소아과 전문의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맡겨야 한다.저출산 시대여서 소아과 의원이 어렵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현실은 더 열악하다.우리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필수의료인 소아과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병원 문 닫은 소아과 전문의 24명."요양병원에서 근무 중"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은 소아청소년과 의원 전문의 중 24명은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아이를 돌봐야 할 소아과 의사들이 80대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것이다.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 중 1명은 소아과와 관계없는 진료를 하고 있었다.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따르면 2020~2022년 379곳의 소아과 의원이 폐업했다.소아과 전문의 364명의 진로를 추적했더니 다른 소아과 관련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사람은 34.9%(127명)에 불과했다.29.7%(108명)은 휴직이나 은퇴 상태인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35.4%(129명)은 소아과와 관련 없는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었다.102명이 다른 의원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74명은 일반의원에서 진료 중이었다.특히 24명은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고 한방병원에서 근무 중인 소아과 전문의도 2명이었다.이 조사 시기는 코로나19 유행 기간이어서 소아과 폐업이 두드러진 때였다.하지만 최근에도 이런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병-의원이 밀집해 있는 서울을 떠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늘고 있다.저출산 영향도 있지만 어린이 환자를 많이 진료해도 다른 진료과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 등 구조적 문제가 크다.치솟는 임대료,인건비 등은 소아과 진료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다.간호사 월급마저 버거워하다가 결국 병원 문을 닫는 것이다.지방은 오래 전부터 군 단위에도 소아과 의원이 한 곳도 없는 지역도 있다.'소아과 실종' 현상이 급기야 서울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OO 주사' 맞일 수 없잖아요?"

소아청소년과 운영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우선 다른 진료과보다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가 많지 않아 건강보험에서 받는 돈이 수익의 대부분이다.아이들에게 'OO 주사'를 권할 수 없기 때문이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횟수당 진료비는 1만 9227원(2023년)에 불과하다.전체 진료과 평균 4만 154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소아청소년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도 14만 5534원으로 전체 진료과 중 최저 수준이다.어린이 환자를 아무리 많이 진료해도 건강보험에서 받는 돈으로는 임대료,인건비 지급도 퍽퍽한 상황이다.일부에선 의원 문을 열자마자 환자로 넘쳐나는 '오픈 런' 얘기가 있지만 일부 소아과의 경우다.이마저도 큰 실속은 없다.

어린이 응급환자,중환자는 어디로.소아과 의사의 '감정 노동'은?

더 큰 문제는 어린이 응급환자,중환자가 발생한 경우다.소아청소년과도 감염,멀티 토토심장,신경,신생아 등 각 분과로 나눠 담당 전문의가 있다.하지만 소아과 세부 전문의들이 갈수록 줄고 있어 밤중에 어린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오면 난감한 병원이 적지 않다.내 아이,손주가 대학병원에서도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라.소아과 세부 전공을 선택한 의사들도 힘든 상황에 지쳐서 다른 분야로 바꿔 진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단한 소아과 응급실에서 벗어나 일반의사로 진로를 변경,야간-주말 당직이 없는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소아과 의사는 '감정 노동'이 심하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어린이는 성인과 달리 기저 질환도 없이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그런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 부모,조부모들이 "왜,우리 아이가?"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민원이 잇따르고 법적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소아과 의사들이 많다.아이들은 간단한 검사를 해도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아 의사,무료 슬롯 머신 온라인 게임간호사들이 달래는 게 큰 과제다.시간도 많이 지체된다.대학병원 내 간호사,방사선사 등의 기피 부서 1순위가 소아과일 정도다.그럼에도 성인 환자에 비해 가산 수가는 너무 낮다.다른 진료과에 비해 돈도 못 버니 대학병원 소아과 의사는 눈치가 보인다.의사 충원 시기는 물론 의료장비가 노후화되어도 다른 과에 비해 교체 주기가 더디다.

성인 환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가 개선해야.저출산 핑계로만 둘러대면 안 된다

내 아이,손주가 새벽 2시에 위중 상태에 빠지면 어디로 갈 것인가.아이의 심장 혈관을 다루는 소아과 의사가 근처에 있을까?한밤 중 응급 수술이 가능할까?일부 지자체에선 민원이 잇따르자 소아응급실 근무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부는 의대 증원 2천명에 앞서 진작에 소아과 등 필수의료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뒤늦게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필수의료 대책을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그럼에도 소아과 지원책은 금세 눈에 띄지도 않는다.

성인 환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가는 하루 바삐 개선해야 한다.우는 아이 달래면서 힘겹게 진료해도 일반의원보다 보상이 낮은데 누가 소아과 의사를 지망하겠는가.환자의 연령 가산의 범위를 늘리고 가산율을 최소 2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의대 증원 2천명 파동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의 생명,우리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보건의료 정책은 너무 중요하다.소아과 의사가 줄어드는 현상을 저출산 핑계로만 둘러대면 안 된다.다행히 출산율이 늘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요양병원에 가 있는 소아과 의사를 빼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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