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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아트센터 기획 시리즈 '예술가들'로 방한
9~10일 '시빌',30일 '쇼스타코비치 10' 공연
"시빌,마작 베개체임버 오페라 형태…불확실성 조명"
"쇼스타코비치,작곡 당시 체제 맥락 이해 중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드로잉·조각·영상·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합쳐 자신만의 예술로 선보이는 윌리엄 켄트리지(70) 연출가는 7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창작에 대한 소신을 이같이 밝혔다.
켄트리지는 "작품을 만들 때 뭘 만드는지 명확하게 생각하고 창작을 시작하기보다 어떤 질문을 갖고 작품을 창작한다"며 "만들어가면서 음악이나 역사적인 관계성,작곡가나 그 작곡가가 활동한 시기에 권위주의 체제라는 것들을 들여다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켄트리지 방한은 올해 개관한 GS아트센터가 선보이는 기획 공연 시리즈 '예술가들'로 마련됐다.이날 간담회에는 작품에 협력 연출가이자 공동 작곡가로 함께 한 은란라 말랑구(36) 작곡가도 참석했다.
켄트리지는 오는 9~10일과 30일 GS아트센터에서 각각 자신의 대표작 '시빌'과 한국 초연인 '쇼스타코비치 10: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을 공연한다.
1부 '그 순간은 흩어져 버렸다(The Moment Has Gone)'에서는 30년 넘게 이어진 아프리카 민간 광산 산업의 가혹한 현실을 묘사하면서 광부와 영상을 만드는 예술가의 모습을 중첩해 표현한다.
이 작품에서 말랑구는 아프리카 줄루족 남성들의 아카펠라 음악 형식인 '이시카타미야(Isicathamiya)'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말랑구는 "(이시카타미야)음악은 금이 발견되고 이민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의 음악"이라며 "이민자들이 채굴하고 안 좋은 상태로 탄광을 버려두고 떠날 때 당시 (광부 노동자들은)노래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룰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위는 이곳을 장악하는 사람들에게 반역으로 보일 수 있어 관리자들이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해야 했기에 조용하게 노래가 됐던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2부 '시빌을 기다리며(Waiting for Sibyl)'는 그리스 쿠마에의 무녀 시빌에 관한 신화를 기반으로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현대인의 혼돈과 불안을 그렸다.
예언자인 시빌에게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등을 나뭇잎에 적어 동굴 앞에 두면 시빌이 대답을 적어 동굴 앞에 놓아둔다.그러나 사람들이 예언을 확인하기 위해서 동굴에 가면 항상 바람이 불어 자기 질문에 대한 답인지 혹은 타인이 구하고자 했었던 답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켄트리지는 "체임버 오페라 형태의 작품"이라며 "불확실성,운명,죽음이나 관계 등 우리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것을 무대에서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요하네스버그에서 광산 산업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사실 그 도시를 두 가지로 구분하는 요소"라며 "한쪽은 굉장히 화려하고 많은 부를 경험한 곳이라고 한다면 한쪽은 폭력적이라든지 무질서한 도시의 모습들이 구성된 것이 바로 이 광산업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켄트리지는 "쇼스타코비치는 소련에서 잘 알려져 있던 거장 작곡가인데 역사적 상황과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 지가 질문이었다"며 "그 음악이 만들어졌던 당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레닌과 스탈린,트로츠키,마야콥스키 등장한다"며 "영상을 작업할 때 거대한 영화 세트장이 아니라 40㎝높이의 종이로 만든 판잣집을 구축했고 핸드폰을 움직이는 것처럼 모형집을 움직이면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켄트리지는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마디 보탰다.
"스튜디오 안에서 예술가 역할이라는 건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지만,제겐 재료를 탐구하는 것입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가 어떤 역할 가져야 하며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걸 강요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