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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레오 14세,한국과 인연

2003년 방한 당시 한국 사제들과 함께 - 2003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 시절 한국을 찾은 레오 14세(가운데).그동안 한국을 네 차례 찾은 레오 14세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도 참석
2003년 방한 당시 한국 사제들과 함께 - 2003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 시절 한국을 찾은 레오 14세(가운데).그동안 한국을 네 차례 찾은 레오 14세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작은 캐리어 가방에 옷 몇 벌만 넣어와서 세탁도 남에게 맡기지 않던 분.이웃집 아저씨 혹은 선배,형님처럼 형제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한국 지부 수도자들이 새 교황 레오 14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이다.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회 최초의 교황이던 것처럼 레오 14세 교황은 780년 역사를 가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의 첫 교황이다.가톨릭 사제가 되는 길은 크게 교구 사제와 수도회 사제로 나뉘는데,수도회 출신 사제가 두 번 연속 교황으로 선출된 것.

페루‘잉카 문양’말 타고… - 선글라스를 쓴 채 말 등에 앉아 있는 레오 14세.잉카 전통 문양이 새겨진 천이 안장에 덮여 있다.과거 페루에서 활동하던 주교 시절 촬영된 사진으로 추정된다./소셜미디어
페루‘잉카 문양’말 타고… - 선글라스를 쓴 채 말 등에 앉아 있는 레오 14세.잉카 전통 문양이 새겨진 천이 안장에 덮여 있다.과거 페루에서 활동하던 주교 시절 촬영된 사진으로 추정된다./소셜미디어

레오 14세 교황은 과거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미국 시카고 출신인 그는 페루 선교사를 거쳐 1998년 아우구스띠노회 시카고 관구장으로 선출됐고,2001년에는 전 세계 아우구스띠노회를 관장하는 총장으로 선출됐다.6년 임기를 2회 연임해 12년간 총장으로 재임한 그는 세계를 순회하면서 회원들을 만났는데,이 기간 한국에도 2002년,2003년,2008년,2010년 네 차례 방한한 것.주로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역 수도자 모임과 회의 참석을 위해서였다.

특히 마지막 2010년 방한 때에는 서울 강남 봉은사를 찾기도 했다.수도회 한국 진출 25주년을 맞아 방한한 그는‘한국 문화를 보여드리겠다’는 한국 지부의 권유에 따라 봉은사를 찾아 스님들과 차담(茶談)을 나누기도 했다.그는 당시 한국 지부에서 마련한 자동차를 마다하고 젊은 수도자들과 함께 지하철로 이동했다.봉은사에서는 스님들과 함께 방바닥에 앉아 차를 마셨고,젓가락으로 국수를 먹었다.선교사로서 활동한 사제답게 다른 문화권에 대해서 선입견이나 거부감이 없었다.

수도회 한국 지부장 조우형 마태오 신부는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엄격한 공동체 생활을 강조해 주교가 되더라도 주교관에 따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제관에서 사제들과 함께 생활한다”며 “방한 당시에도 교황님은‘공동체 안에서 형제애를 먼저 갖추고 거기서 받은 사랑의 에너지를 교회 밖으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말했다.조 신부는 또 “대화 중에도 상대방이 말씀드릴 내용을 생각하고 있으면‘나는 괜찮다.기다리겠다.천천히 하라’고 하시며 형제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답해주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네 번의 방한 때마다 프레보스트 총장을 만난 이기훈 수사는 “수도자로서 청빈,정결,순명은 물론 친절함까지 갖춘 분”이라며 “항상‘아우구스띠노 성인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복음의 뜻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태도는 이웃집 아저씨나 형님,선배 같았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한국 공동체는 9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하느님께서는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목자를 보내주셨다는 것을 우리는 믿는다”며 “우리의 목자이신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하느님께서 맡기신 직무를 잘 수행하실 수 있도록 우리도 기도로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2027년에도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을 위해서다.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6년 창설한 세계청년대회는 2~4년 간격으로 세계를 순회해 열리며 역대 교황이 참석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2027년 레오 14세가 방한하면 개인으로는 다섯 번째,스포츠 토토 양방 제로역대 교황으로는 네 번째 방한이 된다.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로버트 프란시스 프리보스트 추기경이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 신자들에게 축복을 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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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레오 14세 교황 선출에 대해 9일 국내 종교계에서도 축하 메시지가 잇따랐다.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새 목자(牧者)로 레오 14세 교황을 보내 주신 하느님께 큰 기쁨과 사랑을 담아 감사 기도 올린다”며 “새 교황님의 바람대로 세계 평화를 이루고,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땅끝까지 전할 수 있도록 함께 걸어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새 교황님은 뿌리 깊은 영성가이자 경험 많은 행정가이며,동시에 열정 넘치는 사목자”라며 “하느님께서 교황님을 통해 이 시대에 하느님의 진리가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 보여주시고 이끌어 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새 교황이 첫 연설에서 세계의 모든 사람을 평화 속에 하나로 모으는 평화의 메시지를 내신 것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가톨릭과 레오 14세 교황의 기도가 세계 인류에게 늘 함께하며,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도 큰 희망과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도 “새 교황님의 선출은 전 세계인에게 새로운 희망과 영감을 안겨주는 뜻깊은 소식”이라고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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