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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알마티.푸르른 녹색 도시의 위로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를 여행하고 마침내 도착한 알마티(Almaty)는 문명의 도시,현대적인 옷을 차려 입은 도시로 새롭게 다가왔다.소련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수도였던 이곳,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이자 산업의 중심지인 알마티에서 푸르른 문명을 따라 도시를 오롯이 품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계를 내 힘만으로 넘어서겠다고 결심한 것은 또 한번의 특별한 경험과 장소를 탐닉하기 위함이었다.게다가 대다수의 여행자들이 시도하려 하지 않는 외진 곳에 위치한 국경검문소일수록 그 특별함은 배가 되는 법,이런 마당에 국경까지 가는 길은 다소 복잡할지 몰라도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야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그렇게 카자흐스탄 남동부와 키르기스스탄 북서부를 잇는‘Kpp 카르키라-아브토도로즈니(Kpp Karkyra-Avtodorozhnyy)’국경검문소에서 알마티(Almaty) 여행을 시작했다.
좁다란 도로 주변 곳곳에 크고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차량의 출현이 적지 않았다.더욱이 저만치 나타나는 차량마다 운전자들은 엄지를 치켜든 여행자 앞에 일단 멈춘 뒤 말을 걸어왔다.여행자의 안위를 살피려는 현지인들의 친절은 여러 번 겪어도 매번 신선함과 감동을 준다.
일단 그 다음 내 동선은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케겐(Kegen)을 목적지로 정했다.너른 들판 사이에 조성된 2차선도로 위를 한참 동안 걷다 마침내 차량 엔진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다행히도 다시금 엄지가 제 역할을 해냈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알마티에 닿다
케겐에서 차린 캐년(Charyn Canyon) 국립공원까지 거리는 약 50km에 불과하지만,중요한 건 버스나 셰어택시가 없다는 점.엄지의 위력을 또 한번 믿기에는 도로 주변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였다.그렇게 다시 찾은 동선은 케겐 도심에서 셰어택시를 타고 알마티로 간 다음 그곳에서 국립공원이나 호수로 가는 교통편을 수소문하는 것.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서 자칫 이동의 반복이 발생하는 것 같지만 이것이 최선,최고의 선택지임은 확실하다.몸소 체득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구 소련 시기 건설된 낡은 건물과 아파트,현대적인 빌딩이 뒤섞인 도시의 풍경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과거와 현재가 조화로운 모습을 자아내며 알마티의 정체성을 오롯이 나타낸다.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현대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알마티이기에 쭉 뻗은 높다란 빌딩에 자꾸만 시선이 묻힌다.불과 한두 시간 전 허허벌판을 달리던 셰어택시의 풍경과는 180도 반전을 이룬 모습이다.
‘알마티는 문명의 도시다.중앙아시아 여행 중 만난 한 여행자가 앞서 알마티를 다녀간 뒤 내게 전한 말이었다.세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레스토랑,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화려한 식당이 도심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문명’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한국에서 출발해 곧장 알마티에 닿았다면 모르겠지만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를 두루 여행한 뒤 마침내 도달한 이 도시는 먼저 경험한 여행자의 말마따나 문명의 도시가 아닐 수 없다.어쩌면 획일적일 수 있는 첫인상이 도시의 특색을 반감시키지만 도심 곳곳에 숨은 명소가 뜻밖에 볼거리와 재미를 안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모스크바에서 독일 탱크의 진격을 온몸으로 방어하다 숨진 알마-아타(Alma-Ata) 보병 부대 소속 28명의 군인을 추모하기 위해 공원이 세워졌다.공원의 명칭은 당시 군인들이 소속된 316사단 부대를 진두지휘한 이반 판필로프(Ivan Panfilov)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다.공원에는 1만1,000개 이상의 나무와 관목이 들어서 있어 나무 숲 사이를 산책하는 즐거움이 꽤 크다.
종탑이 포함된 5개의 돔과 3개의 복도를 갖춘 성당은 높이 56m로 세계 목재 건축물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목조 교회로 알려져 있다.성당 내부에는 수십 명의 성인들의 그림이 내벽을 장식하고 있으며,장인이 만든 금속 장식이 곳곳에 자리해 화려함을 더한다.1994년까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며 굳게 문이 닫혀 있었던 성당은 이후 건물 내·외부 복원 작업을 거쳐 대중에 공개되어 현재에 이른다.
쇼핑을 위한 장소라기보다 식재료 박물관 탐험에 가까운 곳.특히 이른 오전,아침식사로 판매하는 팬케이크는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맛과 경험을 안겨준다.이곳 팬케이크는 크레이프처럼 얇은 반죽이 특징으로 입안에 넣으면 부드러운 촉감과 버터 향이 어우러져 몇 장을 먹어도 성에 차지 않을 정도다.
푸른 언덕에 올라 알마티를 가슴에 품다
언덕 꼭대기에는 다채로운 엔터테인먼트가 구성된 공원이 자리한다.1960년대 알마티 지도자들에 의해 시민들을 위한 휴양지로 조성되기 시작한 이 공원은 1967년 도심과 언덕을 잇는 케이블카 건설이 완료됨과 동시에 개장했다.이곳의 케이블카는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로 건설되었으며,케이블카의 길이는 1,620m,높이는 약 250m다.
도심에서 언덕 꼭대기까지는 차량이나 도보로도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하늘을 가로지르듯 오르는 케이블카는 마치 알마티 풍경을 가슴에 오롯이 품은 것처럼 뜨거운 추억을 만들어준다.그것의 온기는 케이블카에서 내려 공원과 대관람차,전망대,놀이시설,미니 동물원,알마티 TV타워,상점 등 콕 토베의 명소를 차근차근 둘러보는 동안 식지 않고 여행자를 감쌌다.
투어버스 타고 다시 초원으로 향하다
알마티 외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인 차린 캐년을 포함해 카자흐스탄 남동부에 위치한 여러 호수와 국립공원,마을 홈스테이 등이 투어상품의 골자를 이룬다.대다수의 여행사가 거의 동일한 항목과 장소,루트 등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나 이용 가능 일정 여부에 따라 선택이 이뤄진다.숙소에서 만난 한 여행자의 추천으로 알게 된 여행사를 통해 2박3일 일정의 외곽 투어 상품을 예약했다.
한데 2박3일이라고 해 봤자 1일 차 일정의 첫 시작이 저녁 9시다.금요일 저녁 퇴근 후 출발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풀로 즐기는 투어다.물론 평일에도 투어상품은 이용 가능하지만 투어의 세부내용이나 시간 설정은 주말여행에 더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5시간을 꼬박 어둠과 함께 달렸다.그 끝에 이르러서 새벽 2시 30분경,사티(Saty) 마을에 버스가 정차했고,홈스테이 가족들이 버스에서 하차하는 여행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글과 사진 추효정(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5호(24.06.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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