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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세계 주도적 역할 포기…유럽과도 결별"
"이젠 물질적 이익만 추구하는 또다른 강대국일뿐"
"유럽,자유·독립 위해 더욱 단결해 우크라 구해야"[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은 이제 서방의 적(敵)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경제 논설위원인 마틴 울프는 25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그리고 전쟁 이후 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FT가 유럽을 대표하는 주요 매체 중 한 곳으로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평이 나온 것은 의미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AFP)

울프 위원은 1941년 8월 14일 당시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의 기본 방침을 정한‘대서양 헌장’을 인용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자유와 독립이 위기에 처해 있다.정복 세력이 성공적으로 저항에 직면하고 패배하지 않는다면,어느 나라에도 자유의 기회도 독립의 기회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무시하고 침공 국가인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현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는 “오늘날 독재 정권은 점점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미국도 그들 편으로 나아가고 있다.이것이 지난 2주 동안의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울프 위원은 미국이 서방의 적이 된 근거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 연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뮌헨 안보회의 연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평화협상을 지목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 앞서 UDCG에 참석해 “유럽 방위는 이제 유럽 국가들이 주도해야 한다.미국은 주로 자국 국경과 중국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울프 위원은 “요약하자면,이제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에게 있어 유럽의 안보를 지키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유럽은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이든 치명적이지 않든 압도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밴스 부통령은 지난 14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루마니아의 대통령 선거가 러시아의 개입 의혹으로 무효화한 것을 언급하며 “내가 걱정하는 것은 유럽이 미국과 공유하는 근본적인 가치를 후퇴하도록 만드는 내부로부터의 위협”이라고 꼬집었다.

울프 위원은 밴스 부통령이 루마니아에 빗대어‘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밴스 부통령의 연설을 들었을 때 유럽인들은 자유에 적대하는 세력(나치 등)이 집권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미국인들보다 더 잘 안다고 반응할 수 있겠지만,도박 술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미국 대선을 무효화하려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냄비(Pots),새로 생긴 카지노 부지주전자(kettles),검은색(black)을 상기시킨다”고 짚었다.

이는‘냄비가 주전자에게 검다고 한다’(The pot calling the kettle black)는 영어 속담을 인용한 것으로‘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한국 속담과 같은 의미다.

마지막으로 울프 위원은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평화협상을 거론하며 “현재 미국은 러시아가 침략자가 아니며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했다고 주장한다.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독재자’라고 선언했다.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겐 독재자라는 용어가 칭찬일 수도 있다”고 비꼬면서 “우크라이나는 대부분의 영역이 전쟁 아래 놓여 선거를 치를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유럽과의 분리를 강조하기 위해 러시아,중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프랑스,영국 및 기타 유럽 국가들은 기권했다”며 “‘서방’(Thd West)은 죽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울프 위원은 이외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유 없는 침략으로 희생된 가난한 국가다.전후 재건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이 막대한 금액을 요구한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맡아온 세계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포기하고 단기적인 이익,특히 물질적인 이익을 제외한 다른 어떤 것에도 무관심한 또다른 강대국이 되기로 결정했다”고 비난했다.

울프 위원은 특히 “미국이 유럽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많은 금액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도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유럽연합(EU)이 평화협상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독일 킬 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EU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은 1157억유로로,미국(1190억유로)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영국(272억유로)까지 합치면 미국을 상회한다.

울프 위원은 “유럽은 앞으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규범의 견고한 틀을 기반으로 하는 훨씬 더 강력한 협력체를 만들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세계 강대국들에 의해 산산조각날 것이다.푸틴 대통령의 악의로부터 우크라이나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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