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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오송 소재 풀무원기술원의 연구원이 바이오리엑터로 불리는 큰 수조 안에서 재배되고 있는&#160;육상&#160;양식&#160;김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풀무원
충북 오송 소재 풀무원기술원의 연구원이 바이오리엑터로 불리는 큰 수조 안에서 재배되고 있는 육상 양식 김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풀무원
 

과거 '바다의 잡초'라 불리며 서양인들에게 외면받던 김의 위상이 달라졌다.감자칩이나 팝콘을 대체할 만한 저칼로리 건강 스낵은 물론 냉동김밥 등의 주재료로 최근 인기를 끌면서 K푸드 열풍의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그 결과 김 수출국은 2010년 64개국에서 지난해 124개국으로,수출액은 1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며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갈아치웠다. 

김은 이제 '바다의 반도체'로 불린다.반도체가 수십 년간 한국 경제를 이끈 것처럼 김도 어엿한 수출 효자 품목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하지만 마냥 웃을 순 없는 처지다.수온 상승이나 자연재해,인력 고갈 등 기존 해양 양식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최근엔 육상 재배가 떠오르고 있다. 불가항력적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생산량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담겼다.김 산업의 부흥기를 놓치고 싶지 않은 기업과 정부는 발 벗고 나서 김을 연안에서 뭍으로 올리고 있다.  

 
줄어든 공급,늘어나는 수요
12일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량은 3만5446톤으로 2022년 3만470톤 보다 16.3% 증가했다.수출액 역시 6억4800만달러(약 8937억원)에서 7억9300만달러(약 1조936억원)로 늘었다.하지만 같은 기간 생산량은 반비례해서 줄었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3년산(2022년 10월~2023년 5월) 김 생산량은 1억4127만 속으로 전년 (1억5172만 속)에 비해 6.9% 감소했다. 

한국은 전세계 김 점유율의 70%가량을 차지하지만 최근 한국 해역이 놓인 상황을 보면 미래를 낙담하기 어렵다.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5년간(1968년~2022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이 약 1.36˚C 상승했기 때문이다.이는 전 지구 평균과 비교해 약 2.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생장 시 온도에 민감할뿐더러 겨울철 자라나는 김에 이는 치명적이다. 

여기에 일조량 감소에 따른 갯병과 영양염 부족으로 인한 황백화 현상 등이 반복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이는 고스란히 가격 상승을 초래했고,우기 비키니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었다.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5월 김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8% 상승했다.이에 코스트코의 경우 이달 초부터 PB(자사브랜드) 커클랜드 김을 기존 9890원에서 1만2490원으로 26.3% 올리기도 했다.

공급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K푸드 열풍을 탄 김의 상승세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해외 시장 역시 이러한 가격 인상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조미김부터 김부각,김밥 등 김을 기반으로 한 K푸드는 프리미엄 제품이 아니어서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더욱이 탄탄한 공급을 바탕으로 저변을 넓혀야 할 시기에 공급망 차질에 대비할 대안이 부족하다면 김이 세계 무대에서 반짝 주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정부,육상 양식으로 글로벌 시장 정조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우기 비키니정부 모두 육상 양식에 뛰어들고 있다.먼저 기업 중 풀무원과 스마트씨코리아의 활약이 돋보인다.먼저 풀무원은 2021년부터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다.바이오리엑터(생물반응조)로 불리는 큰 수조를 활용한 게 특징이다.생물반응기는 마치 체내에서 물질의 합성,분해,에너지 대사 등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처럼 효소나 미생물과 같은 생체촉매를 투입해 동일한 화학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풀무원은 올해 3월 육상수조식해수양식업 허가를 취득하고 충북 오송에 위치한 풀무원기술원에서 월 10kg 이상의 육상 양식 물김을 생산하고 있다.이렇게 생산된 김은 중금속 함량이 최대 37배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힘입어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5월에는 육상 양식 물김을 활용한 첫 메뉴로 들깨물김칼국수를 출시했다.풀무원은 올해 대량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2025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스마트씨코리아는 육지형 김 양식 거치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기존 바다 양식에 쓰이던 부류식과 지주식의 강점을 결합했다.육상 수조 안에 김 종자가 부착된 그물을 적층으로 쌓아 올리는 방법을 통해 면적을 5평으로 축소한 반면 생산성은 2.4배 높였다.집적 효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여기에 해양의 경우 5개월(11~3월) 동안 월 1번 수확이 가능하지만 스마트씨코리아의 육상 수조에선 월 3번,연중 가능하다. 

무엇보다 2021년부터 3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축적된 데이터는 회사의 강점이다.김 양식 과정에서 영양소 종류와 투여 시기,햇빛 광량 조절 등 고품질 김을 위한 최적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전북 김제시에 스마트팜 양식장을 세웠으며 오는 10월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다. 

연간 195만속의 마른김을 생산하는 대상도 나섰다.2018년 설립한 해조류 연구센터를 통해 지난해부터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비교적 후발주자로 꼽히는 만큼 향후 20억원을 투입해 관련 역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앞서 9일 해양수산부는 내년부터 김 육상 양식을 위해 연구개발을 결정하고 5년간 350억원 규모의 예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외부 환경으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육상 공간의 필요성을 실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국가 차원의 사업 개발로 향후 육상 양식 기술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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