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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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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인류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준 발견'에 주어지는 상,노벨상은 어떤 주제에 주목하고 있을까요.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여는 노벨 심포지엄의 주제 가운데 5년 이내에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영원에 가깝도록 빛나는 태양을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면 인류는 진정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얻게 될까요.그 꿈을 현실로 바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혁신 소재가 바로 페로브스카이트입니다.

뛰어난 효율과 간단한 제조 공정,유연한 특성까지 갖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건물 외벽과 자동차 지붕,슬롯 페이라인우주선 등에서 에너지 혁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노벨상 후보로도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를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노벨상 수상자 예측.이서연,Patrik Tschudin(W),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제공
페로브스카이트 노벨상 수상자 예측.이서연,Patrik Tschudin(W),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제공
● 새로운 소재를 태양전지에 접목한 인물들,노벨상에 다가서다

2019년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연구소의 요하네스 렐리펠트 교수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매년 전 세계에서 약 830만 명이 사망하고 이 중 61%인 510만명은 화석연료 사용이 야기한 대기오염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고 밝혔습니다.

화석연료가 기후변화를 유발해 간접적으로 인류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이 연구는 화석연료가 직접적으로도 인류의 목숨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때문에 과학자들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이며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태양전지입니다.태양전지는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하는 기술로 반도체에 빛이 닿으면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기를 생성하는 원리를 이용합니다.태양은 공짜 에너지일 뿐만 아니라 지구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집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태양전지의 상용화는 한층 더 현실에 가까워졌습니다.'페로브스카이트'라는 혁신적인 소재 덕분입니다.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흡수하는 데 탁월해 에너지 전환 효율이 높고 전기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제조 과정이 간단하고 비용이 낮아 대량 생산에 적합합니다.가볍고 유연한 특성 덕에 웨어러블 기기나 휴대용 태양전지와 같은 다양한 응용까지 가능하니 태양전지로 쓰이기 위해 발견된 물질이 아닌가 싶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가 과학계의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은 노벨 심포지엄에서 다뤄진 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2023년 스웨덴 스톡홀름과 웁살라주에서 페로브스카이트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노벨 심포지엄은 과학계의 주목할 만한 주제를 선정해 논의하는 자리로 이곳에서 다뤄진 주제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구조 - 가장 아래에 위치한 유리 기판과 전도성 기판층이 전류를 전도하고그 위에 있는 전자 수송층이 전자를 수집한다.한가운데 페로브스카이트층에선 태양광을 흡수해 전자를 생성한다.여기서 생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구조 - 가장 아래에 위치한 유리 기판과 전도성 기판층이 전류를 전도하고그 위에 있는 전자 수송층이 전자를 수집한다.한가운데 페로브스카이트층에선 태양광을 흡수해 전자를 생성한다.여기서 생성된 전자는 전자수송층을 통해 이동하며 맨 위의 전극층은 전류를 외부로 전달한다.이런 다층 구조는 높은 광전 변환 효율을 지원한다.Solliance,Fabian Ruf 제공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아토초(100경분의 1초) 연구도 2023년 심포지엄에서 다뤄졌고 201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는 2017년 심포지엄에서 논의됐습니다.또 작년에 큰 이슈를 낳았던 AI 기반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 역시 2023년 AI 관련 심포지엄으로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23년에 태양전지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던 겁니다.김희선 인하대 화학과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는 이제 실용화라는 산만 넘으면 된다"며 노벨상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분야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이 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구자 가운데는 한국인도 있습니다.일본의 츠토무 미야사카 토인요코하마대 교수,스위스의 미하엘 그라첼 로잔공대 교수와 함께 한국의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대표적인 후보로 꼽힙니다.

그라첼 교수는 1991년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개념을 처음 제안하며 페로브스카이트 연구의 기초를 마련한 인물로 태양광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미야사카 교수는 기존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흡수층에 처음으로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했습니다.이 연구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가 우수한 광전 특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최초로 제시했습니다.

박 교수는 2012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방식을 개발했습니다.당시 페로브스카이트는 성능은 뛰어났지만 액체 전해질 환경에서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박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며 안정성과 효율을 대폭 향상 시켰습니다.

약 10%의 에너지 전환 효율을 달성했고 이 연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어요.세 과학자 모두 2023년 열린 태양전지 주제 노벨 심포지엄에 연사로 초대돼습니다.

제자들과 페로브스카이트를 연구중인 박남규 교수.이서연 제공
제자들과 페로브스카이트를 연구중인 박남규 교수.이서연 제공
● 높은 광효율,강한 전도율…태양전지 최적화를 위해 태어난 소재

페로브스카이트의 우수한 광전 성능은 소재 특유의 전자구조에서 비롯됩니다.태양전지에 사용되는 페로브스카이트는 ABX3 화학식을 가지며 A는 유기 또는 알칼리 금속 양이온,B는 금속 양이온,X는 산소 또는 할로겐 음이온으로 구성됩니다.

2025년 1월 8일 이진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은 소재의 전자밴드 구조"라며 "밴드갭 조절 가능성이 이 소재가 다양한 구조의 태양전지에 활용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밴드갭'은 전자가 빛 에너지를 흡수하여 전도 상태로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에너지 크기를 의미합니다.실리콘과 같은 기존 소재는 밴드갭을 조절하기 어려운 반면 페로브스카이트는 금속 양이온(B)과 음이온(X)의 조성을 바꿔 밴드갭을 쉽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속 양이온 자리에서 납(Pb²+)를 주석(Sn²+)으로 대체하면 밴드갭이 좁아져 적외선 영역까지 흡수할 수 있습니다.음이온 X 자리에서 브롬(Br-)을 아이오딘(I-)으로 교체하면 밴드갭이 줄어들어 더 긴 파장의 빛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광의 다양한 파장을 흡수하는 태양전지로 최적화될 수 있습니다.또한 페로브스카이트는 소재 내부에 존재하는 결함에도 우수한 전도 특성을 가지는데요.일반적으로 반도체 소재 내부의 결함은 전하 이동을 방해하는 '트랩 준위'를 형성해 전도 특성을 떨어뜨립니다.

트랩 준위란 전자가 이동 중에 잠시 갇히는 에너지 함정입니다.페로브스카이트의 경우 이런 에너지 함정이 전자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위치,전자가 잘 이동할 수 있는 고속도로인 전도대나 가전자대 가까이에 생성됩니다.덕분에 전자의 이동이 크게 방해받지 않고 효율적인 전도 특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유의 유기-무기 혼합 결정 구조 덕분에 이온들이 동적으로 재배열되면서 결함이 있더라도 그 영향을 완화합니다.이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는 결함의 영향을 자발적으로 최소화하는 능력을 가져 태양전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자소자용 소재로 매우 유망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도시와 하늘,우주까지 …페로브스카이트가 바꿀 미래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국제 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3 전 세계 태양광 시장 개요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약 4GW에 불과하던 태양광 발전 용량은 2023년 1.6TW(1624GW)를 넘어섰습니다.이는 매년 약 9.27 기가 톤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2%를 감축할 수 있는 셈입니다.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인류의 도전에서 태양광 발전은 빼놓을 수 없는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특히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연하고 가벼운 특성을 가진 이 소재는 건물 외벽,자동차 지붕,유리창,심지어 드론과 우주선에까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외벽과 창문으로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건물,온라인 도박장연료없이 1년 동안 성층권을 비행하며 지구를 관측하는 드론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가능하기 위한 핵심 기술은 대량 제조 기술과 수명 확보 기술입니다.연구실 단계를 넘어선 대량 제조기술 개발을 위해 다양한 기업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기존 태양전지에 비해 비교적 짧은 수명은 과학자들에 의해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구하기 힘든 아프리카 지역에선 태양전지를 활용해 사용할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에너지 민주화’를 추구하고 있다.GlobalGiving 제공
에너지를 구하기 힘든 아프리카 지역에선 태양전지를 활용해 사용할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에너지 민주화’를 추구하고 있다.GlobalGiving 제공
페로브스카이트는 에너지의 민주화를 앞당길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에너지 민주화는 에너지를 만드는 자본과 권력 구조가 중앙에 집중되는 것이 아닌 개인과각 지역에 분배되는 개념을 뜻합니다.전력망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도 에너지 자급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SF스토리 같은 미래는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이미 페로브스카이트의 상용화는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영국의 세계적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기업 옥스퍼드 PV는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을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를 개발해 독일 브란덴부르크에 100MW 규모의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2022년부터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한국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는데요.한화솔루션의 자회사 큐셀은 대면적 탠덤 셀에서 28.6%라는 세계 기록적 효율을 달성하며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이러한 진보는 설치 면적과 설치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며 태양광 발전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더 이상 가능성에 머무르지 않습니다.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 끝에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이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태양광 패널을 넘어 우리의 도시와 하늘,나아가 우주까지 혁신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시대가 이제 막 펼쳐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2월호,[미리 보는 노벨상]② 인류를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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