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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재계의 세대교체 <6>HD현대

HD현대 이끄는 정기선 리더십ROTC로 복무,널배부친의 30기 후배
보스턴컨설팅그룹서 2년간 근무
연세대 12년 후배 만나 연애결혼
현대가‘선’자 돌림 3세들과 친해
빌 게이츠와 친분,해외 인맥 화려
올해 초 CES2024 기조연설 눈길

창업주 정주영(1915~2001) 명예회장은 현대중공업을 여섯째 아들인 정몽준(73)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에게 물려줬다.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이사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뒤 1982년 형제들 중 가장 이른 나이인 31세에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1987년 회장에 올랐던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을 국내 10대 그룹까지 끌어올렸지만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부친 정계 진출 뒤 전문경영인 체제

정 이사장은 미국 유학 시절 김영명(68) 예올 이사장과 만나 1년 연애 뒤 1979년 결혼했다.2001년 설립한 예올은 서울 사직단 복원,울산 울주 반구대 암각화 보존 등 문화재 보호 지원 재단이다.김 이사장은 김동조(1918~2004) 전 외무부 장관의 4녀로 둘째 언니 영숙(78)씨의 사위가 홍정욱(54) 전 헤럴드미디어 회장이고,셋째 언니 영자(73)씨의 사위가 방준오(50) 조선일보 사장이다.

정 이사장과 김 이사장을 연결해 준 이가 넷째 형수인 이행자(79) 여사다.이 여사가 셋째 아들 정대선(47)씨와 노현정(45) 전 KBS 아나운서의 만남을 반대하고 있을 때 정 이사장이 이 여사를 설득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이게 가능했던 건 둘째 형 정몽구(86)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과 정 이사장이 요절한 넷째 형 정몽우(1945~1990)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세 아들을 친자식처럼 챙겨 왔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또 지난해 초 대선씨가 대주주로 독자 운영하던 건설업체 에이치엔(HN)이 경영난에 빠지자 사재를 털어 약 100억원을 건네기도 했다.HN은 지난해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결국 우오현(71) SM그룹 회장의 차녀인 지영(46)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태초이앤씨에 인수됐다.

●“다양한 의견 경청” 인턴기자 경험

정 이사장의 2남 2녀 중 장남인 정기선(42) HD현대 부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아버지처럼 학생군사교육단(ROTC) 43기로 임관해 2007년 701특공연대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정 이사장의 ROTC 30기 후배인 셈이다.

정 부회장은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정 이사장의 권유로 2007년부터 동아일보 인턴기자 생활을 했다.동아일보는 정 부회장의 작은할아버지,즉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 정신영(1931~1962) 기자의 첫 직장이기도 하다.이후 정 부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으나,유학길에 올라 미국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마쳤다.그 후 2년 동안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했다.이때 세계적인 기업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현장에서 혹독한 실무 경험을 쌓았고,글로벌 기업들의 선진 경영기법 등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그리고 2013년 6월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 부장으로 재입사했다.

정 부회장도 아버지처럼 대기업 간 사돈을 맺는 재벌가 혼맥 형성에 얽매이지 않고 2020년 연세대 동문 12년 후배인 정현선(30)씨와 연애결혼했다.교육자 집안 출신으로 알려진 현선씨는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아시아학부를 졸업했다.대학 재학 시절 연세대 홍보대사와 아산정책연구원·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아산서원에서 활동했다.2018년 미국 공화당 마이크 켈리 하원의원의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결혼 뒤 현선씨가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22년 7월 28일 정조대왕함(이지스 구축함) 진수식 때였다.

●세 동생 중 장녀만 아산나눔재단 활동

장녀 정남이(41)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연세대 철학과를 다니다 유학을 떠나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음대를 졸업했고,MIT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2012년까지 세계 3대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에 다니기도 했지만 2013년 1월 아산나눔재단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재단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철강회사인 유봉의 서승범(49) 대표와 결혼했는데,서 대표의 매형이 박지원(59) 두산그룹 부회장이다.

차녀 정선이(38)씨는 미국 MIT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다 만난 백종현(41)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백씨는 미국 건축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며 선이씨도 미국에서 지낸다.

막내아들 정예선(28)씨는 연세대 철학과 재학 시절 편의점 아르바이트,힙합동아리 활동 등을 하며 재벌 3세라는 사실을 주변에서 몰랐을 정도로 평범하게 지냈다.공군 방공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고 올해 KB증권에 입사했다.

정 부회장의 동생 셋은 HD현대 및 계열사 지분이 하나도 없다.정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 없이‘원톱’으로 정 이사장의 뒤를 이어 HD현대의 총수가 되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중동부터 美 IT까지 강력한 해외인맥

정 부회장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또래의 재계 인물은 장선익(42) 동국제강 전무,유석훈(42) 유진그룹 사장,김건호(41) 삼양홀딩스 사장,이규호(40) 코오롱 부회장 등으로 알려졌다.장 전무와 유 사장은 정 부회장과 청운중,연세대 동문이기도 하다.

국내 최고경영자들 가운데는 구광모(46) LG그룹 회장,김동관(41) 한화그룹 부회장,조현상(53) 효성그룹 부회장,신유열(38) 롯데 전무,허세홍(55) GS칼텍스 사장,박지원(59) 두산에너빌리티 회장,한상원(53) 한앤컴퍼니 대표,송인준(59) IMM 대표 등과 친분이 두텁다.

정 부회장은 또 친척 가운데는 사촌형인 정의선(54) 현대차그룹 회장과 가깝게 지낸다‘몽’자 돌림의 현대가 2세대들은‘왕자의 난’등을 겪으면서 다소 서먹해진 면이 있지만‘선’자 돌림의 3세대들은 경영 일선에서 자주 만나면서 어색함 없이 서로 돕고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해외 인맥이 강하다.야시르 알루마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아민 나세르 아람코 사장,로버트 머스크 우글라 머스크 의장,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피터 틸 팰런티어 공동창업자와 앨릭스 카프 최고경영자(CEO),제러미 위어 트라피구라 회장,파트리크 푸야네 토탈에너지스 회장,조지프 배 KKR 글로벌 대표,대니얼 예긴 S&P 글로벌 부회장 등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2024에서 기조연설을 했고,4월 사우디에서 열린‘세계경제포럼 특별회의’에 16명의 공동의장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판교 글로벌센터 어린이집 정평

수주를 위한 해외 활동에 열심인 정 부회장은 안으로는 새로운 조직 문화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정 부회장은 창사 50주년인 2022년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널배직원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뒤 자녀 유치원비 지원,직장 어린이집 개원,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했다.특히 경기 판교 HD현대 글로벌 R&D센터 내에 있는 어린이집‘드림보트’는 국내 최고의 환경과 운영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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