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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오차범위 내라고 하지만
고2 '학력미달' 수학은 6명 중 1명,푸마 팔레르모국어 10명 중 1명
심각성 여전…단시간 내 성과 내기 어렵다는 데 공감
"초등학교 때부터 격차 줄여야…지속 예산지원 필요"
[세종=뉴시스]김정현 정유선 기자 = 우리나라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문제가 등교 수업이 중단됐던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를 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기초학력 저하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1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날 발표한 202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고등학교 2학년에서 기초학력 미달인 '1수준' 학생 비율은 수학이 16.6%였고 국어가 8.6%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평가 결과(중간값 추정치)와 견줘 보면 수학은 1.6%포인트(p) 높아졌고 국어도 0.6%p 상승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이런 추세가 전수 평가가 아닌 표본집단 평가인 점을 고려하면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변화라고 설명한다.1년 전보다 전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규모가 늘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 그리고 표집평가 도입 초기와 견주면 학력미달 학생이 늘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고2 국어·수학 미달률은 이 평가가 전체 학생의 3%를 표집해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뀐 2017년 이래 최고치다.2017년에는 국어 5.0%·수학 9.9%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이전 실시된 2019년 같은 평가 결과와 비교하면 국어 1수준 비율은 4.6%p 증가하고 수학은 7.6%p 높아졌다.같은 기간 중상위권인 '3수준 이상' 추이를 보면 국어는 25.4%p,수학은 9.6%p 각각 하락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의 학력미달 문제가 더 악화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
1년 전과 비교한다면 학력이 저하됐다고 말하기 어렵고 오히려 일부 과목에서는 개선되는 모습이 보였다.
전년도와 견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난 교과는 중3 영어로 1수준은 8.8%에서 6.0%로 감소했고 중상위권인 3수준 이상은 55.9%에서 62.9%로 늘었다.
그러나 이 평가에서 말하는 '1수준'은 교과서에 나온 내용(교육과정 성취기준)조차 이해하지 못해 이를 따라가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학생들을 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심각성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조사 결과는 고2 학생 전체 7.3%~9.8%(95% 신뢰구간·표준오차 0.65)가 1수준이며 수학은 고2 전체 14.7%~18.4%(표준오차 0.93)로 추정된다는 의미다.
고2 학생 10명 중 1명 꼴로 국어를,푸마 팔레르모6명 중 1명 꼴로 수학 교과서를 이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달은) 이론상으로 따지면 최소한 5% 미만이 돼야 되는 게 맞다"며 "10%에 근접하거나 10%가 넘어 버린다는 것은 일종의 경고 신호라는 걸 보내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교육회복 종합 방안을 마련했고 윤석열 정부 시기인 지난해 6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현 정부 대책은 ▲초3·중1 '책임교육학년' 지정 및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전수 실시 권고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을 통한 수준별 맞춤형 교육 추진 ▲자율형 사립고 등 고교 유형 다양화 ▲교사 행정업무 경감으로 수업 질 제고 및 학교 자율성 확대 등이 주요 골자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단시간에 효과를 내긴 어렵다고 말한다.애초 기초학력 미달의 원인은 오랜 시간 학습 결손이 누적되면서 쌓인 것인 만큼 단시간에 이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습이라는 것은 아는 것을 바탕으로 그 위에 쌓아가는 것인데 아는 게 없으면 물을 부어도 다 빠져나가 버린다"며 "중3과 고2에서 기초학력 미달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기 어렵다.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해서 이 학생들이 중3이 되는 10년이 지나야 의미 있게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해법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다.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공교육에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내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과거처럼 전수평가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학력 미달' 수렁에 빠지면 수습이 어렵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이 수준이 뒤처지는 학생이 있는지,어느 정도 수준인지 해당되는 것을 분명히 파악을 해 나가야 된다"며 "AI 교과서를 주더라도 (미달 학생들은) 이미 문제를 푸는 데 대한 관심이나 흥미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전수평가는 불필요한 서열화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부모 찬스'를 반영해 학력 격차의 사회적 배경을 정밀 조사하거나,교육과정을 고쳐 불필요한 학습량을 줄이고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는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거의 한 70~80% 되는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 공교육이 갖고 있는 딜레마를 면밀히 봐야 한다"며 "수학은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외국에 비해 난도가 높고 분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지나치게 어렵고 많이 가르친다는 지적에 대한 방법론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관점에 따른 차이는 있어도 학습결손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사걱세는 전날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교육회복 종합방안의 효과 분석 및 지속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학습결손 등에 대처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 예정대로 내년에 종료돼 예산 지원이 없어지면 코로나 교육격차 극복은 요원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20점 이상에서 50점 사이에 있는 학생들이 60점 이상이 되도록 도와주는 '기본학력' 보장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며 "국가가 신경을 쓰면서 학급 내에서 혹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해줘야 제대로 학습을 할 수가 있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