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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10명 중 8명 이상이‘산재 카르텔이 있다’는 정부 주장이 노동자 권리를 축소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2일 산재보험 60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열린‘산재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산재보험 개선 과제’토론회에서 지난 3월27일부터 5월16일까지 진행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노동자 2845명 참여) 결과를 발표했다.이번 토론회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산재 카르텔 감사 이후 산재보험 제도 개편에 나서겠다고 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노동건강연대·민주노총 등이 꾸린‘윤석열 정부 산재보험제도 개악 대응 함께’가 주최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산재 노동자들에게‘산재 카르텔‘나이롱 환자’라고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83%가‘산재 노동자를 비난하며 보호와 권리를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응답했다.
노동자 A씨는 설문조사 주관식 답변에서 “(정부의‘산재 카르텔’여론몰이 이후) 산재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못받고 요양이 종결되거나 산재 승인을 못받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B씨는 “한 명의 도둑을 잡자고 (산재보험제도를 개편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산재환자 전부를 도둑으로 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재보험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응답은 32%에 불과했다.잘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1014명에게 그 이유(복수 응답)를 물어보니‘산재가 불승인되는 경우가 많아서’(29.9%)가 1위였다‘산재 결정 기간이 오래 걸린다’(27.0%)‘산재 신청이 어렵고 복잡하다’(26.7%) 등이 뒤를 이었다.산재보험 개선 과제(복수 응답)는 산재 인정 기준 확대(48.2%),모든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38.6%),산재 절차 간소화와 기간 단축(33.6%) 등이 꼽혔다.최 상임활동가는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더 많은 노동자가 아플 때 제대로 쉬며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문턱을 낮추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 2월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감사에서 부정 사례가 적발되지 않은 업무상 질병‘추정의 원칙’을 손질하겠다고 했다.추정의 원칙은 뇌혈관·근골격계 질환 등 특정 질병의 경우 업무와 질병 간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일부 현장조사 절차를 생략하는 것으로,산재 처리 기간 단축을 위해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됐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는 대상이 매우 좁고,메가 파워볼처리 기간도 상당히 길어 도입 취지가 무색할 만큼 실효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오히려 추정의 원칙 적용 범위를 넓히고 처리 기간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다.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 중 4.2%만 추정의 원칙이 적용됐고,처리 기간은 119.1일이었다.현 사무국장은 “노동부는‘현장 조사 생략에 따른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는데 추정의 원칙 적용을 받은 신청 건의 74.9%는 현장 조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현 사무국장은 장기요양환자 비중 축소를 위해 표준요양기간 운영이 필요하다는 노동부 주장에 대해선 “산재보험을 둘러싼 제도적 개선 없이 표준요양기간을 운영하고,메가 파워볼장기요양환자를 관리하면 아픈 노동자의 요양을 강제로 중단하는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