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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즈베즈다(ZVEZDA) 조선소로부터 4조85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삼성중공업이 미리 받은 8억달러(약 1조900억원)를 두고 국제 소송이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증권사들은 당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중공업 주식은 13일 오후 1시 24분 유가증권시장에서 8980원에 거래됐다.전날보다 1.75%(160원) 내리면서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9000원 선이 깨졌다.장 초반 주가가 878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이 전날 장 마감 후 즈베즈다 조선소의 계약해지 통보를 공시한 영향으로 보인다.삼성중공업은‘선주사(즈베즈다 조선소)가 지난 11일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불이행을 주장하며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납입한 선수금 8억달러와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삼성중공업은 싱가포르 중재 법원에 제소해 계약 해지의 위법성 및 반환 범위 등을 다투기로 했다.
시작은 2019년이다.삼성중공업은 당시 즈베즈다 조선소와 총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5척,북해용 셔틀탱커 7척 등 총 2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맺었다.이 중 5척은 건조해 인도를 마쳤다.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 조선소와 2020년 11월과 2021년 10월에 남은 17척 관련 선박 블록(선박을 여러 구획으로 나눠 미리 만든 철 구조물) 및 기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삼성중공업이 선박 블록 등을 제작해 즈베즈다 조선소로 보내면 현지에서 최종 조립해 건조하기로 한 것이다.계약금액은 총 42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조8000억원) 규모였다.즈베즈다 조선소는 선수금으로 8억달러를 지급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부터 대(對)러시아 제재가 시작됐고 미국 정부가 즈베즈다 조선소를 특별 제재 대상(SDN)으로 지정하면서 거래가 불가능해졌다.이때부터 사업 무산 가능성이 거론돼 왔는데,라스베가스 레이더스결국 국제 소송으로 이어지게 됐다.
증권사들은 당장 삼성중공업 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설계 단계에서 사업이 중단됐던터라 미리 구입한 자재가 없고,라스베가스 레이더스건조 역시 즈베즈다 조선소 현지에서 진행하기로 한 만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독(Dock·선박건조장) 운영 일정에 잡혀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재로 (즈베즈다 조선소가) 선박 건조대금을 지불할 수 없어 (삼성중공업이)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던 물량으로 기존 삼성중공업의 다른 수주물량 건조 일정엔 문제가 없다”며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계약을 빼도 290억달러의 수주잔고(확보한 일감)를 보유 중”이라고 했다.
관건은 충당금 설정 여부와 그 규모가 될 전망이다.증권사들은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9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 2615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까지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선수금 약 1조900억원 중 충당금을 얼마나 설정하는지 등에 따라 흑자 폭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 드릴십 관련 계약 해지 소송을 겪었는데 당시에도 충당금을 쌓아뒀다가,라스베가스 레이더스2020년 승소하면서 다시 환입한 사례가 있다.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충당금 설정 등은 오는 2분기 실적 발표 때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충당금이 당장 적용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소송은 선수금 관련 공탁이나 충당금을 쌓지는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소송이 몇 년은 걸릴 것으로 보여 당장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