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 수사를 맡았던 검사 탄핵안을 발의한 데 대해 3일 현직 검사장 절반 이상이 비판에 나서는 등 검찰 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송경호 부산고검장이 5월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재명 전 대표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은 이날 오후 3시쯤 “나를 탄핵하라!”는 제목의 글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렸다.송 고검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이 위헌‧위법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실무를 담당한 후배 검사들 대신 이 전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총괄했던 나를 탄핵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김영일 서울고검 검사(전 수원지검 2차장)도 이 글에 댓글을 달아 “수사팀장으로서 수사를 지휘했던 저를 탄핵해야 할 것”이라며 동조했다.
대검찰청이 이원석 검찰총장의 전날(2일) 기자회견 요지를 정리해 올린 게시글에는 검사 수백명이 댓글을 달아 민주당 비판에 나섰다.전국의 현직 검사장급 인사(45명)도 절반 이상 동참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연합뉴스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재판을 이끌고 있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우리나라의 법치가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몰랐다”며 “삼권분립이 명확히 규정된 대한민국 헌법 하에서 입법부의‘탄핵소추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잡혀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적었다.양석조 대검 반부패부장은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직분을 다한 공직자를 탄핵하는 나라를 그 누구도 법치국가라 부를 수 없을 것”이라며 “헌법상 탄핵이 망치가 되어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고 썼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수사·재판을 담당하는 김유철 수원지검장은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엄브아카 바냐총장께서 명징하게 밝힌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하자”며 “그리고 우리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안병수 수원지검 2차장도 “물극필반(物極必反·모든 사물은 극에 달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이라며 “그때까지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영진 전주지검장은 “무수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부패한 정치인 또는 그가 속한 정치세력이 검사를 탄핵한다는 건 도둑이 경찰 때려 잡겠다는 것”이라며 “입법 독재를 넘어선 입법 폭력”이라고 적었다.정유미 창원지검장은 “몇 년 새 광기 어린 일부 인간들의 무도함이 빠른 속도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과연 그들은 훗날 역사 앞에 이 죄를 어떻게 씻으려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검사(강백신)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로의 회부 동의의 건이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
이밖에 “비정상적이고 무책임한 시도”(박세현 서울동부지검장) “이리 가벼이 탄핵을 한다고 하니 검사로서 참담할 뿐”(박영빈 청주지검장) “억지 탄핵으로 그물을 찢으려 해도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 없다”(박기동 대구지검장) “탄핵 사유에 대한 최소한의 소명도 없다”(박재억 인천지검장) “30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의‘강 검사가 연행되면 이 검사가,엄브아카 바냐이 검사가 연행되면 김 검사가 하면 된다’는 장면이 떠오른다”(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등의 의견도 나왔다.
이 전 대표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은 “언젠가 이런 정치적 보복과 압력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수사팀에서 사소한 절차상 시비도 없도록 수사했다”(최재순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 “탄탄한 수사와 공소유지에 달리 수가 없었던 모양”(윤병준 서부지청장) 등의 의견을 냈다.탄핵 대상이 된 김영철 검사가 차장으로 있는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들은 집단으로 민주당의 검사 탄핵안 발의에 항의하는 성명을 냈다.이들은 “맡은바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소추 대상으로 삼아 직무를 정지시키면 우리 사회와 국민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다른 검사들도 “어떤 상황에서도 검찰 본연의 임무를 다하자.탄핵 대상이 된 검사들에게 마음과 힘을 보태겠다”는 글을 올렸다.
변호사단체인 사단법인 착한법만드는사람들 역시 “무분별한 탄핵 남발은 위헌”이라며 “수사기관 길들이기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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