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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에서 첫 서예전
“어머니 따라 출가 55년 수행
모든것은 마음에 달려있어”
일본서 불교 유식학 박사 밟고
비구니 출신 첫 총무원 부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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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부터 서울 인사동에서 생애 첫 서예전을 여는 스님은 “글씨가 창피하다”며 “아이고 괜히 나가서 몰매를 맞고 있다”며 부끄러워했다.최근 2년 사이 쓴 붓글씨 46점이 경인미술관 1·2층을 채우고 있다.대부분이 반야심경 260자부터‘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청정심시불(淸淨心是佛),선묵일여(禪墨一如) 등 불교 관련 구절이다.욕심이 없어서 그런지 소박하고 맑은 글씨다.
붓을 든지는 꼬박 22년째.젊은 시절에도 배워볼까 궁리하다 성철 스님으로부터 수행이나 하라는 야단을 맞고 중단했다.그 사이 강원과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서 9년간 공부하며 석·박사를 밟고 봉녕사에서 학인 스님들을 가르쳤다.그러다 오십 줄에 한 스승을 만나 “늙은 저도 되겠어요?”라고 용기를 내었다.서예의 매력은 뭘까.
“붓끝에 마음이 가면서 잡념이 끝내주게 없어져요.제가 심장이 나빠서 기운이 없는데 붓을 잡으면 써지거든.일어나는 망상이 까만 글씨에 묻히죠.붓을 쥘 팔힘만 있으면 되니까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같아요.”
과거에는 스님처럼 전쟁과 가난에 가족이 줄줄이 출가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성철스님의 딸 불필 스님,청담 스님의 딸 묘엄스님의 이야기도 유명하다.불필 스님은 “한 번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른 적이 없었다”고 했다.탁연 스님도 마찬가지다.“한번도 어머니 소리도 못했어요.어머니라는 소리는 어설픈 소리로 들려요.혀가 잘 안 돌아가.스님이라는 말이 훨씬 정겹죠.”
모친인 벽해 스님은 지병으로 지난 2019년 입적했다.마지막 10년을 스님이 경남 사천 용화사에서 모셨다.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수행자의 삶은 어땠을까.
“참 좋은 것 같아요.불교에서 말하는 용어를 써도 말이 잘 통하니까.척하면 척이죠.”
20여 년 전 종단 총무원 부장으로 임명되자 어머니는 “안 올라가면 안 될까.있는 듯 없는 듯 살지”하며 만류했다.
“총무원 부장이 본사 교구 주지급이예요.아직 비구니 가운데 본사 주지는 한명도 나오지 않았지요.그나마 한국 불교가 남방불교보다 여성의 지위가 높지만 아직 사회 평균보다는 낮은 셈이지요.”
스님은 평소 신도들에게‘나답게 살라’는 말을 많이 건넨다.
“저도 참선할 체력이 안 됐어요.허리가 아파서 오래 버티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죠.병치레도 많이 하고 간도 나쁘고.한번은 작은 암자 주지를 하는데 신도님들이 하소연하고 가면 그게 너무 크게 와닿아서 한 달 정도 아팠어요.주지는 못하겠다 싶어서 공부를 파고들었죠.”
그는 이어 “모두가‘답게’만 살 줄 알면 만사형통”이라며 “자기 선 자리에 맞게,안스에어컨학생은 학생답게 교사는 교사답게 그러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답게’만 살면 부처가 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일본 리쇼대학에서 유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유식학은 일체유심조,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작용하는 거라는 겁니다.말 한마디,안스에어컨행동 하나가 다 업이 돼 팔식이라는 창고에 쌓이게 돼요.노력하고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거지요.”
모두에겐 각자에게 맞는 수행법이 있다.“참선을 못하는 나 같은 입장에선 염불해야 합니다.목탁 소리와 염불 소리가 한 덩어리가 돼 너무 좋지요.그런데 30분 하면 지쳐요.그래서 경전을 봤지요.독경·사경을 하든지 뭐든지 해보고 나에게 맞는 걸 잘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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