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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산업 보호 명분…"프랑스가 독일 車업계 저격"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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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이 헝가리를 제치고 유럽연합(EU) 내 새로운 '비토국'으로 떠올랐다.독일은 자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징벌적 관세는 물론 대러시아 추가제재도 반대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에 따르면 EU가 러시아의 제재 우회를 막기 위해 수개월째 논의 중인 14차 제재안에 회원국 가운데 독일이 유일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가 제재 초안에는 EU 항구를 통한 재수출 금지 등 액화천연가스(LNG) 제재와 함께 제3국에서 러시아로 제재물품을 재판매할 수 없도록 EU 회원국 업체의 해외지사에 사업계약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제재가 적용되는 이중용도 물품(군사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이 카자흐스탄과 튀르키예 등 인접국을 거쳐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는 우회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비상시에는 정부가 의심스러운 거래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재안에 담겼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러시아 경제 타격보다 자국 기업 피해가 더 크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SZ는 전했다.
그동안 EU의 러시아 제재에 번번이 어깃장을 놓아온 '친러시아 국가' 헝가리도 추가 제재안에는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한 EU 외교관은 "우리 모두 자유와 가치를 위해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며 "독일은 자국이 예외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독일은 EU가 지난 12일 예고한 중국산 전기차 추가 관세도 공개적으로 반대한다.
폴커 비싱 교통장관은 dpa통신에 "누구도 중국과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독일에는 재앙이고 EU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 등 완성차업체가 몰린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빈프리트 헤르만 교통장관도 "EU의 가장 어리석은 발상이다.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정부와 자동차업계는 중국의 보복관세뿐 아니라 중국 업체와 합작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도 21%의 추가 관세를 물게 됐다며 직접 피해를 우려한다.독일업체 BMW는 전기차 iX3를 전량 중국에서 생산에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 전기차 모델 스마트도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중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시장 점유율이 앞으로 몇 년간 5% 미만에 머문다는 기존 전망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다른 종류의 차량이나 산업 부문에 광범위하게 보복할 경우 독일 자동차 업계가 가장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자동차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 거의 진출하지 않은 프랑스가 독일 업체들을 겨냥해 고율의 추가관세를 관철했다는 음모론도 나왔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와 스텔란티스가 배로 기뻐할 것"이라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산업정책과 관련한 프랑스의 요구를 특히 경청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