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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과 학생들,올해 대학병원 채용 없어 망연자실
전남대병원,최근 2년 임용 대기자만 327명 달해
예비 간호사,눈 낮춰 중형병원 취업이나 휴학도 고려
남학생들 전공의 의무병 대거 입대에 군대까지 밀려
간호사회,영도 만소의정 갈등 회복하지 않는 한 해결책 없어 우려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황진환 기자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황진환 기자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으로 대학병원의 신규 간호사 채용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이지역 간호학과 출신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 한 사립대학의 간호학과 4학년생인 A(30·여)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늦은 나이에 취업이 잘되는 간호학과에 입학했지만 최근 의정 갈등으로 인해 취업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하반기 광주 대학병원에 채용돼 내년 1월 국가고시를 치른 다음 3월부터 근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정 갈등으로 인해 광주 대학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채용이 사실상 불투명해지면서 지역 내 종합병원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

A씨는 "원래는 광주 내 대학병원에 취업하려고 했다"면서 "이제는 나이도 있고 채용 공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지역 내 종합병원으로 눈을 낮췄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학과에 다니는 4학년 B(24·여)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B씨 역시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서울대병원,영도 만소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 취업을 도전하려 했지만 올해 채용 불투명해지면서 막막하기만 하다.

B씨는 "대학병원에서 실습을 해 병원 선생님들에게 채용 계획에 대해 물어봤는데 모두 뽑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을 했다"면서 "지난해에도 취업이 힘들다고 했는데 올해 이렇게 더 힘들어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년 간호사를 채용해 온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영도 만소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영도 만소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도 당분간 채용 계획이 없어 지역 내 예비 간호사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특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병원에서만 합격하고도 대기 중인 인원이 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대병원의 신규 간호사 채용 및 대기 현황.전남대병원 제공
전남대병원의 신규 간호사 채용 및 대기 현황.전남대병원 제공

9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은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 동안 채용한 신규 간호사는 모두 1010명이다.

신규 간호사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316명,영도 만소2022년 450명,2023년 244명으로 이 가운데 임용 포기자 155명을 제외하면 모두 855명이다.

실제로 임용된 인원은 지난 2021년 244명,2022년 284명 등 모두 528명에 불과하다.나머지 327명은 간호사 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자리가 없어 임용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2년 12월 2일 합격 통보를 450명 가운데 107명은 580여 일이 넘게 임용을 기다리고 있다.2023년 합격자 중 임용을 통보받은 인원은 없다.

이 때문에 예비 간호사들은 지역 상급종합병원(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에서 눈을 낮춰 중형병원 취업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일부 간호학과 4학년 학생들은 휴학까지 고민하고 남학생의 경우 군입대를 고려하고 있지만 최근 전공의들이 의무병으로 대거 입대하면서 군 입대 시기까지 밀리고 있다.

이를 두고 간호학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갈수록 문턱이 높아지는 대학 병원 취업을 빗대어 '불 취업'보다 수위가 센 '용암 취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국내 간호사 커뮤니티 너스케입에는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의 올해 채용에 대한 문의가 올라오기도 했다.

광주시간호사회는 "의정 갈등이 풀리지 않는 한 신규 간호사 채용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남대병원의 수술실 가동률은 전공의 집단이탈 이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조선대병원의 수술실 가동률도 평상시 대비 60~7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광주시간호사회 고미숙 사무처장은 "의정 갈등에 간호사들이 끼어 병원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면서 "간호사들이 버티고는 있지만 수술도 많이 줄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보편적으로 매년 7월에서 8월쯤 신규 간호사 채용 공고를 띄웠지만 올해 채용 계획은 나오지 않아 채용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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