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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들,은행‘유언대용신탁’주목
5대시중銀 잔액 3.3조,1년새 43%↑
업계 “규제탓 종합적 신탁 갈길 멀어”



한국사회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신탁업이 은행권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자산가들 사이에선 살아있을 때는 본인이 원하는 만큼 쓰고,사망시에는 희망자에게 원하는 방식으로 상속할 수 있는‘유언대용신탁’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갈 길이 멀다’고 한다.여전히 위탁할 수 있는 재산 유형이 한정돼있을 뿐 아니라,병원 등 비금융 전문 서비스와의 결합이 불가능해 종합적인 자산신탁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정부가 내놓은 신탁업 혁신방안의 진전이 더딘 탓이다.

‘생전엔 내 맘대로,사후엔 원하는 수익자에게’은행권 유언대용신탁 인기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분기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1조원) 증가했다.2010년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을 내놓은 하나은행의 잔고가 빠르게 증가한 가운데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유언대용신탁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 개시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신탁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개인이 금융사(수탁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해 본인을 수익자로 지정하고,사후에는 미리 지정한 수익자에게 재산이 이전되도록 상속·배분하는 계약을 의미한다.본인이 사망한 후에 미리 지정한 수익자에게 자산이 어떻게 관리되고 분배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설정할 수 있어 자산가들의 대표적인 상속법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도 고령층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금융사 중에서도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은행에 재산을 위탁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상무이사는 최근 미래금융 정책세미나에서 “저출생·고령화 대응 핵심은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과 상속준비”라며 “안정적이고 구체적으로 자산관리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이 인기를 끌어 5대 시중은행의 위탁 잔액이 1년만에 1조원이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내놓은‘신탁업 혁신방안’2년째 안갯속=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신탁 관련 규제가 보다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특히 앞선 고령화로 신탁업이 발달한 일본과 비교했을 때,마스터스 우승상금신탁 가능한 재산이 제한적이고 합동운용 및 업무위탁이 제한돼 영업 확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현행법상 국내는 신탁재산의 범위가 금전,증권,금전채권,동산,부동산,부동산관련권리,마스터스 우승상금무체재산권 등 7가지만 가능하지만 일본의 경우 재산권으로 인정할 수 있는 재산은 신탁행위에서 정하기만 하면 모두 가능하다.또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업무는 신탁업자에만 위탁 가능하나 일본은 신탁행위에 명시만 돼있으면 위탁을 허용하고 있다.금융사와 비금융사간 구별 없이 종합 신탁 서비스가 가능한 부분이다.

박현정 전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법개정이 이뤄져야 신탁업도 그에 맞춰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진 금융기관에서는 신탁을 영업의 일환으로 국한해서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점을 고려해 2022년‘신탁업 혁신방안’을 발표했지만,마스터스 우승상금21대 국회에서 입법안이 폐기되는 등 논의 조차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다.금융위는 2년 전 당시 혁신안을 발표하며 이듬해 상반기까지 국회에서 논의하는 걸 목표로 했었다.

정부가 발표한 신탁업 혁신방안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다.먼저 지금까지 신탁은 신탁업자가 미리 정한 주식·파생결합증권 등에 대한 투자만 가능했지만,대출이 낀 주택 등 다양한 재산을 장기적으로 관리·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아울러 금융사인 신탁업자가 병원·법무법인 등 다양한 비금융 전문기관과 협업해‘종합 신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중소·혁신기업이 매출채권·공장부지 유동화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식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안도 담겼다.가업승계·주택·후견신탁 등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사회보다 고령화 진도가 20년 이상 빠른 일본의 경우 수탁자금을 합동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정도로‘규모의 경제’가 달성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한국의 신탁업은 당국이 발표한 혁신방안이 거의 진행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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