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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전 특임장관,박승춘 전 보훈처장 추진
태극기와 불꽃 조형물,RBC박원순 재임 시절 거부
여기에 6·25 참전 용사들의 애국 정신과 불멸을 상징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는 조형물까지 생길 것으로 예고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알고 보면 초대형 태극기와 꺼지지 않는 불꽃은 갑작스레 등장한 것이 아니다.보수 진영이 십수년에 걸쳐 추진해온 광화문광장 개조 프로젝트가 오 시장 재임 시기에 이행되는 측면이 있다.
광화문 앞길은 조선시대부터 나라의 중심 공간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며 소식과 의견을 나누는 장소였다.관청이 모인 정치·행정의 중심이었으며 주요 행사가 열리던 공간이었다.광화문 앞은 6·25전쟁 때 서울을 수복할 당시 해병대가 북한군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후 태극기를 게양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후 1987년 6월 항쟁,2002한일월드컵 거리 응원,2003년 효순·미선 추모 촛불집회,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모두 광화문 앞에서 열렸다.
지금과 같은 형식의 광화문광장이 만들어진 것은 현 오세훈 서울시장의 집권 1기인 2009년 8월1일이었다.
사실 보수 진영은 이 광화문광장을 '국가상징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십수년 전부터 기획을 해왔다.
그러자 고(故) 박승춘 처장이 이끌던 당시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는 2011년 8월 불꽃 건립 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호응했다.이명박 대통령까지 이를 재가하면서 광화문광장에 불꽃 조형물이 실제로 세워지는 듯 했지만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태로 2011년 8월 돌연 사퇴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이 된 진보 성향 시민운동가 출신 故 박원순 시장은 불꽃 조성에 반대했다.불꽃 조형물이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상 등 기존 조형물과 어울리지 않으며,광장은 시민을 위해 최대한 비워야 하는 공간이라는 이유였다.이에 결국 이 전 장관과 박 전 처장의 계획은 불발되고 만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광화문광장의 주도권은 진보 진영으로 넘어갔다.세월호 유족 등이 설치한 천막이 세워지면서 광화문광장은 당시 대정부 투쟁 전초 기지 역할을 했다.세월호 천막과 분향소는 2014년 7월부터 설치됐고 이후 이곳을 중심으로 수년 간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여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응하려는 듯 보수 진영은 광화문광장 내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박근혜 정부에서 유임돼 여전히 국가보훈처를 이끌던 박 전 처장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15일 광복절까지 광화문광장 북단에 높이 45.815m(광복절인 1945년 8월15일 상징) 게양대를 만들고 여기에 가로 12m,세로 8m짜리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려 했다.투입될 예산은 10억원이었다.
이번에도 박 전 시장이 박 전 처장을 가로막았다.박 전 시장과 가까운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던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대형 태극기는 광장 통행을 방해하고 미관에 어울리지 않으며 권위적이고 전제적인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반대했다.대형 게양대가 인접한 경복궁,광화문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그러자 보훈처는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세월호 천막은 모른 체하면서 공간을 덜 차지하는 태극기 게양대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반발했다.
국무조정실까지 중재를 시도했지만 보훈처와 서울시 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박 전 처장의 대형 태극기 게양 계획은 무산됐다.
보수 진영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2016년 11월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었지만 보수 진영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추진했다.
이 계획 역시 박 전 시장에 의해 거부됐다.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이 북한 김일성광장도 아니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워 신격화시키겠다는 것에 수긍하는 서울시민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처럼 박 전 시장이 보수 진영의 시도를 거듭 저지하는 가운데,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광화문광장은 대규모 촛불 집회를 위한 장으로 변했다.촛불집회가 거듭되면서 집회 허용 범위는 광화문광장을 넘어 청와대 앞 100m까지 넓어졌다.여론의 압박 속에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중심이 된 태극기 집회가 광화문광장 등지에서 열렸다.'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로 세력화에 착수한 태극기 세력은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로 변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5월 19대 대선 이후부터는 '문재인 정권 퇴진'을 외쳤다.
이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던 우리공화당은 2019년부터는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하며 무력시위를 했다.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과정에서 사망한 지지자들을 추모한다며 2019년 5월부터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박 전 시장은 천막이 불법으로 설치됐고 광장 사용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자진철거 계고장을 수차례 보냈지만 우리공화당은 응하지 않았다.박 전 시장은 우리공화당 측과의 물리적 충돌을 무릅쓰고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47일 만에 행정 대집행을 통해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이후에도 태극기 세력은 광화문광장을 주름잡았다.2019년 하반기부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가 광화문광장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 퇴진과 공수처 설치 반대 등을 요구했다.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들고 '문재인 하야','조국 감옥' 등 구호를 외쳤다.
2020년부터 번진 코로나19가 태극기 세력의 광화문광장 주도권을 일시적으로 뺏었다.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박 전 시장은 광화문광장 등을 도심 내 집회 제한 장소로 지정했고 수년 간 광화문광장 내 보수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이번 계획 발표를 계기로 오 시장의 보수 통합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오 시장은 태극기 세력 역시 보수의 한 축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오 시장은 2018년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 단일대오를 구축하는데 '태극기 부대'도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며 "태극기 부대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넓고 그들을 극우로만 통칭하는 것은 반대 측 입장에서의 일방적 규정이다.폭력 시위를 일삼은 것도 아닌데 무조건 낙인찍고 배제하는 것은 반민주적 행태"라고 발언했다.
아울러 그는 같은 해 11월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도 태극기 세력을 거론했다.오 시장은 "지금 현재 이 정부의 무능과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시내에서 집회를 계속 하고 있다"며 "이 분들의 충정을 생각해서 한국당은 그분들의 걱정과 우려를 담아낼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2019년 10월에는 태극기 세력을 주도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독재자라고 비난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 건립이 오 시장의 '정치적 승부수'라는 평이 나온다.오 시장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제치고 정치인 호감도 전체 1위에 오르며 정치권 안팎을 놀라게 했지만 차기 지도자 선호도에서는 아직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정책 밀리언셀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이미 정책 역량을 검증 받은 만큼 차기 대선 주자로 부각되려면 호감도보다는 선명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보수 진영 대표 주자로서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진보 진영의 반발을 무릅쓰고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옛 보수 인사들이 추진하다 진보 성향 서울시장에 막혀 이루지 못한 계획을 완수할 경우 오 시장을 바라보는 보수 진영 유권자들의 시선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나아가 태극기 세력 등 강성 보수까지 껴안으려는 시도 역시 보수의 적자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오 시장의 이번 승부수가 차기 지도자 지지율 상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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