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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군대는 생명을 어떻게 알기에" 첫 심경 밝혀.경찰,중대장 등 구속영장 청구

▲  박 훈련병 입영식 당시 박 훈련병이 어머니를 업고 있는 모습 ⓒ 군인권센터
 
가혹한 얼차려 중 숨진 육군 12사단 훈련병 어머니가 "오늘은 12사단 신병대대 수료식날인데 수료생 251명 중 우리 아들만 없다.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유족이 심경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족을 지원하는 군인권센터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고 박아무개 훈련병 어머니 편지에는 사건 당시 일방적이었던 군의 대응,처참했던 중환자실의 상황,가해자(중대장)의 가혹 행위에 대한 내용 등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지난달 23일 강원 인제군 육군 12사단에서는 훈련을 받던 중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른바 얼차려(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쓰러졌다.그는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이틀 뒤 사망했다. 사인은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장기부전을 동반한 패혈성 쇼크로 확인됐다.현장에 있던 중대장 등은 규정을 지키지 않고 완전 군장 상태에서 선착순 달리기,구보,팔굽혀펴기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군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강원경찰청은 수사 21일 만인 지난 18일 얼차려를 지시했던 중대장과 부중대장 등 장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이는 박아무개 훈련병이 숨진 지 24일 만이다.
 
▲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군인권센터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주최로 열렸다.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우성
 
"응급헬기 띄울 힘 있는 부모가 아니라서."

어머니는 편지에서 "12사단 입대하던 날 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 아빠를 안아주면서 '군생활 할만 할 것 같다.걱정마시고 잘 내려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하다"며 "승용차로 6~7시간을 달려야 집에 도착할 엄마 아빠를 걱정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충성' 경례 한번 잘한 것 갖고 제법 씩씩 의젓하게 말하던,오히려 엄마 아빠가 안심하고 돌아설 수 있도록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던 우리 아들.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썼다.

이어 "'첫째도 안전,둘째도 안전,셋째도 안전하게 훈련 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한다"며 "우리 아들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무엇으로 책임지실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망나니 같은 부하(가해자)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하실 것인가?아니면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 '나는 그날(5월 23일,아들이 쓰러진 날) 부대에 없었다'고 핑계를 대실 것인가.(그것도) 아니면 '옷을 벗을 것 같습니다'라던 말씀이 책임의 전부인가"라며 "도대체 이놈의 군대는 하늘 같은 생명 알기를 어떻게 알길래"라고 원통해 했다.

군의 미흡했던 초동 대응과 상급자의 책임 회피를 지적하기도 했다.어머니는 "우리 마음을, 아들이 입대하러 하루 먼저 가서 대기하다가 군말 없이 죽어 간 것을 이 나라 군대와 우두머리들은 알까"라며 "대낮에 규정에도 없는,군기훈련을 빙자한 광란의 질주를 벌이고 있는 부하를 두고 저지하는 상관 하나 없는 군대서,살기 어린 망나니 같은 명령을 받고 복종하는 병사들의 마음을 알까"라고 물었다.

이어 그는 "아들이 쓰러지고 첫 전화를 받은 5월 23일 17시 54분 아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군의 어떤 사람이 전화로 부모가 올라와야 한다고 하더니 '저희가 빨리 올라올 수 있는 교통편을 알아봐주겠다'더라"라며 "그 때 (아들의) 아빠가 옆에서 큰 소리로 제게 '빨리 헬기를 띄워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소리쳤다.(군 관계자에게) 우리가 어떻게 갈지가 아니라 아들을 어떻게 큰 병원으로 옮길지 고민하라고 말해줬는데 참 기가 막혔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어머니는 "(오늘은) 수료생들이 엄마,fk메타아빠 만나는 날인데,너무 멀고 힘드니까 굳이 안 오셔도 된다고 그랬다.그런 배려 깊은 아이였다"며 "국가의 부름에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이라 죽기로 복종하다 죽임당한 우리 햇병아리,대한의 아들이 보고 싶다"고 편지를 끝맺었다.
 
▲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군인권센터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주최로 열리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전쟁기념관에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우성
 
아래는 고 박아무개 훈련병 어머니의 편지 전문이다.

12사단에서 아들을 떠나보낸 박OO 훈련병의 엄마입니다.

12사단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아빠를 향해서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납니다.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아빠를 안아주면서 "군 생활 할만 할 것 같다"며 "걱정 마시고 잘 내려 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합니다.승용차로 6~7시간을 달려야 집에 도착할 엄마,아빠를 걱정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충성" 경례 한번 잘한 것 갖고 제법 씩씩 의젓하게 말하며 안심하고 돌아설 수 있도록 오히려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던 우리 아들.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아들이 떠난 텅 빈 세상에서 그날을 그려봅니다.4개월간 입대를 위한 노력을 펼치다가 드디어 가게 된 곳이 12사단 신병훈련소였습니다.'거기가 어디야?'하고 묻는 엄마에게 아들은 '강원도 인재군 원통리요' 라고 대답했습니다.제가 "오매 거기가 옛말에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하던 멀고 험한 전방이구만.어쩐다냐?"하고 우스갯소리를 했습니다.그러곤 주일 예배 때 마지막 반주를 하곤 점심밥 먹으면서 할머니 권사님들의 용돈을 받더니 "휴가 올 때 주일 껴서 와서 반주할게요"하고 약속하고 출발하여 12사단을 답사하고 인제에서 하룻밤을 같이 지낸 것이 아들과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우리 마음을 군대는 알까요?이 나라의 우두머리들은 알까요?아들이 입대하러 하루 먼저 가서 대기하다가 군말 없이 죽어 간 것을 그들은 알까요?대낮에 규정에도 없는,군기훈련을 빙자한 광란의 질주를 벌이고 있는 부하를 두고 저지하는 상관 하나 없는 군대에서,살기 어린 망나니 같은 명령을 받고 복종하는 병사들의 마음을 알까요?

'첫째도 안전,fk메타둘째도 안전,셋째도 안전하게 훈련 시켜 수료식 날 보여 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합니다.우리 아들의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무엇으로 책임지실 것인지요?망나니 같은 부하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하실 것인가요?아니면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 "나는 그날(5월 23일,아들이 쓰러진 날) 부대에 없었습니다"라고 핑계를 대실 것인가요?아니면 "옷을 벗을 것 같습니다"라던 말씀이 책임의 전부인 걸까요?

도대체 이놈의 군대는 하늘 같은 생명을 알기를 어떻게 알기에…

우리 아들,신병으로 9일동안 지내면서 겨우 친해진 옆 전우와 취침시간에 말을 조금 했다고 합니다.군이 처음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입니다.떠든다는 표현이 평소 아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기 때문에 믿지 않았습니다.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같은 말이었다고 합니다.그러곤 들켜서 얼차려를 받았습니다.자대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뿐일 테지요.그게 그렇게 죽을 죄입니까?

군장을 아직 다 보급받지도 않아서 내용물도 없는 상황에서 책과 생필품을 넣어서 26킬로 이상 완전군장을 만들고,완전군장 상태에서 총을 땅에 안 닿게 손등에 올리고 팔굽혀펴기를 시키고,fk메타총을 땅에 떨어뜨리면 다시 시작시키고,잔악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습니까?

아들이 다시 온다면 묻고 싶습니다.팔다리가 굳어가고 근육이 녹아내리고 호흡이 가빠올 때 숨이 안 쉬어지고 아프다고 얘기하고,더 일찍 쓰러지는 척이라도 하지 그랬니… 엄마,아빠,fk메타형,너를 보물 같이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고… 그 망나니 같은 명령도 명령이라고 열심히 따른 이유가 있었겠지요.괜히 잘못했다가는 자기 때문에 중대장이 화가 나서 동료들까지 가중되는 벌을 받을까 무서웠겠지요.두려운 상황을 빨리 끝내고 후일담으로 삼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렇게 뛸 수도 없이 굳은 팔다리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얕은 숨을 몰아쉬는 아들에게 중대장이 처음 한 명령은 "야!일어나,너 때문에 뒤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였다고 하네요.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

쓰러진 뒤의 일도 원통합니다.

아들이 쓰러지고 첫 전화를 받은 건 5월 23일 17시 54분입니다.소대장이 "어머니 OO이가 어젯밤 점호 시간에 떠들어서 군기훈련 받다가 쓰러져서 중대장님이랑 병원 이송 중입니다"라고 하더군요.의식이 있다가 없다가 한다고… 아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군에서 어떤 사람이 전화와서 부모가 올라와야 한다고 하더니 저희가 빨리 올라올 수 있는 교통편을 알아 봐주겠다더군요.그때 아빠가 옆에서 큰 소리로 제게 '빨리 헬기를 띄워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으로 이송해라'라고 소리를 쳤습니다.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갈지가 아니라 아들을 어떻게 큰 병원으로 옮길지 고민하라고 말해줬습니다.참 기가 막혔습니다.
 얼마 지나서 중대장이 연락이 왔습니다.

"상급부대에 서울로 후송 요청했고 답변 준다고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병원 측은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후송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 CT결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제게 어느 병원으로 보낼지 결정을 하라 하더군요.강릉아산병원을 말하면서요.제가 그 병원이 어디라고,병원 수준도 모르는데,왜 제게 어디 병원으로 옮겼는질 묻느냐고 따지며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우리가 결정했다고 하려고 그러냐" 물었습니다.그때 제가 분명히 말했습니다.아들에게 무슨 일 나면 그 병원에서 책임 지냐고.무슨 일 나면 나라에서 책임 지냐고.그렇다고 하더군요.그래서 강릉아산병원에 가게 된 것입니다.지금 이들이 무슨 책임을 지고 있습니까?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부모의 선택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그런 생각도 듭니다.

5월 24일 새벽 3시경,강릉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위에서는 피가 나오고 있고,의식도 없이 처참한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그래도 치료하면 곧 좋아진다는 소견을 의심 없이 믿으며 중환자실 앞에서 죄인처럼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그러다 5시간 뒤 만난 담당 의사선생님이 "열이 40도 이상에서 안 떨어지고 있으니 장기가 익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2~3일 뒤에는 포기하실 때가 옵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fk메타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아들아,아빠 엄마가 응급헬기를 띄울 힘 있는 부모가 아니어서 너를 죽인다." 지금도 그 비통함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까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 아들.오늘은 12사단 신병대대 수료식 날인데,수료생들이 엄마,아빠 만나는 날인데,엄마,아빠 너무 멀고 힘드니까 굳이 안 오셔도 된다고 그랬는데 …그런 배려 깊은 아이였는데… 오늘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습니다.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요?국가의 부름에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이라고 죽기로 복종하다 죽임당한 우리 햇병아리,대한의 아들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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