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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컴퓨텍스 2024’에서 리사 수 AMD CEO(가운데)가 자사의 부스에 들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photo 뉴시스 지난 6월 초 대만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2024'에서 인텔이 새로운 프로세서 루나레이크(Lunar Lake) 아키텍처를 공개했다.루나레이크는 AI 기능을 탑재한 최신 모바일 CPU의 코드명으로,
윈조이스포TSMC가 제조를 담당한다.자체 제조시설을 보유한 인텔로서는 완전한 아웃소싱 방식으로 제조되는 최초의 프로세서라 할 수 있다.
인텔은 2023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 무려 70억달러(약 9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인텔은 TSMC에 아웃소싱하는 비용으로 올해 56억달러,2025년 97억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선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였던 인텔이 어쩌다 외부 파운드리 업체에 의존하는 신세가 되어버렸을까.
인텔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i9 프로세서
그동안 인텔은 자사 제조시설을 통해 자체적으로 칩을 생산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TSMC와 삼성전자가 더 앞선 제조공정을 바탕으로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면서 경쟁사에 뒤처지게 되었다.이 때문에 인텔은 고성능 칩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인텔의 제조시설은 과거 몇 차례 최신 공정 도입이 지연되면서 기술적 문제와 생산 지연을 겪었고 이는 기업 신뢰도 하락과 시장 점유율 감소로 이어졌다.
인텔이 처한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는 추세다.최근 인텔은 13·14세대 최상위 데스크톱 CPU 제품 i9 프로세서에서 발생한 안전성 문제로 업계와 소비자 커뮤니티에서 큰 논란을 사고 있다.문제가 발생한 제품 중 하나인 'i9-14900K'는 600달러에 달하는 고급 제품이다.고성능을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파워유저들이 선호하는 프로세서다.그런데 이런 제품을 일부러 구매한 소비자의 PC에서 게임을 하는 도중 시스템이 다운되거나 부팅마저 되지 않는 문제들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인텔 CPU가 과열되면서 발생하는 증상으로 의심했는데 실제 i9 칩은 CPU 소모 전력만 최대 300W 이상 먹는 엄청난 '전력 괴물'로 유명하다.창문형 에어컨을 절전 모드로 켰을 때의 소모 전력과 비슷하다.전력은 필연적으로 발열을 동반하기 마련이다.그래서 i9은 공랭(공기로 열을 냉각하는 방식) 쿨러를 사실상 사용할 수가 없고,
윈조이스포수랭(액체로 열을 냉각하는 방식) 쿨러를 사용해야 한다.
수랭 쿨러는 뜨거워진 냉각수를 펌프로 순환시킨 뒤 라디에이터를 이용해 식히는 구조다.하지만 i9 칩은 이 같은 방식으로도 전체 성능을 다 사용할 경우 온도가 90도를 넘어설 정도다.이처럼 높은 전력을 사용하는 이유는 인텔이 자사 제품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소모 전력을 높게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발열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논란이 지속되자 인텔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마더보드 제조업체 책임으로 돌렸다.그런 상황에서 일부 마더보드 제조업체가 바이오스(BIOS) 패치를 통해 CPU가 사용하는 전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하지만 소비자들이 확인한 결과 그럴 경우 제품에 따라 무려 30%까지 성능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스레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고성능 CPU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이후 인텔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문제가 처음 보고된 지 수개월이 흐른 6월 중순까지도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완전한 문제 해결이나 리콜 등 소비자가 수긍할 만한 조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은 어쩔 수 없이 외부 파운드리 업체에 의존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됐다.TSMC는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업체로 인정받고 있기에 인텔은 자사의 설계 능력과 TSMC의 제조 능력을 바탕으로 최신 프로세서를 출시해 경쟁력을 회복하려고 시도 중이다.
AMD 라이젠9000 시리즈의 향배는?
인텔과 달리 경쟁사 AMD는 순항 중이다.이번 컴퓨텍스에서 AMD의 CEO 리사 수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성능도 함께 공개했다.인텔이 향후 출시할 신제품 성능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것과 비교되는 발표였다.
AMD도 인텔과 마찬가지로 AI 기능을 탑재한 모바일 프로세서를 선보였는데,이를 이용하면 윈도11에서 '코파일럿+'를 이용할 수 있다.기존 코파일럿과 달리 코파일럿+는 클라우드나 GPU(그래픽처리장치) 없이 NPU(신경망처리장치)만으로 로컬에서 다양한 AI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윈도에서 수행했던 모든 작업을 기억하고 이전에 했던 작업을 돌려볼 수 있는 리콜(Recall),
윈조이스포생성형 AI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편집하는 코크리에이터(Cocreator),오디오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자막을 보여주는 라이브 캡션 등이 코파일럿+로 가능한 기능들이다.
물론 GPU도 이런 기능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윈조이스포노트북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는 별도의 고성능 GPU를 탑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GPU는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 모바일 프로세서에서는 NPU 탑재가 필수 요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 AMD 신제품 중 최대 관심사는 '라이젠 프로세서 9000' 시리즈다.리사 수는 9000 시리즈를 7월에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국내에서는 8월 이후 판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AMD는 데스크톱 프로세서 최상위 제품군인 라이젠9이 인텔의 i9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열 설계 전력도 인텔보다 낮아 발열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까
GPU 시장은 엔비디아가 거의 장악하고 있지만,AMD도 지속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업계에서는 AMD가 라데온 RX 8000 시리즈를 올해 하반기에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AMD는 엔비디아 제품이 품귀 현상을 빚는 틈을 타 AI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인텔은 아크(Arc)라는 브랜드로 24년 만에 외장형 그래픽카드 시장에 새롭게 도전 중인데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현재 상황을 정리하면 엔비디아가 GPU와 AI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AMD는 CPU 분야에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반면 인텔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데 인텔의 저력을 고려할 때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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