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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소송 年 100건
'금지법' 도입 5년…경각심 커졌지만
모호한 조항 탓…법정 다툼 급증‘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입 이듬해인 2020년 2건이던 관련 소송이 지난해 96건으로 늘었다.근로자 권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다만 올 5월까지 누적 신고 건수의 86.5%가‘취하’또는‘법 위반 없음’으로 결론 나는 등 모호한 조항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만 5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이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전수조사한 결과 관련 소송은 2020년 2건에서 2021년 26건,2022년 44건,지난해 96건으로 가파르게 늘었다.올 상반기에도 23건의 확정판결이 났으며,관련 소송이 연간 기준 처음으로 100건을 넘어설 전망이다.전체 소송의 3분의 1이 괴롭힘 행위 인정 여부를 놓고 다툴 정도로 법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급증하는 신고 건수에 비해 인정 비율은 크게 낮아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제도 시행 후 올해 5월까지 신고 이후 처리된 3만8732건 가운데 86.5%는‘신고자 취하’또는‘법 위반 없음’등으로 결론 났다.과태료,검찰 송치 등 괴롭힘으로 인정된 비율은 13.5%에 그쳤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슬롯 사이트 999유럽처럼 지속성·반복성 조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호한 '직장 내 괴롭힘法'…판결 189건 분석해보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지위’또는 관계의‘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2019년 7월 도입됐다.하지만‘괴롭힘 행위’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탓에 직장 내 분쟁이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소송 끝에 처분이 뒤집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아직 대법원 판례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제도 도입 5년간의 시행착오를 돌아보고 보완책을 마련할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류회사에서 상하차 업무를 담당하는 박모 팀장은 노조 활동에 집중하는 한 팀원에게 “그런 활동을 하려면 모범이 돼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분리 조치로 근무 구역과 시간대가 달라지면서 금전적 불이익도 받게 됐다.이에 박씨는 부당경고 구제 신청을 받아주지 않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한 끝에 승소했다.서울행정법원은 “불성실한 업무로 동료들의 불만이 많았던 직원에게 주의를 준 것”이라며 “분리 조치는 동기,목적,그로 인해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업무상 필요성 및 합리성 등을 검토해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내린‘영구 재택근무’는 정당하다는 판결도 주목받았다.한 회사의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김모씨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해고됐다가 소송으로 복직에 성공했다.그러나 회사는 영구적 재택근무를 조건으로 내걸었다.회사 출입 금지가 장기화하자 김씨는 “출입 금지 조치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지만,서울중앙지법은 “불가피한 분리 조치”라며 회사 손을 들어줬다.
이 밖에 법원은 업무에 필요한 비품을 제공하지 않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다.심지어 기혼 남성인 본부장이 미혼인 부하 직원에게 고백하고 거절당하자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도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대학병원 치위생사 최모씨 등 2명은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나온 의사의 폭언을 신고했지만,병원은 신고 후 2년6개월 만에 감봉 1개월 처분만 내렸다.이어진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병원이 피해자 보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1인당 1500만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 노무 전문 변호사는 “하급심 판례가 쌓이면서 모호했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조금씩 정비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어 더욱 명확한 법 해석과 적용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근로기준법 제76조 2·3항이 금지하고 있는‘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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