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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조금 없이 흥행한 첫 도서전
전체 관람객 전년 대비 15.4% 증가
'2030 여성' 도서 트렌드 영향 커져
올해 처음으로 정부 지원 없이 개최된 2024 서울국제도서전 관람객이 15만명을 넘어서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주관사인 대한출판문화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간 도서전을 찾은 관람객은 15만명이다.지난해 방문객 13만명보다 15.4% 늘어난 수치다.
이 도서전 관객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던 2022년 10만명에서 방역조치가 전면 해제된 후 처음 열린 2023년 13만명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특히 출협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서전 보조금 갈등이 지속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정부 지원 없이 단독으로 도서전을 개최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환경 가속화로 지속적인 독서인구 감소,출판계 적자 속에서도 2030 세대와 여성의 참여가 늘면서 출판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체부가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1년 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쳤다.직전 조사 시점인 2021년 대비 4.5%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종합독서율이 15.7%로 2021년(23.8%)보다 크게 줄어든 반면,20대(19~29세)는 74.5%로 조사 연령 가운데 가장 높은 독서율을 보였다.초·중·고교 학생의 종합독서율은 95.8%로,2021년 대비 4.4%포인트 상승했다.만화책 보기와 전자책,웹소설 읽기,딜 레오나오디오북 듣기 등도 독서에 포함된다는 인식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2021년보다 0.6권 줄어든 3.9권,초·중·고교학생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같은 기간 1.6권 더 늘어난 36.0권이었다.성인은 취미,학생은 학습 목적이 컸다.
성인들이 독서 장애요인으로 꼽은 이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3.4%),'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11.3%)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이는 인생 주기에서 가장 많은 독서량을 보이는 청소년기에서 성인으로 사회 진출 이후 급락하는 독서량을 유지시켜 줄 해법이 사회적 독서 환경 조성에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 한다.
서울국제도서전에는 20·30대 여성 관람객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이른바 MZ세대를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가 도서전 트렌드에도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
평소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파악하고 소셜미디어(SNS)로 소통하고 온라인 도서 구매와 소비가 이루어지지만 팝업스토어와 같은 제한적 공간에서 굿즈를 구매하고 팬덤간 문화 유대감을 강화하는 소비 형태와 한정판 제품을 소유하려는 경향이 젊은층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유튜브,딜 레오나SNS 등의 책 소개 '북튜버'가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올해 도서전에서도 작가와 만나는 북토크와 사인회가 큰 인기였지만 출판사마다 고전과 명작,베스트셀러 리커버 한정판을 배치해 잇달아 품절되기도 했다.한 출판사는 '생일 책'을 구성해 관심을 모으는가 하면,'예쁘게' 책장을 채울 수 있도록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인스타 감성'도 통했다.독립 부스를 마련한 출판사들은 지난해보다 강렬하고 독창적인 부스 디자인을 선보여 포토존을 방불케 했다.지적 감성을 제공하는 도서전 특성상 관람객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출판사 관계자는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의 취향을 고려해 고전 리커버 도서들을 준비했는데,도서전 기간 준비한 분량이 모두 소진됐다"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책의 소장 가치에도 디자인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전 측이 준비한 신간 발표 도서 '여름 첫 책',리커버 도서 '다시 이 책' 전시 부스와 다양한 도서 관련 제품을 선보이는 '책 마을'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번 도서전은 올해 총 19개국 452개사가 참여했다.올해는 3층 C·D관으로 옮겼지만 29일과 30일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중장년,청소년 관람객까지 몰리면서 입장에만 1시간 가량 걸리는 등 새로운 흥행 기록을 썼다.
초등학생 아이들과 도서전을 찾은 40대 관람객은 "사람이 너무 많아 책을 들여다보기도 힘들었다"며 "부스에 선 줄이 길어지면서 출판사 관계자들이 굿즈와 이벤트 물품도 오전에 다 끝나서 죄송하다며 난감해 하더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매년 정부 지원을 받던 것과 달리 올해는 문체부와 보조금 갈등이 이어지면서 참가 출판사들의 참가비만으로 운영돼 행사 규모 축소 등이 우려됐지만 해외 저명 작가 참석이 줄어든 것을 빼면 규모는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더군다나 전년 대비 15.4% 늘어난 15만명이 도서전을 찾으면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체부는 출협 보조금 관련 수사를 이유로 올해 배정된 도서전 예산(6억7000만원)을 출협에 지원하지 않았다.대신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 개별 출판사들의 저자 강연,사인회 등에 우회 지원했다.출협은 행사를 치르기 위해 도서전 부스비나 티켓 비용을 올리고 도서전 초대 국가 수도 줄였지만 전체적인 규모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논란 속에서 도서전을 찾는 관람객들은 더 늘었다.
출판계 관계자는 "출판계 내에서도 정부와 각을 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지원 없이 도서전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이번 도서전이 흥행하면서 결국 '북(Book) 콘텐츠'는 독자들을 보고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도서전은 출판사들에게도 베스트셀러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독자들을 위한 다양성을 가진 도서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도서전의 경우 대형 출판사가 주목을 끌지만 국내외 다양한 출판사들이 선보이는 도서들을 찾는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행사 이벤트에 국한하지 않고 출판계와 서점계가 독서 애호가는 물론 청소년-청년-중장년으로 이어갈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독서 콘테츠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정부도 각을 세우기보다 위축된 출판 시장 상황과 K-문학이 해외 주목을 받는 시점에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도서전은 해외에서 18개국 122개 출판사와 출판 관련 단체가 참가하고,국내 350여개 출판사가 참여해 도서 전시와 강연,사인회,세미나,마켓,현장 이벤트 등 45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올해 주제 '후이늠'(Houyhnhnm)은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여행한 네 번째 나라로,이성적이며 완벽한 세계를 표방한다.'세계의 비참'함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