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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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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17년 윤 5월 9일 태종은 예조판서 변계량과 이야기하던 중 이런 말을 던진다.

“‘주역’은 비록 오묘한 이치를 깨닫기는 어려우나 읽기는 쉽다.”

그보다 2년 전에는 더욱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예로부터 아래위가 예절이 있은 뒤에야 국가가 다스려질 수 있었다‘주역’태괘(泰卦)를 보면 나라 다스리는 방도를 대체로 알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일까?태괘는 임금을 상징하는 건괘(乾卦 ☰)가 아래에 있고 신하를 상징하는 곤괘(坤卦 ☷)가 위에 있는 모양이다.괘는 자리[位]가 있고 역할[德]이 있다.자리로 보자면 당연히 임금이 위로 올라가고 신하는 아래에 있어야 한다.그렇게 되면 모양은 태괘가 뒤집어진 형태다.그런데 이 괘는 주역 64개 괘 중에서 가장 좋지 않다.비괘(否卦)라고 하는데‘부’가 아니라‘비’로 읽는 이유는 모든 것이 막혀 있다[否塞]는 뜻이기 때문이다.반면에 태(泰)는 태통(泰通)하다는 뜻이다.지금 우리나라 모양새가 여야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구석구석이 딱 비색(否塞)이다.이렇게 되면 지리멸렬(支離滅裂)하게 된다.모두 자기 자리에서 자기 주장만 하는 데서 일어나는 일이다.


태괘를 보면 나라 다스리는 방도를 대체로 알 수 있다는 태종의 말은 핵심을 찌른다.임금이 먼저 자기를 낮추어 신하 아래로 내려가는 덕(德)을 보일 때 신하들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충직을 다한다.이를 하인(下人)이라고도 하고 하사(下士)라고도 한다.이때 하(下)는 동사이니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낮춘다 혹은 다른 선비들에게 자기를 낮춘다는 말이다.한 글자로는 겸(謙)이다.

새로‘정무장관’을 둔다고 한다.국회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취지를 밝힌 것을 보면 불통을 걱정하는 모양이긴 한데 불통을 해결하는 비결은 자리[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역할[德]에 있음을 거듭 밝혀둔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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