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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큰고모님 (이영인·1934∼2023)
요즘 젊은 세대는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다.안타깝다.
우리가 성장하던 시기엔 달랐다.특히 부모님 세대에서는 먹고살기가 어렵더라도 많은 자녀를 낳으며 “자기들 복은 각자 가지고 태어난다”라고 하셨다.부농이나 빈농이나 아들딸 구분하지 않고 많이 낳으려고 했다.5남매 이상이 보통이었고 11명의 자녀를 낳은 분들도 계셨다.
우리 집안도 대가족이었다.아버지가 장남인데,할머님이 5남 2녀를 낳으셔서 고모님도 두 분 계셨다.
큰고모는 아버지 바로 밑 동생으로 아버지와 두 살 터울인데,고향 집 가까운 마을로 시집을 가셨다.내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 갔다 배가 고프면 큰고모님 집에 가서 굶주린 배를 채우기도 했다.
큰고모 집도 우리 집처럼 자녀들이 많아 2남 5녀를 두셨다.나보다 두 살 많은 사촌 누나가 있었고,나와 엇비슷한 딸들이 나이 적은 터울을 두고 태어났다.큰고모 집 자녀들과 우리 집 남매들은 학년이 서로 비슷했다.
우리 집은 마을도 보이지 않은 산 중턱과 고개를 넘고 울창한 숲과 공동묘지를 지나야 했으나,큰고모 집은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인근에 가구 수가 제법 많은 동네에 있었다.
1960∼1970년대 산골 오지에서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파네톨리코스텔레비전도 없었다.1년에 한두 차례 군청 문화공보실에서 봉고차에 영화필름을 싣고 와 캄캄한 밤에 초등학교 운동장에 하얀 천으로 벽과 스크린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과 학생들에게 영화를 보여 주곤 했다.학교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누나와 여동생은 학교 근처인 큰고모 집에서 사촌 누나와 동생들과 함께 잠을 자고 다음 날 학교로 등교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은 큰고모님과 어머님이 시골 오일장에 가셔서 풀빵과 생선 등 시장을 본 후 우리 집에서 시장 짐을 내려놓고 피곤해서 낮잠을 주무시고 계셨다.나는 피곤해서 곤히 잠들어 주무시고 계신 어머님과 고모님을 깨울 수 없었는데,파네톨리코스너무 배가 고파 시장바구니를 뒤져보니 밀가루에 팥을 넣어 만든 풀빵이 있었다.나는 그냥 내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다.
조금 후 어머님과 큰고모님이 낮잠을 주무시고 깨시더니 시장 봐온 풀빵을 내가 먹어버린 것을 알고 어머님은 당황하셨다.알고 보니 큰고모가 내 또래인 자식들을 주려고 시장에서 풀빵을 사 왔던 것이었다.나는 어머님한테 꾸지람을 들었는데,큰고모는 조카가 먹은 풀빵인지라 전혀 화를 내시지 않았다.
고모는 친정집 남자 큰 조카이자 장손인 나를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닐 때도 항상 예뻐하셨다.읍내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 큰고모는 읍내 재래시장에서 꽃가게를 하셨는데,가끔씩 놀러 가면 “우리 종손,파네톨리코스장손” 왔다며 좋아하셨다.정이 많은 큰고모였다.
대부분의 고모들이 조카들을 예뻐하고 사랑해 주지만 우리 큰고모는 유독 친정 큰조카인 나를 예뻐해 주셨는데 뇌경색을 앓다가 작년에 별세하셨다.고모님이 두 분이셨는데 나에게 사랑을 듬뿍 담아준 두 고모님 모두 세상을 떠나셨다.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수년 전 할머님이 별세하셨을 때 국민연금공단에서 지급한 사망 조문금을 수령해 49재를 해 드렸다.평소 나를 예뻐해 주셨던 할머님의 극락왕생을 빌었다.그랬더니 큰고모님은 “종손은 하늘이 내린다”라고 극찬하셨다.큰고모님이 “할머님 49재를 누가 시켜서 하느냐”고 물어봐서 “그냥 할머님의 사랑을 많이 받아 고마움에 49재를 해 드렸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먹고살기는 힘들었어도 자녀들을 많이 낳아 고모,이모,삼촌이 많았다.가족 간에 오고 가는 정이 많았던 우리 세대의 지난날들이 그립다.
이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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