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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의적 왜곡보도,손해액 3배 이내 배상”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31일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핵심은 언론이‘악의적’으로‘왜곡 보도’를 내보내‘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했을 때,법원이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손해배상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 의원은 개정안을 낸 뒤 “이 법은 가짜뉴스임을 알고도 가짜뉴스를 반복적·악의적으로 양산해내는 경우에 해당하는 국민들의 언론 피해구제법”이라며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언론의 횡포는 최대한 억제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6월8일 자신의 페이스북)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개정안의 제안 취지나 내용은 지난 국회에서 정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낸 5개의 징벌적 손배제 법안(언론중재법 개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제안한 이들 법안은‘악의적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비방할 목적으로 거짓·왜곡된 사실을 드러낸 경우‘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등에 대해 그 손해액의 3~5배 범위에서 손해배상 하도록 했다.
■‘언론의 책임 강화’엔 동의,문제는 부작용 반면 언론단체와 학계에서는 잘못된 언론 보도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하고 정정보도를 강화하는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 좀 더 강조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징벌적 손배제 도입이 가져오게 될 부작용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정치인 등 권력을 틀어쥔 쪽에서 비판적 보도를 악의적 보도로 몰아가는 등 언론 탄압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게 신중론의 핵심이다.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을 지낸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될 경우 일부 언론에 대해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법 적용 대상과 기준이‘악의적‘비방할 목적‘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등으로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명확성의 문제가 생긴다”며 “손해배상액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징벌적 손배제로 이 문제에 대응하려는 것은 법리면에서도 실제 운용면에서도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특정 언론을 겨냥한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언론중재위가 낸‘2023년도 언론조정중재 사례집’을 보면,언론조정사건 중 정치인이 낸 신청은 414건(18.6%)으로 개인이 신청한 사건(2225건) 중 가장 많았다.정치인은 언론을 상대로 정정·반론 보도 및 손해배상을 가장 많이 청구하지만 정치인과 공공기관장,고위공무원을 묶은‘공인’의 조정사건 피해 구제율은 62.2%로 일반인(75.7%)보다 낮았다.정치인은 결과에 상관없이 정정·반론 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는 뜻이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이런 비판을 의식해 징벌적 손배제 법안 5개를 포함한 16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상임위 대안을 마련할 때 정치인과 대기업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단서 조항을 추가했으나,정 의원이 이번에 다시 낸 개정안에는 이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징벌적 손배제 논란이 자칫 더 시급하다고 평가되는‘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개정안의 추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언론계 안팎에서 나온다.
민주당을 비롯한 7개 야당은 이달 초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7일 방송3법을 공동으로 발의했다.여기에는 지난 국회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를 지내며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강하게 반대했던 이준석 의원의 개혁신당도 포함돼 있다.만약 당 지도부가 징벌적 손배제를‘언론개혁’의 우선순위에 놓는 순간,개혁신당의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 일각의 우려다.
이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오는 8월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를 앞두고 언론단체와 여러 야당이 공대위를 꾸려 함께 방송3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돌연‘언론개혁 법안’이라며 징벌적 손배제 도입 법안을 끼워넣는 것은 옳은 전략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