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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 우진은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옹알이를 하지 않고 울기만 하는 우진의 장애를 엄마가 예감한 건 3살 되던 2016년이었다.“처음에는 남자아이라서 말하는 게 조금 늦는가 보다 싶었는데,포텐터지다돌이 지나도록 말을 하지 못해서 계속 걱정을 했어요.” 발달치료센터를 찾았다.센터에서 큰 병원에 가볼 것을 권했다.그렇게 찾은 병원에서 자폐 성향이 있는 중증 지적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넉넉지 않은 형편 속 간단찮은 현실 앞에 세상 전부였던 우진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된 그날,엄마는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후 우진을 키우며 엄마는 고단하고 뿌듯했다.무엇보다 1년 전 만난 수영이 엄마와 우진 삶의 기쁨,자부심,꿈이다.우진이 수영에 소질을 보였다.수영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도 단위 장애인 수영대회 50m 자유형,배영 부문 3위에 들 정도였다.지난해에도 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자유형,배영 부문에서 1등과 2등을 했다.“처음에는 아이가 물을 무서워했는데,어떻게 수영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곧잘 따라 해서 시작한 시기에 비해 학습력이 좋은 편이라고 선생님이 그랬어요.” 수영이라는 우진의 꿈을 말하는 엄마의 표정은,다만 복잡했다.힘겨운 형편에 언제까지 꿈을 지켜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엄마는 미안함과 걱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봤다.
■ 평생 못 들을 줄 알았던 단어 “엄마”
우진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된 시점은 엄마의 삶에도 파란이 일던 때였다.“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기도 했어요.” 남편과 이혼했고 수입이 없었다.혼자 아이를 키워야 했다.말을 못하는 아이 곁을 떠날 수 없어 일을 하지도 못했다.
엄마가 마음을 다잡고 전념한 건 그나마 정부 지원금이 나오는 우진의 언어치료였다.언어치료센터를 매주 한번씩 다니기 시작했다.“조금이라도 빨리 다녀서 치료해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아이의 입에서 단어 하나가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쉽지 않았다.더 자주 언어치료센터를 가야 할 것 같았는데,이를 위한 비용 부담은 감당할 수 없었다.그럴수록 엄마는 자책했다.“지금까지도 더 자주 언어치료를 못 시켜줬던 게 너무 미안해요.”
그렇게 7살이 된 우진을 어린이집에 데리러 간 어느 날,우진이 입을 뗐다.“엄마.” 엄마라고 말했다.그때를 생각하며 엄마는 다시 울먹였다.“평생 못 들을 단어라고 생각했어요.온몸에 닭살이 돋았어요.울음이 멈추질 않았어요.” 우진은 그렇게 단어 한마디로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엄마에게 전하는 아이였다.
우진이 수영을 만난 건 지난해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는 수영장이 집 근처에 생기면서였다.수영에 관해서라면,우진에게 좋은 학습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처음 수영을 시작하고 얼마 안 돼 50m를 1분 언저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1년쯤 수영을 한 우진은 현재 50m를 1분 안에 주파한다.함께 수영을 배우는 109명의 장애 아동들 가운데 단 3명이 올해 장애인수영연맹 선수로 등록됐는데,우진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선생님이 아이가 다리 힘이 좋다고,시간도 빨리 단축되고 있다고 했어요.”
우진이 특히 좋아하는 건 자유형이다.“배영과 평형도 보여달라”고 엄마가 말했지만,포텐터지다자유형 자세를 굳세게 유지했다.“선생님 말씀만 잘 들어요.내 말도 잘 안 듣고.” 엄마는 짐짓 서운한 표정을 지었지만,팔다리를 용맹하게 휘젓는 우진의 모습에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우진은 그룹 레슨 두번,개인 레슨 두번 등 1주일에 네번씩 수영 연습을 한다.수영에 이토록 매달리는 건 아이가 재능을 보이기도 했지만 수영이 언어치료 이후,우진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계기였다는 이유도 있다.엄마는 “아이가 속상하면 집에서 말없이 울다가 몇시간이고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는데,지금은 수영하면서 조금 더 건강하게 뛰어놀고 예전보다는 조금 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교감을 한다”고 말했다.
■ “치료와 꿈을 둘 다 이룰 수 있다면…”
우진은 짧은 단어로 매우 간단한 의사소통이나 교감을 할 수 있지만,여전히 하고 싶은 말을 문장으로 말하는 데 한계가 있다.“아이가 혼자 어디 다녀오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속상한 일이 있어도 숨죽여 울 뿐이라 마음이 무너져요.” 속상함이라도 하소연할 수 있는 소통,우진을 위한 언어치료를 엄마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수영이라는 꿈과 치료를 모두 해내기에 우진이네 형편은 빠듯하다.우진이네 한달 수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액과 장애인 수당 등을 합쳐 110여만원 정도다.포기할 수 없는 최소한의 치료는 매달 발달재활서비스바우처 25만원과 생활이 어려운 가정 등에 제공되는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 금액 14만원으로 감당하고 있다.지역서비스 지원금은 내년 2월까지만 주어져 내년 3월부턴 일부 치료를 줄여야 할 위기다.
아이의 언어 이해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주기에‘전두엽 활성화’치료 수업이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엄두를 내지 못했다.전두엽 활성화 치료를 위해선 월 40만원이 드는 수영 개인 레슨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수영을 시작하기 전 우진이 가장 좋아했던 그림은 이미 포기한 상태다.2년 동안 다녔던 미술학원을 올해 2월 그만뒀다.
물을 나온 우진이 행복한 얼굴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엄마는 걱정을 애써 누르며 현재의 꿈이자 기쁨,포텐터지다수영 생각으로 돌아가려 했다.“아직 수영 국가대표가 되는 것도 대회에서 1등 하는 것도 먼 얘기 같은데,그래도 아이가 무언가를 조금씩 잘하는 모습이 신기해요.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엄마’라는 단어를 처음 말할 수 있게 된 날부터,물속을 자유롭게 유영하게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로가 전부인 모자에게‘희망’은 삶을 지탱하는 동력이었다.언젠가 어느 날 우진은,수영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짧은 단어를 넘어선 문장으로 엄마에게 그날 겪고 본 것들과,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그래야 한다.
수영이라는 단어에 문득 우진이 반응했다.눈을 맞춰주진 않았지만 해맑은 표정으로 돌연 고개를 들고 허공을 향해 외쳤다.“수영?수영.할 거야.좋아.메달 딸래.” 우진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윤연정 기자,윤운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