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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의 모든 것> 장재열|상담가 겸 작가,<마이크로 리추얼: 사소한 것들의 힘> 저자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저는 초기 히트작 중 하나인 <더 크라운>이라는 작품을 아주 좋아하는데요.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일대기를 다룬 시즌제 드라마입니다.여왕 외에도 아들 찰스 왕세자(현 찰스 3세),여동생 마거릿 공주 등 여왕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던 다른 왕실 구성원의 심리묘사까지 탁월하게 그려낸 점이,심리를 연구하는 제 직업에는 큰 흥미로 다가왔습니다.그리고 내용이 방대하기도 해요.엘리자베스 여왕은 2차 세계대전 때 20대의 나이로 여왕이 되어서 2020년대까지 살았으니,정말 시대의 산증인이지요.그런 만큼 까마득하게 먼 옛날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다 아는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사망까지 쭉 시간순으로 흘러옵니다.시즌 5,6 정도는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나신 분들이라면 '어?기억난다'라는 장면들도 꽤 많을 거예요.
전통적으로 영국 총리는 영국 왕실의 여름휴가에 한 번씩 초청을 받아서 함께 보내는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대처 총리도 취임 후 첫 휴가를 왕실에서 함께 보냈지요.참석자들이 다 함께 사냥 등 야외 활동을 나간 자리에서,혼자만 옷을 갈아입겠다며 몰래 들어와서 급한 결재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대처 총리.그 모습을 본 여왕의 여동생 마거릿 공주가 묻습니다.
마거릿 공주 : "오늘이 공휴일인 건 알고 계시는 거죠?"
하지만 워커홀릭인 대처 총리는 당연한 듯 말하지요.
대처 총리 : "네.국가 정세가 지금 같은 시기에는 휴가를 즐기기 어려워서요."
마거릿 공주 : "하지만 국가 정세는 전에도 그랬고,무료 채용공고틀림없이 또 그럴 거예요.경험이 쌓이다 보면 알게 되죠.때로는 휴식을 취하는 게 가장 현명한 처사라는 걸."
대처 총리 : "전 휴식하고는 거리가 멉니다.전혀 즐겁지 않죠."
총리의 얼굴을 한참 빤히 쳐다보던 공주는 딱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갑니다.
마거릿 공주 : "그보다 중요한 걸 얻을지도 몰라요.관점(aspect)."
입헌군주제가 아닌 우리나라에선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왕은 평생 근무하고,총리는 3~4년에 한 번씩 바뀌기가 부지기수입니다.공주의 입장에서는 대처 총리도 7번째 만난 총리 중 하나였고,모든 총리는 "지금 사안이 너무 시급해서"라고 말해왔다는 거지요.하지만 그 시급한 사안 중에도 모든 총리가 대처처럼 몰래 궁으로 들어와 결재 할 정도로 틈 없이 살지는 않았다는 겁니다.마거릿 공주는 당장의 결재 서류를 바라보기보다,오히려 쉬고 생각을 전환하는 순간에 위기의 국면을 타개할 해결책이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건넨 거지요.
마거릿 공주의 조언이 무색하게도,몇 년 뒤 마거릿 총리는 '대화의 여지가 없다','다른 관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평과 함께 자신이 속한 당에서도 지지 표를 받지 못한 채 실각하게 됩니다.결국 공주가 말했던 대처 총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즉 '관점'을 갖는 데에는 마지막까지 실패한 것이 아닐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