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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감염 개체 수 총 55마리도 대리포획단이 시료 채취
수억 원 트랩 설치에도 인력 채용·보호종 생사엔 '뒷전'

경북 영천지역에서 포획된 멧돼지.ASF에 감염된 개체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간 대리포획단은 다음 날 오전 공무원 출근 전까지 개인 창고에 보관할 수 밖에 없다./ 제보자
경북 영천지역에서 포획된 멧돼지.ASF에 감염된 개체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간 대리포획단은 다음 날 오전 공무원 출근 전까지 개인 창고에 보관할 수 밖에 없다./ 제보자

경북 영천시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에도 포획된 연간 1000마리 이상의 야생 멧돼지 시료 채취 및 회수 과정에서 감염 보호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영천지역은 그동안 야간에 활동하는 민간 대리포획단이 야생 멧돼지를 현장에서 불법으로 시료 채취(정확하게는 사체 특정 부위 절삭) 후 담당 공무원이 출근하는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사체를 개인 창고 등에 1차 보관한 뒤 운송하는 등 방역을 전적으로 대리포획단에게 맡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최근에는 환경부 방침에 따라 ASF 확산 차단을 위해 특수 제작된 포획함정(트랩) 등 첨단장비가 투입됐지만 대리포획단에 발견되기 전까지 장시간 동물에 끔찍한 고통을 안기거나 심지어 노루와 오소리와 같은 보호종이 올가미에 갇혀도 현장에서 이뤄지는 사후 조치 행위는 관할 당국이 전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영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관내에서 포획된 야생 멧돼지 수는 1060마리로 집계됐다.

올해는 7월 현재(12일)까지 478마리가 잡혔다.이 가운데 ASF에 감염된 개체 수는 현재까지 총 55마리로 나타났다.

영천지역은 지난해 12월 22일 ASF가 최초 검출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바이러스가 속출되는 가운데 행정안전부와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가 합동 점검을 전개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6개월이 넘도록 사체 처리를 전담하는 인력을 단 1명도 채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영천시 환경보호과 직원 1명이 지금까지 매일 오전 또는 수시로 산 중턱에 있는 냉동창고(영천시 서부동)를 오가며 사체 처리 및 소독,도박 방지 캠페인방역 조치 등을 본 업무와 병행했지만 사실상 시료 채취는 대리포획단 단원들의 몫으로 확인됐다.

한 대리포획단 관계자는 "냉동창고까지 운송·인계하는 시간대가 오전 9~10시인데 저희 35명은 야간에 봉사 및 포상 지급 관계로 활동하며 사체를 사적으로 보관하면서 오전엔 생업 도중에라도 공무원 출근시간에 맞춰 냉동창고에 옮기는 등 생업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며 "더구나 현장 시료 채취까지 저희가 지금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저도 다른 업무와 병행하는 입장이다"며 "최근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를 처음으로 냈으나 지원자가 1명에 그치는 등 취업을 꺼리는 직종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리하면 영천시는 그동안 포획한 멧돼지를 사체처리반(지차제 고용 인력 등) 또는 담당공무원에게 인계한 상태에서 시료를 채취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특정 협회(야생생물관리협회)에 위탁해 포획함정(트랩) 장비를 구입하도록 정책을 강화하면서 정작 사체처리반 전문인력 예산 투입에는 뒷전이었던 것이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야생생물관리협회에 위탁해 특수 제작 및 판매된 포획함정(트랩) 장비를 통해 포획했다는 실적을 부풀리는 정황을 알 수 있는 대리포획단원들간의 문자메시지./제보자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야생생물관리협회에 위탁해 특수 제작 및 판매된 포획함정(트랩) 장비를 통해 포획했다는 실적을 부풀리는 정황을 알 수 있는 대리포획단원들간의 문자메시지./제보자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야간에 주로 활동하는 야생멧돼지를 효율적으로 탐색·추적하기 위한 열화상무인기(드론) 운용 8개 팀과 특수 제작된 포획함정(트랩) 1200개를 현장에 투입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영천지역의 경우 트랩 세트 4억 원 상당의 100개(1세트 당 400만 원)를 도입해 80여 대가 설치됐으나 지금까지 트랩으로 포획된 개체 수는 30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실제 트랩으로 포획된 사실 여부는 대리포획단만 알 수 있는 실정이다.

실제 사살도구는 총탄이고 영천시가 운영하는 냉동창고에 멧돼지가 운송돼도 비닐에 덮여 있어 '트랩' 사용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실적을 부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실상 '올가미'를 의미하는 덧의 일종인 트랩은 보호종이 갇힐 수 있는 위험도 늘 노출돼 있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

영천시 관계자는 "멧돼지 사체가 비닐에 덮어져 있어 꺼내어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포획단이 '트랩 포획'이라고 트랩과 연결된 송수신기에 입력하면 그렇게 믿고 진행한다"며 "보호동물의 경우 사망 여부에 대해선 저희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본지가)지적한 부분 다 맞는 말인 것 같다"며 "제도 개선을 위해 자세히 살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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