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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이남 지역에 호우 피해가 이어지면서 수해취약 지역으로 자주 피해를 입어온 서울 관악구·동작구 주민들은 “남 일 같지 않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수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 2년 가량 지났는데도 “근본 대책은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향신문이 찾은 관악구 신림동·동작구 상도동 일대에서는 수해 대비 용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가게 입구나 반지하 세대가 있는 건물의 1층 창가 상당수는 물난리를 막는 차수판이 미리 설치된 상태였다.건물 지하 주차장 앞에는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었다.2022년 서울 지역에 시간당 최대 141㎜가량의 비가 쏟아지며 신림동과 상도동에서는 반지하에 거주하던 주민 4명이 사망했다.당시 인명 피해로 지방자치단체가 수해 취약 지역 주민들에게 차수판을 지원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신림동 수해 당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주택의 옆 건물 반지하 집에 거주하는 홍모씨(47)는 “2년 전처럼 비가 쏟아지면 또 사람이 죽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홍씨는 “물이 한 번에 솟구치면 차수막이 얼마나 물을 막아줄지 모르겠다”며 “지하 배관을 넓히는 식의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했다.인근 반지하에 사는 윤태성씨(48)도 “차수판 설치는 많이 했지만 인근 하천이 넘치면 또 같은 일이 발생할 것 같다”며 “반지하를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최근 중부 이남 지역의 수해 소식에 “2년 전 그날이 떠오른다”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윤씨는 “여기 주민들 다 2년 전에 이웃이 돌아가신 걸 떠올리는 것 자체를 힘들어한다”며 “충청도에 수해가 났다는 뉴스를 봤는데 어린아이랑 이모님이 돌아가셨을 때가 떠올라 힘들었다”고 말했다.상도동 반지하에 거주하는 A씨(54)는 “2년 전 수해로 가구가 망가지고 피부병도 생겨 막막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며 “수해 이후 회복도 힘든 걸 알아서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인근 상인들도 “수해 보험·차수판 말고는 개인이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불안해했다.신림동 내 시장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B씨(67)는 차수판이 설치된 위치보다 한 뼘 위를 가리키며 “이 위치까지 물이 찼었다”고 말했다.B씨는 “당시 물이 차며 진열장이 손상됐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며 “수해 보험을 들긴 했지만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상도동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유창욱씨(33)도 “당시 가게에 물이 들어온다는 연락을 받고 30분도 안 돼서 하반신이 잠길 만큼 침수됐다”며 “개인이 대비해서 막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근본 대책이 미진하다고 지적했다.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동작·관악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이는 곳이라 차수판 정도로는 물 폭탄에 대비하기 어렵다”며 “위험 지역의 반지하는 사람이 살지 못하게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지난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서울 지역 반지하주택 거주 가구 중 정부와 서울시가 제공하는 주거 이동,화곡역 복권주거비 지원을 받은 가구는 약 2%에 그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씨도 2년 전 수해 이후 대출 지원을 받으려 했으나 포기했다.홍씨는 “계약금을 증빙하는 서류를 가져가도 은행에서 심사에 3개월이 걸린다는데 계약금을 걸고 3개월이나 기다려 줄 집주인이 없어 이주를 포기했다”고 말했다.그는 “옆집도 침수됐던 곳에서 또다시 침수됐던 곳으로 이사온 사례고,화곡역 복권대부분 주민들이 인근을 떠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기후 위기의 관점에서 보면 2022년 같은 수해는 확률적으로 더 많아지고 강도도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도시계획의 단계에서부터 취약 계층을 우선순위에 두고 수해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