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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2002 월드컵 러시아천호동 더샵아파트 사망 사건 수사 확대
하청업체 관리자 입건,대기업 시공사도 조사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2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더샵 강동센트럴시티’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 김모(23)씨가 감전사한 사건과 관련,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대기업 계열 시공사 A사와 콘크리트 타설 장비(CPB) B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사고 당시 경력이 8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김씨가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문 장비 수리에 급작스럽게 투입,숙련된 관리자 등의 도움 없이 홀로 변을 당했다고 보고 시공사와 하청업체의 과실을 조사 중이다.경찰은 현장 관리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시공사의 책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콘크리트 타설 장비는 건물 고층의 거푸집에 붓기 위해 지상의 레미콘으로부터 콘크리트를 끌어올리는 펌프다.사고 당시엔 최상층인 34층에 있는 컨트롤 박스로 관리하고 있었다.지상 1층에서는 리모컨으로 이를 조종하는 것이 원칙이다.하지만 당시 현장에선 이 리모컨이 고장나 최상층에서 수동으로 조작해야 했다.김씨는 김씨는 당시 지상 1층에 있던 B사 관리자 배모씨로부터 “리모컨이 고장났으니 34층에 있는 컨트롤 박스 전원을 수동으로 끄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의 사망 장면이 담긴 감시카메라 화면을 본 부친에 따르면,고인은 20초 동안 컨트롤 박스 스위치를 잡고 있다가 쓰러졌다.고압 전류가 온 몸에 순식간에 흘러들었기에 시신 훼손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컨트롤 박스는 고압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경력이 많은 전문가들만 수동으로 조종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 관계자는 “해당 컨트롤 박스 속 전류 차단기는 이전부터 고장이 나 있었다”고 했다.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였고,작업자들은 임시로 나무 막대기를 넣어 전류를 차단했다고 한다.
경찰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중퇴하고 웨딩홀·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콘크리트 타설 일을 배운지 8개월밖에 되지 않은 김씨가 전문가들이 주로 투입되는 컨트롤 박스 작업에 투입된 경위를 집중 조사 중이다.관리자 배씨는 경찰 조사에서 기계 결함을 비롯,2002 월드컵 러시아업무에 숙련되지 않은 김씨가 작업에 투입될 때 별도 관리자가 없었던 정황 등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 업계 관리자는 “현장 작업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콘크리트 타설 장비가 엉망진창으로 관리되고 있었던 것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족들은 김씨가 사망 후에도 상당 시간 현장에 방치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서울 강동소방서가 현장에 도착,김씨를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하기 시작한 시각은 12일 오후 5시 31분이다.그런데 현장 관리자 배씨가‘김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주변에 전화하기 시작한 시각은 오후 2시 45분이었다고 서울아산병원 빈소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말했다.
15일 김씨의 빈소에서 부모는 아들의 영정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김씨의 10년 지기들이 이들을 위로했다.분향실엔 김씨가 가장 좋아하던 인형 4개와 김씨의 사촌 누나들이 보낸‘○○아 사랑해’문구가 적힌 화환이 있었다.빈소 앞에는 B사가 보낸 화환이 놓여 있었다.A사와 B사 관계자들은 14일 빈소를 찾았다고 한다.고인의 부친은 “한없이 순한,금쪽같은 내 아들이 아침에 일 나갔다가 갑자기 죽어서 돌아오니까 억울하고 눈물밖에 안 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