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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이기는 人터뷰
농구감독에서 기업인으로
최희암 고려용접봉 부회장
'빨간약 근성'으로 현장경영…"3만번 연습하고 실전에 활용하죠"
'영업의 마법사'로 변신…위기 극복하고 5년 연속 흑자
"현장에 답 있다"…납품사 화장실 꼭 살펴보고 결정
운동은 다음 경기 있지만 기업은 꺾이면 만회 힘들어
자기분야 최고돼야 회사 살아…'용접 달인' 말 늘 경청
선수 앞에 서는 감독 없어…직원 활약할 환경 만들 것
잘나가던 농구 감독에서 그럴듯해 보이는 기업인으로 변신한 최희암 고려용접봉 부회장.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두 분야에서 모두 능력을 인정받은 그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늘 성공한 것만은 아니었다.
단신인 탓에 농구 특기생으로 대학 가는 길이 막혀 농구를 포기할 뻔했고 어렵사리 들어간 농구팀에선 번번이‘벤치워머’였다.선수로선 안 되겠다 싶어 27세 이른 나이에 은퇴한 뒤 30대에 연세대 농구팀을 맡아‘불멸의 구단’으로 이끌었지만 정작 프로팀 감독으로선 탄탄대로를 걷지 못했다.
그런 위기 순간마다 그를 오뚜기처럼 일으켜 세운 것은 그의 표현대로‘아카징키’(빨간 약)였다.머리가 깨지고 다리가 부어도 이 약만 바르면 바로 경기를 뛸 수 있었다는 악바리 근성이었다‘뛸까 말까’를 고민하기보다‘일단 뛰고 보자’는 생각은 그를 남들보다 한 박자 빠른 결단력의 소유자로 만들었다.
고비 때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소통’과‘연결’이었다.개성 강한 농구 선수를 팀에 녹아들게 하고 생각이 천차만별인 직원들을 하나로 묶어낸 비결은 허심탄회한 대화였다.그에게 농구와 용접은‘연결 과정’이었다‘연결 마술사’최 부회장에게 위기 극복법을 들어봤다.
▷갑자기 기업인이 됐습니다.
“저도 예상하지 못했어요.2009년 전자랜드 농구단 감독으로 있을 때인데 재계약이 안 됐죠.고려용접봉 회장님이 당시 전자랜드 회장의 형이었어요.미안했는지 저녁을 하자길래 만났는데 그때 경영자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죠.”
▷제안한 이유가 뭘까요.
“그날 서울에서 저녁을 먹은 뒤 내가 연희동 집에 안 가고 농구팀 숙소인 인천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거든요.나중에 회장님한테 들어보니‘이 정도로 열심히 하면 뭘 맡겨도 잘하겠다’고 생각했대요.”
▷입사 3년 만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고려용접봉 중국지사가 STX 다롄조선소에 납품을 많이 했는데 STX중공업이 부도나면서 대금을 못 받은 거죠.산업은행,청와대까지 뛰어다녀 겨우 대금 일부만 회수했어요.너무 힘들었습니다.”
▷뭐가 제일 힘들었습니까.
“직원을 내보내는 게 가장 마음 아팠어요.저도 부담이 커서 그만두겠다고 했죠.그런데 회장님께서‘시즌 도중에 감독 바꿔서 잘 된 거 본 적 있냐’고 하더라고요.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죠.”
▷농구보다 더 어려웠겠네요.
“맞습니다.운동은 져도 다음 경기에서 이기면 되잖아요.그런데 기업은 한 번 꺾이면 만회하기 어렵죠.365일 내내 긴장하고 있어야 해요.”
▷그 일 이후 전략을 바꿨나요.
“다시 돈을 떼이지 않기 위해 버릇이 생겼습니다.물건을 팔러 가면 꼭 그 회사의 화장실을 먼저 봅니다.화장지 없는 회사엔 물건을 못 주죠.수만 명이 일하던 STX조선소는 화장실이 동파할 수 있다며 화장실 문을 잠갔어요.화장실도 관리하지 못 하는 회사는 오래 갈 가능성이 작죠.”
▷경기가 안 좋은 건설사는 어떻습니까.
“함바집(공사장 간이식당)에 가보세요.직원들이 장부에 이름을 달아놓고 먹잖아요.슬슬 어느 회사가 월급이 안 나온다는 얘기가 돕니다.그런 곳엔 물건을 안 팔죠.”
▷현장에 자주 가나 봅니다.
“매일 나갑니다.고객사가 몰려 있는 전남 영암 대불단지에 2박3일로 가기도 하고 당일치기로도 다녀옵니다.현장에 더 가게 하기 위해 영업직원들 책상을 다 빼려고 했어요.엿장수가 엿을 집에서 팝니까.현장에 나가야 팔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흑자 전환에 도움이 됐나요.
“네,어설픈 전략으로 매출을 만회하려 하지 않고 현장에서 우량 고객사를 관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그런 회사를 자주 찾아가다 보니 이익 관리가 되더라고요.”
▷감독을 할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까.
“‘분업 농구’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뜻은 간단해요.선수든 감독이든 경영자든 모두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합니다.농구 포워드가 슛만 잘하면 되는데 가드처럼 드리블하면 자기는 재밌어도 팀은 이기기 어렵죠.화려한 플레이를 다섯 번 하면 한 번은 성공합니다.그러면 본인은 만족할 수 있는데 팀은 패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3·3·3 논법’을 강조했어요.무슨 기술이든 300번 하면 흉내는 낼 수 있고 3000번 하면 약간 잘할 수 있어요.자연스러워지려면 3만 번 연습해야 합니다.시합 땐 3만 번 이상 연습한 것만 해야 이겨요.”
▷늘 그렇게 할 수 있나요.
“시합 땐 자기 것만 열심히 해야 하는데 연습 땐 다르죠.가드에게 센터 연습시키고 센터에게 가드 훈련시키고 그랬어요.동료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야 실전에서 팀 전체가 살아납니다.”
▷그 원칙을 회사에서도 적용했습니까.
“영업직원이 물건만 가져다주면 그냥 우편배달부잖아요.그래서 영업직원 대상으로 용접 기술 시험을 봤습니다.오픈북으로 했는데도 처음에 다들 싫어했습니다.시간이 지나니 엔지니어 도움 없이도 영업팀이 자체적으로 빨리 해결하게 돼 고객사들도 좋아했습니다.”
▷농구 철학이 기업에서도 통했네요.
“그래도 농구단과 기업이 항상 같을 순 없습니다.농구에선 승리를 목표로 한 방향으로 다그칠 수 있습니다.그러나 기업에선 성과 내자고 몰아붙이기 어렵죠.사실 이게 농구 감독 출신 경영자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해법을 찾았나요.
“제가 용접을 전혀 모르는데 무슨 얘기를 하겠어요.모르는 건 절대 말하지 않고 어떤 일이 생기면 왜 그렇게 됐는지를 직원들에게 물어봤어요.직원들 말을 열심히 들어주니 직원들도 제 얘기를 들어줬습니다.이런 면에선 농구에서 용접으로 직업만 바뀌었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연구개발까지 맡고 있습니다.
“그동안 K-2 전차 등 3개 분야에서 용접재를 국산화했어요.잠수함 용접재 국산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그런데 방산 쪽을 하다 보면 큰 문제가 있더라고요.예컨대 가격이 100원이고 이익률이 7%인 제품이면 제조업체는 7원을 벌죠.그런데 국산화에 성공하면 제품 단가를 70원으로 낮춥니다.여기에 7% 이익률을 곱하면 제조업체 이익은 4.9원으로 줄어듭니다.죽도록 고생해서 국산화하면 뭐 합니까.이익이 깎이는데 돈 들여 국산화할 이유가 있을까요.정부가 이런 잘못된 구조를 해결해줬으면 합니다.그래야 국방 부문 국산화가 빨리 될 것 같습니다.”
▷경영 목표가 있나요.
“선수 앞에 서는 감독은 없어요.제가 앞장서기보다 직원들이 뛸 수 있도록 지원해야죠.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습니다.”
고려용접봉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용접 재료를 국산화한 것으로 유명하다.2020년엔 40년간 수입에 의존하던 K-2 전차의 용접 재료를 완전히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이듬해엔 포스코와 손잡고 육상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용 용접 재료를 국산화했다.
이런 기술력 덕에 실적은 개선 추세다.2020년 2655억원이던 매출이 2023년 3567억원으로 34.4% 증가했다.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1억원에서 236억원으로 67.3% 늘었다.
전방산업 리스크를 줄인 게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사업 초기엔 조선 사업 비중이 컸지만 꾸준히 의존도를 낮췄다.조선 비율은 8%에 그치고 자동차(31%)와 유통(25%),더블업카지노 가입쿠폰건설기계(23%) 비중이 높다.이 회사는 1989년 일본 법인을 세운 데 이어 1991년 회사 영문명을 고려용접봉에서 KISWEL로 바꿨다.같은 해 2월과 11월 각각 중국 상하이 지사와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1997년 말레이시아에 첫 해외 공장을 건설한 뒤 2003년 중국 법인과 공장을 잇달아 세웠다.2006년엔 미국 현지 공장을 완공했다.현재 120여 개국에 200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며 수출 비중을 60~7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 최희암 부회장은…
△1955년 서울 출생
△휘문고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미국 연방체육대학원 박사
△현대 농구단 선수
△연세대 농구팀 감독
△울산모비스 농구단 감독
△인천전자랜드 농구단 감독
△고려용접봉 중국법인 사장
△고려용접봉 대표
△고려용접봉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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