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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국의 바탕이 된 3.1운동은 종교계의 참여와 헌신,타이젬 도박그리고 민중의 뜨거운 열정이 한데 어우러져 희망의 꽃을 피웠다.사진은 지난 2019년 100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유관순 열사 사적지 일대에서 열린 아우내봉화제에 참가한 시민들./더팩트 DB



영화‘킹덤 오브 헤븐’은 제3차 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한 장편 서사극이다.메가폰을 잡은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예루살렘을 지키려는 기독교 세력과 술탄 살라딘의 전투를 실감나게 그렸다.

2005년 당시로서는 거액인 1억 3000만 달러를 들여 웅장한 화면을 만들어냈다.치열한 전투 끝에 기독교의 발리안과 이슬람의 살라딘은 평화협정을 맺는다.예루살렘을 살라딘에게 넘겨주는 대신 성 안의 주민들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조건이다.

발리안은 하늘의 왕국은 돌로 쌓은 성채가 아니라 머리와 가슴 속에 있다고 명분을 세웠다.영화의 클라이막스는 평화협정을 맺고 돌아서는 살라딘에게 발리안이 "예루살렘이 어떤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 장면이다.도대체 예루살렘이란 성지를 지키고 빼앗기 위해 수많은 기사와 민중들의 피를 흘려야 하는지 말이다.

살라딘은 대답한다."낫씽(Nothing)." 그리고는 몇 걸음 내딛다 다시 돌아서서 말한다."에브리씽(Everything)." 예루살렘은 아무 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이란 이야기이다.

신앙은 인간을 초개처럼 만들지만 그 인간의 믿음은 영원과 불멸의 낙인이 된다.제3차 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한 장편 서사극 '킹덤 오브 헤븐' 포스터.
신앙은 인간을 초개처럼 만들지만 그 인간의 믿음은 영원과 불멸의 낙인이 된다.제3차 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한 장편 서사극 '킹덤 오브 헤븐' 포스터.


어쩌면 종교의 본질이 이 두 단어에 집약돼 있을 것이다.신앙은 인간을 초개처럼 만들지만 그 인간의 믿음은 영원과 불멸의 낙인이 되는 거다.이게 종교의 힘이 아니겠나.우리의 근대화 과정에 종교가 깊숙이 관여돼 있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겠다.

1894년의 동학혁명도 바로 수운 최제우가 창도한‘인내천(人乃天)’사상에 뿌리를 둔다.사람이 곧 하늘이니 모든 사람은 멸시와 차별을 하거나 받아서는 안된다는 이념이다.바로 천부인권과 만민평등 사상이다.동학은 1906년 의암 손병희에 의해 천도교로 계승된다.

더불어 조선 말엽 서양에서 들어온 기독교도 수많은 순교자의 피를 머금고 민중의 삶 속에 스며든다.일제강점기인 1919년 3.1운동 당시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명의 민족대표 가운데 천도교가 15명,기독교가 16명,팜스프링 카지노 호텔불교가 2명이다.

천도교 대표 손병희는 1922년,실시간 바카라 사이트 샤오 미기독교 대표 이승훈은 1930년,불교 대표로 공약삼장을 작성한 한용운은 1944년 사망한다.다른 민족대표들도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으로 순국하거나 병사한다.비록 몇몇은 변절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대부분 고난과 형극을 온 몸으로 감내했다.

그들은 민중의 정신적 지주였고 시대의 어른이었다.이처럼 대한민국 건국의 바탕이 된 3.1운동은 종교계의 참여와 헌신,그리고 민중의 뜨거운 열정이 한데 어우러져 희망의 꽃을 피웠다.그해 상해 임시정부가 세워졌고 국호를 대한제국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제로 한다고 규정했다.왕정시대를 끝내고 민주공화정 시대를 열어간 거다.해방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딛고 군사독재를 청산하며 세워진 제6공화국 헌법 전문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총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세계만방에 선언한 기미독립선언서의 정신이 면면히 이어온 것이다.

이처럼 우리네 종교는 압제에 시달리는 민중의 편에 서서 시대의 흐름을 바꾸어 왔다.구한말에는 민중혁명으로,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으로,군사독재에는 민주화운동으로 나라와 민족을 이끌었다.특히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의 독재에 종교계가 앞장 서서 맞섰다.

가톨릭 김수환 추기경은 종교의 경계를 넘어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구심점으로 존경 받았다.퀘이커교 한국대표를 지낸 함석헌 옹은‘씨알의 소리’를 발행하며 독립유공자 언론인 사상가 문필가 민중운동가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그는 흰 수염으로‘겨레의 할아버지’란 호칭도 얻었다.

"나의 믿음은 길 위에 있다"고 한 박형규 목사는 인권운동과 빈민선교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그는 4.19혁명 과정에 거리를 적신 학생들의 피를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혀 흘린 피와 견주며 질곡으로부터 해방을 외쳤다.길 위의 목사로 불린 그 역시 시대의 어른이었다.

박정희 사망 이후 12.12.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기폭제도 종교계가 던졌다.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책상을)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은폐조작을 세상에 드러낸 것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었다.그해 6월10일 이른바‘6월 항쟁’의 시작을 알린 범국민대회는 성공회 서울대교구에서 열렸고,이어 명동성당에서 3일간의 농성이 이어졌다.

권력은 이런 지도자들이 늘 경계대상 1호였다.박정희는 1974년 민청학련사건을 발표하면서 천주교 지학순 주교를 구속했다."왜 사제가 정치적 발언을 하는가" 따지는 박정희에 김수환 추기경은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답했다.정권은 이후 김 추기경에 대해 교묘한 모함과 추문을 퍼뜨리며 유언비어 조작해 어른으로서 권위에 손상을 입히려 했다.

길 위의 박형규 목사도 거듭된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정권은 박 목사를 선교자금을 횡령한 파렴치범으로 몰았다.그는 백색 테러단체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고 백주 대낮에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우리의 종교계는 이렇게 권력이 아니라 민중의 편에 섰다.동학혁명이 그랬고 3.1운동이 그랬다.독립운동과 독재타도 운동에도 앞장섰다.그렇게 민중과 애환을 함께하며 스스로 푯대가 돼 시대를 이끌었다.

왕정과 일제와 독재라는 민중의 질곡이 극복됐기 때문일까.저항할 상대가 사라져서 그럴까.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으로 나라가 혼란한 요즘 종교라는 이름으로 민중을 선동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이들은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인가 거리에 나뒹구는 헤지고 찢어진 넝마인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25일 최후변론을 끝으로 머지않아 결론이 날 것이다.아마도 심판의 날은 조속히 다가올 전망이다.그런데 지금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탄핵반대 집회는 과연 민중을 위한 것일까 권력자를 위한 것일까.

방향을 잃은 무리의 준동(蠢動)은 춘삼월 봄바람에 날리는 한줌의 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다만 혼란기에 민중의 마음을 추스르고 가다듬을 종교계 지도자들의 고고성(高高聲)이 그립다.정치와 민심이 양극단으로 치닫는 지금 시대의 어른 그런 지도자가 그립다.그런 점에서 올해 삼일절을 목전에 둔 소회는 자못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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