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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현기영 중단편전집 <순이 삼촌>1941년 제주에서 태어난 현기영,토날리 토토그는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그는 제주도 현대사의 비극인 1948년 4.3항쟁의 비극뿐 아니라,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동백꽃이 피어나는 계절이 되면 나는 현대사의 비극인 '1948년 제주 4.3항쟁'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육지 것이 고향을 떠나 그곳에서 6년 간 터 잡고 살았던 경험 때문일 것이다.듣는 것과 읽는 것이 다르듯 살아보니 또 달랐다.어느새 제주도를 떠나고 이십 년 가까이 되었지만,붉은 동백이 피고 질 무렵이면 제주에 대한 몸살을 앓는다.
탄핵정국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는 이들이 민주성지 금남로에서 집회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리고 27일 뉴스를 통해서 극우보수들의 그 지긋지긋한 혐오의 말들도 들었다.그 혐오의 말들을 들으며 나는 제주를 생각했다.그들은 광주뿐 아니라 제주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것이다.이 나라의 현실은 지극히 비극적이고,절망적이다.어쩌다 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동백이 필 무렵부터 현기영 작가의 책을 두루두루 읽었다.<제주도 우다>라는 장편소설 1권은 우연치 않은 경로를 통해서 저자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책을 받았다.그러나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 권까지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독서 습관 탓에 1권을 읽을 엄두를 내지도 못했다.친필 사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어떠한 비극,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인생은 아름답고,철권8 모드 사이트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 2023년 초여름 현기영-"
그렇다.그의 글마다 비극적이고 절망적이지만,여전히 아름답고,살만한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현기영의 중단편집 1편 '순이 삼촌'에는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에 당선작 '아버지'와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제주말 큰 사전>에 의하면,제주도에서의 삼촌이란 '삼춘'과 동의어이며 '촌수로 삼촌 밖의 숙항인 친척이나,친척이 아닌 동네 아버지뻘 사람들에게도 가깝게 부른 말'이라고 한다.촌수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남녀구별 없이 삼촌이라 불러 가까이 지내는 풍습이었던 것이다.지금도 잘 알지 못하는 연배는 '삼촌'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현기영의 소설에서 '순이 삼촌'은 혈연적인 관계라기보다는 촌수는 멀지만 가깝게 지내던 분이었던 것이다.큰집과도 가까워 기제사에는 서로 왕래하던 각별한 사이였고,어려서부터 잘 따랐기에 '삼촌'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순이 삼촌은 서울로 올라와 일 년간 밥도 해주고 집안일도 도와주다 두 달 전에 제주도로 내려왔다.그런데 어느 날 실종되었고,나중에 일주도로변 옴팡진 밭에서 발견되었을 때에는 이미 꿩약 싸이나를 먹고 죽은 지 이십 일은 더 지난 시점이었다.그것이 불과 여드레 전이라는 것이다.순이 삼촌은 왜 그곳에서 자살을 한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1948년 4.3항쟁으로부터 시작된다.1949년 순이 삼촌은 살던 마을이 토벌대에 의해 소각된 후,옴팡밭(움푹 들어가 있는 밭)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다.하지만 순이 삼촌은 삼십년이 넘는 세월을 옴팡밭에 발이 묶여 도무지 벗어나지 못했다.그리고 기어이 그 옴팡밭에서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서울에서 생활하다 팔년 만에 가족 장지 문제로 고향을 찾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그의 고모부는 서북청년으로 입도해서 제주에서 발붙이고 산 지 삼십년이 넘었다.그러니까,가해자와 피해자가 과거의 아픔을 부여안고 함께 살아왔던 것이며,오히려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산사람,빨갱이,좌파라는 너울 속에 갇혀 인고의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현기영 작가는 '순이 삼촌'으로 인해 1979년,룰렛 최소 배팅박정희의 유신독재가 극심한 시절 군 수사기관에 끌려가 사흘 동안 고문을 받고 1개월간 구치되는 등 고초를 겪었으며,1980년 전두환 군부독재가 광주를 짓밟고 쿠데타에 성공했을 때 다시 '순이 삼촌'이 문제가 되어 종로서에 끌려가 일주인간 취조를 받고,책은 판매금지를 당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2003년,노무현 대통령이 제주 4.3항쟁에 대해 사과를 하고 제주4,3항쟁의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하는가 싶었다.제주 4.3 평화공원도 설립되고,그간 숨겨졌던 제주 4.3항쟁의 진실이 밝혀졌지만,보수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제주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여전히 좌파,빨갱이 프레임을 씌워 제주4.3항쟁을 모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2024년 12월 3일,비상계엄이후 극우보수주의자들에 의해 더욱더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2025년 백주대낮에 민주성지 광주에서 탄핵반대를 외치는 것도 모자라,광주민주화 운동을 전면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왜곡을 일삼는 이들에 대한 법적제제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일이다.이런 행태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과거 극우보수들이 저질렀던 모든 추악한 행위들을 정당화할 것이다.비상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 온 국민을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놓고도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개몽(개꿈)을 꾸는 일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훼손하는 이들에게 이 나라의 법은 너무 관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현기영의 중단편 전집 1에 해당하는 '순이 삼촌'에는 우리네 아픈 역사들이 속속들이 녹아있다.'소드방놀이'에서는 권력을 쥔 자들은 아무 제제를 받지 않으면서 자기의 불법을 피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도령마루의 까마귀'에서는 서북청년단의 잔혹함과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 더 잔혹하게 제주인을 학살하는 데 동참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해룡이야기'에서는 해룡에게 잡아먹히는 사람들이,해룡에 대한 적개심을 갖고 그와 싸우기보다는 자기 탓으로 돌려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과 닮아 있는 제주 학살에 관한 아릿한 이야기들이 있다.
문학 평론가 신승엽은 현기영의 문학세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그가 그려내는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토속적 세계가 아니라,앙상블 토토 사이트우리 근현대사에서 제주도 민중이 겪어야 했던 역사로서의 제주도이며,그래서 제주도의 현실에만 머물지 않고 바로 우리 민족 전체의,나아가 전인류가 당면해온 보편적인 문제로도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현기영 작가의 글은 현대사의 비극인 '4.3항쟁'을 넘어 2025년 '탄핵정국'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떤 역사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그의 글들을 통해서 극우보수화된 이들이 만들어내는 혐오의 말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도 가늠하게 된다.'그땐 그럴 수도 있었어'가 아니라,'지금도 여전히 그럴 수 있어'인 것이다.이런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시대지만,다시 한 번 그의 말을 되새겨 본다.
"어떠한 비극,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인생은 아름답고,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