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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연대 의대 교수 인터뷰
“국제협력 과제 공지도 한글로만 올려
해외 연구자 혼자 신청하기 불가능
영어 공용하면 해외 석학의 심사도 가능”

“실력있는 외국인 교원을 뽑기도 힘들지만,이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연구하기도 어렵습니다.그 중요한 이유중에 하나가 한국연구재단 입니다.한국연구재단의 변화를 촉구합니다.”

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가 지난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큰 화제가 됐다.이 글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공감한다는 의미의‘좋아요’를 눌렀다.

한국연구재단은 1년 예산만 10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연구관리전문기관이다.정부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산부와 대학 교육 시스템을 담당하는 교육부의 예산을 받는다.김 교수는 국내에 외국인 연구자가 늘어나고 국제 공동 연구도 증가하고 있는데 연구재단의 연구 관리 체계는 전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연구비 심사가 영어로 이뤄지고 심사도 외국의 훌륭한 학자들에게 맡기기 때문에 결과에 대체로 수긍한다"며 "한국도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면 연구자댠
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연구비 심사가 영어로 이뤄지고 심사도 외국의 훌륭한 학자들에게 맡기기 때문에 결과에 대체로 수긍한다"며 "한국도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면 연구자댠의 언어 장벽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조선비즈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한국어가 모국어인 저조차 몹시 헷갈리는 한국어 공지들만이 존재한다”며 “영문 홈페이지가 있지만 사실상 기능이 없고,마지막 영문 공지가 2023년 7월”이라고 했다.실제로 한국연구재단 영문 홈페이지 공지는 2023년 7월 19일에 한국과 중국의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알린 글이 마지막이다.

김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공지가 아래한글로 뜨는데 외국인 연구자는 아예 읽을 수가 없다”며 “국제 공동 연구나 해외 연구자와의 협업을 하라고 해 놓고 연구비 신청은 한글로 쓰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연구재단의 연구비를 신청하려면 본인 인증부터 논문 하나하나를 출판일자까지 확인해서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이라는 매우 불편한 홈페이지에 올려야 하는데,외국 교수들이 한국 교수들과 공동프로젝트를 하려고 해도 똑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외국인 교원이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를 자력으로 신청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국연구재단의 공지는 한국어와 영어 공용으로 올리고,7th heaven 토토국문학 같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연구비 신청도 영어로 받자고 제안했다.과제 심사에도 외국인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헸다.특히 문서는 한국만 쓰는 프로그램인 아래한글 대신 외국인도 익숙한 워드로 쓰도록 하자고 제안했다.김 교수의 글에는 비슷한 문제 의식을 느낀 많은 연구자가 공감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한국연구재단의 영문 사이트.마지막 연구비 공지가 올라온 날이 2023년 7월 19일이다./한국연구재단
한국연구재단의 영문 사이트.마지막 연구비 공지가 올라온 날이 2023년 7월 19일이다./한국연구재단

김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들이 문제 제기를 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김 교수는 연세대 의대 교수를 맡고 있지만 미국 코넬대 정책학과 교수와 홍콩과기대 경제학·정책학과 교수도 지냈다.미국과 홍콩,한국의 학계를 두루 경험한 셈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임명된 팜 티 투예 트린 교수의 이야기를 꺼냈다.팜 트린 교수는 KDI에서 유학을 하고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김 교수는 코넬대에 있을 때 박사과정에 있던 팜 트린 교수와 친분을 가졌다.

김 교수는 “한국에 온 뒤에 연구재단에 한국 학자와 베트남 학자 간 협업을 하는 연구기금이 생겼길래 팜 트린 교수가 신청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신청서를 찾아보니 모두 한국어로만 돼 있고 영어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그는 “한국어를 쓰지 않는 외국인 연구자들은 이런 기회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지내다 한국인 아내를 따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한 데이비드 쇤헤어 교수의 사례도 비슷하다.김 교수는 “쇤헤어 교수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를 신청하려고 보니 영어를 지원 안 해줘서 본인이 혼자 신청할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한국 특유의 복잡한 본인인증 시스템을 외국인에게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교수도 적지 않다.당장 서울대만 해도 한국 입양아 출신으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에 임용됐던 엘리 박 소렌슨 교수가 2016년 학교를 떠났다.2008년 고고미술사학과에 왔던 미국인 교수가 한 달여 만에 학교에 통보도 하지 않고 미국에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그때도 외국인 교수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국만의 연구비 시스템과 지원 부족이 이유였는데,주사위 도박 종류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문제가 그대로인 셈이다.

김 교수는 홍콩 같은 아시아 다른 국가들은 학계에서는 영어를 기본으로 쓰고 있어 외국인 교수나 연구자를 데려오는 데 문턱이 낮다고 말했다.그는 “나도 홍콩에서 외국인 교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며 “연구비 심사 요건이 간단하고,영어로만 이뤄지고 심사도 외국의 훌륭한 학자들에게 맡기기 때문에 대체로 결과에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구재단의 언어 장벽이 해외 석학을 국내에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라고 했다.그는 “한국은 연구비를 받으려면 한국연구자정보(KRI),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 같은 곳에 논문 업적을 하나하나 다 올려서 검증받아야 하는데 영어까지 지원이 안 되다 보니 굉장히 불편하다”며 “논문을 많이 쓴 대가일 수록 수작업으로 올리는 시간이 길어질 텐데 외국인 석학에게 한국에서 연구비 받으라고 그런 일을 하라고 하는 게 말하기도 부끄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과제 심사 문호를 해외로 확대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김 교수는 “연구비 신청을 한국어로만 쓰면 심사도 한국 연구자가 해야 하는데,이 과정에서 끼리끼리 나눠먹기하고 넓은 시야 없이 갈라파고스적인 사고만 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에서는 유럽 연구자의 연구비 심사를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있는 연구자가 하는 식으로 글로벌한 심사와 피드백이 이뤄지는데 우리도 이런 부분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영어”라며 “최근에는 AI(인공지능) 기술도 좋아져서 영어를 시스템에 넣는다고 해도 비용이 크게 들지도줄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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