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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40조 넘은 '쿠팡' 로켓 진화 어디까지(上)

대기업도 못한 일을 15년 만에…로켓 타고 '매출 40조원' 뚫은 쿠팡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쿠팡의 지난해 매출이 40조원을 넘어섰다.쿠팡이 2023년 유통업계 최초로 연매출 30조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40조 클럽'까지 선점한 것이다.대형마트·백화점 등을 기반으로 수십년간 국내 유통 시장을 지켜온 대기업도 달성하지 못한 매출 신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면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가 26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 41조2901억원,영업이익 6023억원의 실적을 거뒀다.전년 대비 매출은 29% 증가했고,영업이익은 2.4%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1600억원대 과징금과 신사업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전년 대비 다소 악화됐다.하지만 로켓배송과 무료 반품 등 혜택을 강화하면서 유료 멤버십 확장에 성공했고,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더욱 키우는 '플라이휠(Flywheel)'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매출은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지난해 원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것도 환산 매출 증대에 영향을 줬다.쿠팡의 매출 신장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평균 매출 신장률(8.2%)의 3.5배 수준이다.실제로 쿠팡 매출은 2020년 13조9235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조원대 진입했다.이어 2021년 22조2257억원,2022년 26조5917억원,2023년 31조8298억원을 기록했다.매출 10조원까지 10년이 걸렸지만,이듬해 20조원대 진입했고 이후 2년 만에 30조원대로 진입했다.

2010년 창업한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성장세를 탔다.2019년까지 매출은 롯데·신세계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는데,애틀랜틱시티 카지노 뉴저지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유행)을 기점으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형 유통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특히 2019년 유료 회원제 와우 멤버십을 시작하면서 선보인 쿠팡이츠와 로켓프레시,쿠팡플레이(OTT) 등 차별화 서비스 전략이 온라인 쇼핑 점유율 상승 국면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고객 '록인'(Lock-in·묶어두기) 전략도 입증됐다.쿠팡은 지난해 4월 신규 회원,8월 기존 회원을 대상으로 멤버십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올렸다.그런데도 회원수는 2023년 말 1400만명보다 더 늘어났다는 설명이다.이로써 쿠팡은 연간 멤버십 수익으로 최소 1조1000억원 이상을 확보하게 됐다.다만 쿠팡은 올해부터 회원 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밑 빠진 독에 뭉칫돈' 계획이 있었구나…"곧 망한다"던 쿠팡의 역전승

"국내 대기업이라면 이렇게 오랜 기간 적자를 감내할 수 없다."

쿠팡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장기간 손실을 감내하고 회사 외형을 키우는 '계획된 적자' 전략이 보수적인 국내 기업 문화에서는 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실제로 수년째 적자를 지속한 계열사를 정리하지 않는 기업 오너를 찾아보기 힘든게 현실이다.통상 1~2년만 적자가 나도 재무 전문가를 대표로 앉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장기 투자보다는 검증된 업체를 M&A(인수합병)로 사들이는게 업계의 관행이었다.

이런 점에서 창업 후 첫 흑자를 기록하기 전까지 6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감내한 쿠팡이 닥쳐온 위기를 돌파하고,유통업계 매출 1위로 도약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2013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쿠팡의 누적 적자액은 6조1893억원에 달했다.이 기간 매년 6100억원 이상 손실을 낸 셈이다.

첫 실적이 공개된 2013년 쿠팡의 매출은 4779억원이었는데,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은 매출이 3484억원으로 역성장했고,풋볼 베팅 팁스영업 손실은 1억5000만원에서 1215억원으로 급증했다.회사가 첫 생존 고비를 맞닥뜨린 시기였다.이때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설립한 비전펀드가 지원군으로 나섰다.비전펀드는 그해 10억달러,당시 환율 기준으로 1조530억원을 쿠팡에 투자했다.

쿠팡은 이듬해 1조1133억원의 매출을 거둬 1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적자 규모는 5470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성장세를 입증하며 '계획된 적자' 전략의 신호탄을 쐈다.이후 쿠팡은 매년 40~70%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지만,검은사막 캐릭터 슬롯동시에 비용 지출도 늘어나면서 2018년 처음으로 연간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당시 대형 유통사들은 "명백한 치킨게임"이라며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하지만 "곧 망한다"는 비관론이 쏟아진 시점에 쿠팡은 비전펀드의 20억달러 추가 투자를 받아 활로를 뚫었다.이를 기반으로 로켓배송 물류망 투자를 이어갔고,그간 9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지난해에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3조원의 추가 물류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방 도서지역에서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 배송 차량./사진제공=쿠팡Inc쿠팡은 2023년 창사 13년 만에 첫 흑자를 달성했다.누적된 손실을 회수하며 경영 안정화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다시 한번 대규모 투자를 선택한 것은 핵심 경쟁력인 물류망을 키워 경쟁사와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포석이 깔렸다.쿠팡은 오는 2027년까지 전국 260개 시·군·구 중 88%인 230곳에 로켓배송이 가능하도록 물류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쿠팡이 2021년 3월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가능해졌다.쿠팡은 당초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NASDAQ) 상장을 추진했는데,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 많은 뉴욕 증권거래소(NYSE)로 직행했다.이후 그린옥스 등 대형 투자자들이 쿠팡의 주주로 참여하면서 추가 투자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

쿠팡의 성장은 오프라인 중심인 국내 유통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산업통상자원부가 2006년 6월부터 매월 발표하는 유통업 매출 통계에는 2016년 6월까지 '온라인 쇼핑' 카테고리가 없었다.쿠팡은 첫 온라인 쇼핑 매출을 집계한 당시 티몬·위메프 등과 함께 '소셜커머스'로 분류되기도 했다.2016년 약 7대 3이었던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은 2019년 6대 4로 좁혀졌고,2022년엔 거의 5대 5 수준이 됐다.지난해에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50.6%로 통계 집계 이후 최초로 오프라인을 넘어섰다.

자금난이 악화된 티몬과 위메프가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온라인 매출 집계에서 제외됐지만,쿠팡이 그 빈자리를 채운 것 이상으로 성장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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