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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의 빛과 그림자

관세는 고대 문명 시대에도 있었다.기원전 2000~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도 국경을 넘을 때 통행세를 부과했고 그리스와 로마 제국에서도 항구로 들어오는 물품에 관세를 매겼다.근세 때까지 관세는 유럽 통치자들의 주 수입원이었다.물리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편리했고 외국인에게 부과할 수 있어 저항이 적었기 때문이다.당시 자유무역은 있을 수 없었겠지만,그나마 자유로운 무역이 보장된 시대는 패권국이 등장해 국제정세가 안정되고 무역을 가로막던 장벽이 해소됐을 때다.라틴어로 평화를 뜻하는 팍스(Pax)란 단어를 앞에 넣은,팍스 로마나,팍스 몽골리카나 시대가 바로 그런 시기였다.중세 후반 십자군 전쟁으로 로마의 도로가 다시 살아나고 무역이 활성화됐다.근세에 들어오면서 국내산업을 보호하고 국부를 늘리기 위해 중상주의(mercantilism)와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했다.

자유무역으로‘해가 지지 않는 영국’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보여주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보여주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근대에 접어들면서 자유무역 사상이 나왔다.근대경제학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전문화된 분업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원천이라며 자유무역을 주창했다.데이비드 리카도는 그 근거로 비교우위론을 제시하며 현대 무역이론의 기초를 다졌다.바로 이때 벌어진 영국의 곡물법(Corn Law) 논쟁은 보호무역에 대한 자유무역주의의 승리를 알리는 사건이었다.곡물법은 1815년부터 30년간 수입 곡물에 대한 관세를 강제한 법으로,곡물법의 폐지는 귀족 계층에 대한 부르주아의 승리를 의미했다.이후 영국은 금본위제와 함께 자유무역의 주창자가 되었고,이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팍스 브리타니카’시대를 열었다.

보호무역은 근세 이후의 개념이지만,유사 이래로 무역이익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의 무역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무역 전쟁은▶관세장벽(관세전쟁)▶덤핑▶외환개입▶경제봉쇄 등의 여러 가지 형식을 띠어왔다.무역 전쟁은 많은 경우 서로 합의를 찾아 상생의 길로 갔지만,블록 체인 핵심 기술진짜 전쟁으로 비화(飛火)되기도 했다.세계의 흐름을 바꾼 가장 큰 무역 전쟁을 꼽으라면,네 사건을 들 수 있다.근세를 전후해 벌어진 향신료를 둘러싼 유럽국가들의 전쟁,17세기 해상권을 둘러싸고 벌인 영국과 네덜란드 간의 영란전쟁,미국의 남북전쟁,블랙 잭 표 베스트 온라인 카지노세계 대공황 때의 미국에 의해 촉발된 관세전쟁이 그것이다.

오스만제국에 의해 무역 장벽이 높아지자 유럽인들의 향신료에 대한 열망은 15세기 대항해시대와 신대륙 발견이란 결과를 낳았다.향신료를 구하기 위한 항해가 뜻밖에 새로운 세상을 연 것이다.17세기 중반 올리버 크롬웰의 항해조례로 시작된 3차에 걸친 영란전쟁은 도전과 혁신으로 100년 이상 전 세계의 해상권을 장악했던 네덜란드의 몰락과 신흥강국 영국의 부상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남북전쟁의 명분상 이유는 노예해방이었지만,실질적으로는 관세를 둘러싼 남북 간의 대립이었다.1812년 영미전쟁 이후 미 연방은 북부의 산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품에 고(高)관세를 부과했는데 영국으로부터 농기계를 수입하여 면화를 수출하는 남부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었다.이로 인한 남북 간의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1857년 경제불황으로 다시 고관세를 의회가 통과시키자 남부 주들은 연방에서 탈퇴하기 시작한다.관세가 내전을 부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남북전쟁의 원인도‘관세전쟁’이라는 무역 전쟁이었지만,북부가 남북전쟁의 승기를 잡은 것도‘해양봉쇄’라는 무역 전쟁을 통해서였다.소설

수출화물을 실은 컨테이너들이 중국 상하이 항구에 쌓여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중국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방위 관세 압박을 가하고 있다.관세의 영어 표현(Tariff)는 지브롤터 해협의 스페인 최
수출화물을 실은 컨테이너들이 중국 상하이 항구에 쌓여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중국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방위 관세 압박을 가하고 있다.관세의 영어 표현(Tariff)는 지브롤터 해협의 스페인 최남단 항구도시 이름인 타리파(Tarifa)에서 유래됐다.이곳을 점령한 무슬림 해적들이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로부터 강제로 징수한 통행료를 타리파로 부르면서다.[로이터=연합뉴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남자 주인공 레트 버틀러는 봉쇄선을 오가며 물건을 팔아 폭리를 취하는 상인이었다.이때 버틀러가 넘나든 봉쇄선이 북부가 남부의 경제를 고사시킬 설치한 해양봉쇄선이었다.1861년 북부 총사령관 윈필드 스콧은 대외무역에 의존하는 남부를 고사시키기 위해 항구를 폐쇄할 것을 건의했고 링컨이 이를 받아들여 해양봉쇄를 강행했다.언론은 이 작전을‘아나콘다 작전’으로 불렀다.이 작전은 적중했다.남부는 전쟁물자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생필품마저 보급받지 못했고 주요 수출품이던 면화와 담배의 판로가 끊겼다.아나콘다가 조여오자 남부의 경제는 완전히 무너졌고 결국 전쟁에서 패배한다.

관세가 한 나라를 넘어 세계 경제를 붕괴시킨 사건이 세계 대공황 때의 관세전쟁이다.공황이 일어나자 미국은 국내 일자리를 보호하고 농민들과 제조업체들을 위해 2만 개 이상의 수입품에 평균 4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켰다.이에 유럽국가들은 보복관세로 대응했고,세계 무역량은 1/3 수준으로 급감하고 대공황의 골이 깊어졌다.제2차 세계대전의 기폭제가 된 대공황 때의 관세전쟁은 지금도 미국 최대의 실책(자충수)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전체의 이익,즉 인류의 복지를 기준으로 보면 자유무역이 답이다.하지만,한 국가한테 자유무역이 이익이냐 보호무역이 이익이냐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일반적으로 국력이 강하고 자국 경제가 호황일 때는 자유무역을 선호하고,국력이 쇠퇴하거나 자국 경제가 불황일 때 보호무역을 선호한다.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권국이 되자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만들면서 자유무역을 주창했지만,일본·중국 등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미국의 패권국 지위를 넘보자 보호무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1985년 플라자 합의는 급성장하는 일본을 견제하는 것이었고 2018년 이후 미·중 간 무역(기술) 분쟁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자유무역이나 보호무역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자국에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수입품에 고관세를 적용하는 조치를 차례로 시행하면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지난 2월 1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중국에 추가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이어 지난 2월 18일 트럼프는 “4월 2일 25% 수준의 자동차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마치 연방준비제도(Fed)가 향후 기준금리에 대해 사전 힌트(Forward Guidance)를 주듯이,관세 인상의 일정과 관세율 등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하나는 관세 압박을 통해서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트럼프는 지난 2월 1일 발표 때 고관세 대상 국가의 밀입국과 마약 문제를 언급했다.2월 18일 발표에서도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관세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저의를 드러냈다.돌이켜보면 트럼프 1기 때도 관세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여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같은 미국에 유리한 무역 협정을 끌어냈다.트럼프로서는 관세를 통해서건 아니건,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 되는 것이다.

WSJ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
두 번째는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나 일괄(across the board) 관세보다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와 같은 선별적인 관세 적용을 통해 관세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지난 2월 1일 보편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때 미국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평가했다.미시간대의 발표에 의하면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1%포인트나 상승했다.물가상승에,금리까지 오르는데 트럼프가 고관세 정책을 계속 견지할지는 의문이다.미국의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할 경우,트럼프가 관세전쟁을 완화하고 국내 경기를 부양할 거라는 소위‘트럼프 풋(put)’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간의 트럼프의 행태로 볼 때 4월에 모든 국가가 같은 운명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다.상황 해결을 위해 각 나라가 백악관에 무슨 선물을 들고 찾아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트럼프가 말한 조선 분야의 협력을 포함해 미국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속히 파악하고 피해를 최소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관세로 인해 피해가 클 기업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방안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얼마 남지 않은‘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세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혹자는 세계 경제가 다시‘킨들버거 함정(새로 부상한 국가가 기존 패권국을 대신해 국제 공공재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때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말하고 혹자는 미국이‘투키디데스 함정(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생)’에 빠져 관세전쟁을 일으킨다고 말한다.확실한 것은 미국이 정말 함정에 빠진 것처럼 조급해 보이는 것이다.세계는 지금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1930년 관세전쟁으로 전 세계가 공멸했던 지난날의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역사는 되풀이된다.

강승준 서울과학기술대 대외국제부총장.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행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재정차관보,한국은행 감사를 지냈다.미주리대 경제학 박사로 현 서울과학기술대 대외국제부총장.지난해 역사와 돈의 중요성을 담은 『역사는 돈이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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