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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연구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연세대 교수에 대한 연구비 환수·제재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용도 외 사용은 맞지만 교수가 빼돌리거나,개인적으로 사용한 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는 이유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박영재)는 연세대 기계공학부 A교수가 교육부 등을 상대로 “제재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대법원은 A교수에 대한 연구비 환수 처분을 취소하고,학술 지원대상자 선정 제외 등 제재 처분도 취소해야 한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A교수는 한국연구재단과 학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께 한 과제 협약을 체결했다.사업기간을 2020년까지로 정하고 연구비를 연간 20여억원 지급받기로 했다.

문제는 A교수가 해당 연구비 중 석사·박사 등에게 지급되는 학생인건비를 공동 관리하면서 생겼다.그는 인건비 계좌의 인터넷뱅킹 ID·비밀번호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인건비 계좌에서 사전에 협의된 금액(석사 월평균 60만원 등)을 학생 본인들 계좌로 이체하게 했다.

연구실의 선임연구은 주기적으로 A씨에게 입출금내역,잔액 등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용도 외 사용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그는 인건비 계좌의 돈을 연구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지원 명목으로 지급했고,수차례에 걸쳐 실험 물품 재료비,사무용품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연구개발사업 규정 등 관련 규정은 이처럼 학생인건비를 교수가 공동관리하는 것 자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교수가 학생인건비를 빼돌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사실을 적발한 교육부는 A교수에게 2년간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되도록 제재 처분을 내렸다.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00만원 상당의 사업비에 대해 환수 처분했다.

A교수는 불복했다.A교수 측은 법원에 소송을 내 “제재·사업비 환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그는 “공동관리금액은 연구실 소속 전체 학생들을 위해 사용했고,개인적으로 사용한 돈이 없다”며 “과제 협약에 따라 수행한 연구의 성과도 우수한데 제재 처분이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교수의 손을 들어줬다.A교수가 연구비 일부를 공동 관리해 용도 외 사용한 것은 맞지만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14부(부장 이상훈)는 2022년 3월,사업비 환수 처분을 취소했다.

1심 재판부는 “A교수는 연구실 소속 학생들이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생인건비를 공동 경비로 모아 유연하게 사용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규정을 어긴 것은 맞지만 개인적인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업을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역량 있는 연구자를 장기간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같은 법의 궁극적인 목적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6-3행정부(부장 백승엽)도 지난해 9월 1심과 같이 사업비 환수 처분을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공동관리된 돈이 학생연구원의 인건비,등록금,회식비,학술대회 참가비,운영 경비 등 연구실 전체 학생들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공동 관리 규정이 나름대로 객관적이고,A교수가 개인적으로 빼도린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법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 역시 같았다.앞서 1·2심은 A교수에 대한 사업비 환수 처분만 취소하고,피클 카지노지원 대상자 제외 등 제재 처분은 취소하지 않았다.하지만 대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제재 처분까지 취소했다.

대법원은 “사후적으로 사업비 환수처분이 취소된 경우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제외 처분은 그 요건을 상실해 더 이상 효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 중 이 부분에 대해서만 다시 판단한다”며 “나머지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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