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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세력 20년 만에 하원서 과반 장악 못해
좌파연합 NFP "좌파연합 집권 준비돼 있다"
범여권 "누구도 승리했다고 말할 수 없다"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 결과 원내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나오지 않은 '헝 의회(Hung Parliament)' 상태가 되면서 정국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출구조사 결과 예상을 뒤엎고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178∼205석,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은 157∼174석,킥스타트극우 RN은 113∼148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어느 진영도 과반인 289석에 미치지 못한 '헝 의회'가 다시 출현했다.
'헝 의회(Hung Parliament)'는 의원내각제 정부 체제에서 의회 내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영국을 비롯한 의원내각제 정부 체제에서 의회(입법부) 내에 과반을 차지한 단일 정당(또는 정당끼리 연대한 연합)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구어체 표현이다.'헝(Hung)'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 뜻이다.의회 운영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다수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해야 하는데,킥스타트그렇지 않을 경우 국정이 공중에 매달린 것처럼 불안하게 운영된다는 뜻이다.
영어권에서는 '균형 의회(balanced parliament)',킥스타트'비장악 입법부(legislature under no overall control)'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입법부가 양원제이고,정부가 하원에서만 책임을 질 경우에는 그 하원에서만 '헝 의회'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2022년 대선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은 과반에 미달한 245석을 얻었다.프랑스 집권 세력이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장악하지 못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었다.애초 1차 투표 당시만 해도 RN은 지지율 1위를 달렸으나 2차 투표를 앞두고 좌파 진영과 범여권이 RN 후보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대거 후보 단일화를 이루면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절대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안 나오면서 총리 인선 절차는 안갯속이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한다.정부 운영을 책임지는 총리는 함께 일할 장관들을 대통령에게 제청해 내각을 꾸린다.문제는 하원에서 총리를 비롯한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집권 여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마음대로 내 사람을 총리에 앉혔다간 곧바로 의회에서 거부당할 위험이 크다.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통상 하원 다수당의 지지를 얻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는 관례가 있다.
과거 프랑스 정치사에서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후 대통령과 총리의 정당이 다른 동거 정부가 탄생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현재 1당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NFP는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정부 구성권을 줘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당장 좌파 연합 내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NFP에 국가 운영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좌파 연합은 집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극좌 정당 LFI에는 정부 운영을 맡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힌 터라 향후 총리 임명 과정에서 NFP 측과의 갈등이 예상된다.마크롱 대통령이 실제 야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원내 2당이 된 범여권 내에서 총리를 임명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우파 공화당과 세를 규합하면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범여권의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 장관은 "오늘 선거 결과를 보면 누구도 승리했다고 말할 수 없다.장뤼크 멜랑숑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향후 의회에서 공화당과 더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NFP에 견제구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