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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대리점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특수고용직 배송기사(퀵플렉서)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밤샘노동을 하다 지난 5월 숨진 배송기사 정슬기씨(41)가 일했던 경기 남양주시뿐 아니라 수도권·충북·경남 등지에서도 업무지시가 이뤄지고 있었다.노동계는 배송기사의‘진짜 사장’인 쿠팡CLS가 고용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향신문이 10일 입수한 카카오톡 채널 대화 내역을 보면,대설해의 카이나경기도에서 일하는 배송기사 A씨는 지난달 쿠팡CLS 캠프 직원으로부터 “신선식품 잔여 가구 우선배송 요청” “당일배송 건 완료 예정시간 공유 부탁” 등의 메시지를 받았다.쿠팡CLS가 신선식품 우선배송을 요청한 것은 주간 배송기사의 신선식품 배송마감이 오후 8시이기 때문이다.원청이 배송마감이 임박한 신선식품 주문 내역을 확인한 뒤 빠른 배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배송기사 B씨도 원청의 신선식품 배송 독촉 메시지를 꾸준히 받아왔다.쿠팡CLS 직원은 “신선(식품) 마감이 1시간 남았다.남은 가구 수는 00이다.신선 우선배송해달라” “신선 미스(지연) 없도록 시간을 잘 확인해달라” “빨리 마무리해달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경남 지역에서 일하는 배송기사 C씨는 “PDD(배송약속시간) MISS(지연) 우려되시는 경우 PDD 오후 8시 상품부터 우선배송 부탁”,대설해의 카이나충청 지역에서 일하는 배송기사 D씨는 “정정배송 실패로 환불처리돼 회수 필요”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쿠팡CLS의 업무지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정씨 사망이 계기가 됐다.쿠팡CSL 직원이 지난 2월8일 정씨에게 “(배송물품이) 어마어마하게 남았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정씨는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한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커졌다.
배송기사들은‘원청의 업무지시’가 정씨만의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고 증언했다.B씨는 “(주간 배송기사의 경우) 오후 6시쯤 되면 신선식품이 몇 가구 남았다고 연락이 오고,오후 7시30분쯤 다시 연락이 온다.배송물품이 많은 날엔 신선식품 배송이 지연되면 안 되니깐 연락을 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쿠팡CLS의 업무지시는 이례적인 게 아니다.(정씨 사망으로 숨겨져 있던 것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했다.C씨는 “대리점에서는 기사들에게 직접 얘기를 잘 안 한다.전산에서 구체적인 걸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CLS 매니저들이 기사들에게 지시했다가 안 됐을 때 대리점에 공유한다”고 말했다.
배송기사들은 원청 업무지시를 받았는데도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하는 게 쉽지 않다.형식상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먼저 자신이‘하청업체(대리점) 노동자’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이 장벽을 넘더라도 원청인 쿠팡CLS가 대리점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인력을 파견받았다는 점이 법원에서 인정돼야 쿠팡CLS 노동자가 될 수 있다.
한선범 전국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쿠팡CLS는 대리점과의 도급계약(1단계),대설해의 카이나배송노동자의 특수고용직화(2단계)를 통해 원청 사용자성을 지우려 하지만 빠른 배송을 위해‘깨알 지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진짜 사장’인 쿠팡CLS는 택배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CLS 관계자는 “쿠팡CLS는 배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택배기사 문의에 응대하기 위해 대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며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에 대한 직접적 업무지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