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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서울시 통계 속 함정➋ 신대방동 르포
2022년 침수피해주택과 비교하니
100%에 못 미치는 설치 실적
집주인이 설치 거부하는 경우도
정비사업으로 반지하 없앤다지만
근생시설이라면 그마저도 어려워"반지하 주택을 위한 침수방지시설을 100% 설치했다." 지난 7월 서울시가 더스쿠프에 공개한 자료의 내용이다.하지만 반지하에 사는 모든 사람이 안전해진 건 아니다.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 '과하게' 설치한 탓에 평균치(100%)가 치솟은 결과여서다.실제로 2022년 침수됐던 영등포,동작구 등에 있는 주택 중엔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숱하다.더스쿠프가 그곳을 가봤다.
2년 전 여름 서울에는 100㎜ 이상의 비가 연이틀 내렸다.1시간당 100㎜가 쏟아진 날도 있었다.이상기후는 재해로 이어졌다.큰비가 내릴 때 반지하 주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집이 밀집한 골목만이 아니었다.한강 이남인 구로구부터 영등포구,동작구,관악구,서초구,강남구의 주요 도로도 물이 찼다.
정부와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공언했다.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거나 반지하 주택을 사들여 주택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대대적인 개발을 진행해 반지하 주택을 아예 없애고 신축을 불허하겠다는 플랜도 공개했다.
이듬해인 2023년 여름은 100㎜ 이상의 비가 연이틀 내리는 일은 없었다.영등포구 문래동,구로구 신도림동 일대 일부가 0.5m 미만으로 잠긴 정도가 전부였다.상업지역,주택밀집지역에 물폭탄이 쏟아졌던 2022년과 달리 이들 지역은 공장ㆍ상가가 밀집한 곳이어서 반지하 주택의 피해도 없었다.
누군가는 '정부와 서울시의 대책 덕분'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그렇다고 보긴 어렵다.2023년만 하더라도 서울시는 침수방지시설 설치 정책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언급했듯 2022년만큼 비가 내리지 않은 데다 비가 내린 지역에 반지하 주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2024년 지금은 어떨까.정부와 서울시가 공언했던 계획은 얼마만큼 지켜졌을까.우리가 視리즈 '침수방지시설 통계의 함정' 1편에서 알아봤듯,프리미어리그 전시즌 순위서울시는 "침수방지시설을 100% 설치했다"고 밝혔지만,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침수방지시설이 필요 없는 곳에 '과하게' 설치한 탓에 평균치(100%)가 치솟았다.2022년 침수피해가 컸던 관악구,영등포구,프리미어리그 전시즌 순위동작구는 2022년 침수피해주택에 비해 수해방지시설을 설치한 주택의 비율은 44.4%,54.3%,27.0%에 불과했다.침수 이력이 있었던 주택 중 일부는 '위험지대'로 남아있다는 거다.
■ 현장의 기록➊ 현주소 = 더스쿠프가 위험지대 중 한곳인 동작구 신대방동의 현주소를 발로 뛰면서 살펴봤다.2022년 여름 이곳은 지하철 2호선 대림역과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을 중심으로 물에 잠겼다.얕게는 0.5m 미만,프리미어리그 전시즌 순위깊게는 1.5m였다.
지난 7월 19일 오후.지하철 2호선 대림역에서 신대방동 일대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골목의 그늘진 바닥과 담벼락 곳곳에는 이끼가 자라 있었다.반지하 주택의 창문에는 차수판이 설치돼 있었다.그중엔 창문이 지면과 30㎝ 이상 떨어져 차수판이 필요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참고: 지자체에서 설치한 차수판의 일반적 높이가 30㎝다.애초에 창문이 지면과 30㎝ 이상 떨어져 있다면 차수판을 설치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차수판이 없는 반지하 주택도 여전히 숱했다.어떤 반지하 주택은 현관이 지면 아래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데도 차수판이나 역지변(지면에서 볼록하게 튀어나와 물 유입을 막는 구조물)이 없었다.
물론 정부나 서울시가 반박할 여지는 있다.현관과 지상을 잇는 계단 사이의 틈이 너무 좁아서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어려운 반지하 주택은 소수였다.침수방지시설을 충분히 설치할 수 있는데도,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반지하 주택도 눈에 띄었다.
■ 현장의 기록➋ 정책 방향 = 서울시는 "집주인이 설치를 원하지 않는다"거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을 통해 반지하 주택을 사들여 최종적으로는 반지하 주택을 사라지게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틀린 말은 아니다.반지하 주택처럼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주택은 장기적으로 없애는 게 맞다.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아 차수판을 설치할 수 없는 반지하 주택이 있다면 그 또한 없애는 게 순리다.이 때문에 "침수방지시설을 100% 설치했다"는 발표보다 중요한 건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는 거다.SH의 행보는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SH는 반지하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형 주택정비사업에 '반지하 주택(공모)'을 포함하기로 했다.자율형주택정비사업은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도시정비사업보단 규모가 작다.단독주택은 18호 이하,프리미어리그 전시즌 순위다세대주택 등은 36호 이하로 묶어서 개발하는 게 가능하다.토지주가 1명이어도 가능하고 여러 명이어도 합의체를 만들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4층 이하의 단독주택들이 다수 둥지를 틀고 있는 신대방동은 자율형 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다.SH가 신대방동 골목의 주택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한다면 반지하 주택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있는 경우엔 자율형 주택정비사업을 신청할 수 없다는 점은 따져봐야 할 문제다.2022년 침수됐던 건축물 중엔 근린생활시설이 붙어 있는 곳이 적지 않아서다.SH 관계자는 "신대방동뿐만 아니라 침수 이력이 있고 주택 노후도가 높은 곳에서 자율형 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면서 "이 정책이 성공한다면 반지하 주택의 위험성도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에 이어 올해도 아직 하루 100㎜ 이상의 비가 연이틀 내린 적은 없다.2년 전보다 서울의 배수 대비도 더 잘돼 있다.하지만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로드맵은 제 길대로 가야 한다.정부와 서울시는 약속을 얼마만큼 지킬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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