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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해제.zip_탄핵심판 11차 시선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대통령의 탄핵심판 10차 변론이 열린 가운데 자리에 앉은 윤대통령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대통령의 탄핵심판 10차 변론이 열린 가운데 자리에 앉은 윤대통령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평행우주(平行宇宙)'는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우주 외에도 동시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개념입니다.마치 2025년 대한민국에서 '12·3 비상계엄'이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완전히 다른 세계가 충돌하고 있는 것처럼요.
 
45년 만에 비상계엄 선포,민주주의 퇴행에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간 이들이 사는 세계와 '자유민주적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대통령이 몸담은 세계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자신의 탄핵심판 최후 진술에 나선 대통령은 "발령부터 해제까지 역사상 가장 빨리 종결된 계엄"이라고 강조했습니다.그토록 '빨리' 끝났다는 계엄의 '후폭풍'은 지금까지도 광장을 쪼개고 상대 진영을 향한 분노를 키우고 있습니다.대통령 극렬 지지 세력은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대통령의 세계,두 개의 평행우주는 끝내 하나로 수렴할 수 있을까요.오늘의 '법정B컷'은 역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그 마지막 날로 가봅니다.
 
평행우주 장벽 높이는 尹대통령의 '말'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두고 흘러가는 평행 우주."서서히 끓는 솥 안의 개구리처럼 눈앞의 현실을 깨닫지 못한 채,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이 보였다"라며 대통령이 간주한 현실.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점철되고 중국이 '하이브리드전'까지 벌이는 와중 거대 야당은 폭거를 이어가는 그 세계 속에서 대통령은 '궤변'을 쏟아냈습니다.
 
국회 측의 파면 촉구 논리에는 귀를 닫고 싶었을까요.윤 대통령은 지난 달 25일 자신의 최후 진술 직전 오후 9시 3분에서야 헌재 대심판정에 들어섰습니다.구속 상태라는 걸 잊을 만큼 깔끔하게 머리를 빗어 넘긴 모습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025.02.25.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진술 中 (2024헌나8)
윤석열 대통령: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았으니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는데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았으면 더 이상 못 들어가게 막아야지 로또 5등 보너스 번호139);">끌어낸다는 것은 상식에 반합니다. 본관에 진입한 군인들은 본회의장이 어딘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무엇 하나 말이 되지 않습니다.단 한 사람도 끌려 나오거나 체포된 일이 없었으며,군인이 민간인에게 폭행당한 일은 있어도 민간인을 폭행하거나 위해를 가한 일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입니다.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이란 표현,낯설지 않았습니다.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왔을 때 윤 대통령이 이미 한 말입니다.수사기관에서는 대통령으로부터 '체포'와 '4명씩 들어가면 1명씩 데리고 나올 수 있지 않냐'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이 전 사령관이 자신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입을 닫았기 때문이었을까요.이날 대통령의 목소리는 당당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어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좀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비상계엄은 범죄가 아닌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던 윤 대통령은 68분간의 최후진술에서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똑같은 일을 벌인 것"이라며 해묵은 색깔론을 꺼냈습니다."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며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치부도 했습니다.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에 담겼던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논리는 오히려 강화됐습니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이 '헌법의 말'을 오염(汚染)시켰다'며 헌법을 파괴한 그가 '헌법 수호'를 외친다고 비판했습니다.
▶2025.02.25.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 측 종합 변론 中
국회 측 장순욱 변호사: 피청구인은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언동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말했습니다.헌법을 파괴하는 순간에도 '헌법 수호'를 말했습니다.이것은 아름다운 '헌법의 말','헌법의 풍경'을 오염시킨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카지노 연패 이벤트0,0);">'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 노랫말처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우리도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대통령의 진술을 듣고 있자면 4차 변론 당시 이미선 재판관의 질문이 떠오릅니다.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왔을 때입니다.김 전 장관이 야당의 폭거를 막고 부정 선거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자,이 재판관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참고로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은 '전시·사변 그리고 그에 준하는 비상사태'입니다.윤 대통령 측은 비상사태라는 요건을 충족했다지만,오히려 국민들은 그날 밤 계엄 선포 자체를 비상사태로 보지 않았을까요.

12월 3일 '그날'은 어땠나분명 12월 3일 그날의 진실은 있습니다.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단 사실을 뒷받침하는 군인들의 진술은 켜켜이 쌓이고 있습니다.계엄 해제 의결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계엄군이 국회 본청의 전력 차단기를 내리는 폐쇄회로(CC)TV 영상도 공개가 됐습니다.
 
심판정에서도 윤 대통령 측에 불리한 증인이 나왔습니다.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증언의 신빙성을 흔들려했고 윤 대통령도 발언권을 얻어 자신을 적극 변호했죠.
 
특히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증인석에 두 번이나 불러 '정치권 야합설'과 '인사 청탁 의혹' 등을 들며 공격했습니다.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란 전화를 받았고,이후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라고 지목된 10~12명 정도의 이름을 받아 적었다고 증언한 인물입니다.이른바 '체포조 메모'도 들고 왔습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증언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증언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

▶2025.02.20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 中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 메모를 정서했다는 이 보좌관이 현대고등학교를 졸업한 한동훈 전 대표의 친구는 아닌가요?
 
홍장원 전 차장: 제 보좌관의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제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윤 변호사: 이미 비상계엄이 해제됐고 명단을 이용해서 더 이상 사용할 데가 없는데.또 증인은 아까 '미친 짓이다'까지 했던 메모를 다시 정서(正書)한 이유가 뭡니까?위치 추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닐 테고 이미 비상계엄이 해제됐기 때문에 그렇다면 증인은 어떤 다른 목적,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어떤 증인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했던 것 아닙니까?

홍 전 차장: 그 메모지로 어떤 정치적 입지를 만들 수 있죠?

그러나 이 체포조 명단을 들은 건 홍 전 차장뿐만이 아닙니다.조지호 경찰청장도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명단을 들었고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 다 잡아.체포해"란 말을 들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습니다.
 
조 청장도 같은 날 증인으로 나왔습니다.그러자 윤 대통령 측 이동찬 변호사는 혈액암 치료 중인 조 청장에게 조사를 받을 때 '섬망 증세'는 없었는지 물었습니다.조 청장은 사고나 지각이 왜곡되는 섬망 증상에는 선을 그었고 되레 수사기관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
조지호 경찰청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

윤 대통령 측은 계엄 당시 "의원을 끌어내라"와 "공포탄 준비"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에게는 '의인이 되려 하느냐' 식으로 비꼬기도 했지만,증언을 퇴색시키지는 못했습니다.

▶2025.02.13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 中 윤갑근 변호사: 증인은 사령관에게 받은 지시가 불법이라 이행하지 않은 것처럼 의인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조성현 제1경비단장: 저는 의인도 아닙니다.저는 1경비단장으로서 제 부하들의 지휘관입니다.제가 아무리 거짓말해도 제 부하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그렇기에 저는 일체 거짓말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탄핵심판 결론은?…헌법재판소의 시간재판관들도 질문을 통해 두 평행 세계에 접점을 찾고 그날의 진실을 끌어올리려 했습니다.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실체는 이 사건의 위헌·위법성을 판가를 또 하나의 척도입니다.
 
김형두 재판관은 10차 기일 당시 명확한 답변을 피하던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끈질기게 물었습니다.김 재판관이 국무위원들의 증언을 하나씩 읊으며 "증인의 생각을 듣고 싶은 거예요.그래야 저희들이 사법적 판단을 하죠"라고까지 하자 결국 한 총리는 "어쨌든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다.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도 재판관 질문을 받았습니다.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이 처음 심판정에 출석했던 3차 변론에서 딱 두 가지를 물었습니다.

▶2025.01.21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 中
문형배 권한대행: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으십니까?
 
윤석열 대통령: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그리고 나중에 이런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단 것을 기사에서 봤습니다.그런데 기사 내용도 조금 부정확하고,그러면은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 장관밖에 없는데 국방 장관이 그때 구속이 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습니다.그런데 내용을 보면 좀 그 내용 자체가 모순되는 거 같기도 하고,어 근데 하여튼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또 자세하게 물어보시면 제가 아는 대로 답변드리겠습니다.
 
문형배 권한대행: 두 번째 질문,마지막 질문드리겠습니다.본인께서는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과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윤 대통령: 없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고장 난 레코드'처럼 비상계엄의 정당성만 강변해 온 대통령의 최후진술엔 탄핵심판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거나 계엄 선포를 반성한다는 식의 언어는 없었습니다.대뜸 복귀를 전제로 던진 개헌 카드는 현실성도 진정성도 의문이었습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았습니다.계엄으로 찢어진 대한민국 민주주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지,헌법적 가치로 사회를 통합할 수 있을지 헌재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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