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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로이터]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이곳에만 들어가면 3~4인 가족도 12개입 베이글과 벽돌만 한 크기의 모짜렐라 치즈를 카트가 넘치도록 담는다.유튜브에서는 “이것만 알아도 본전은 뽑을 수 있다”며 대용량 식품의 소분 방법이 공유된다.

한국에 진출한 지 31년 된 코스트코의 이야기다.

특정 카드사 고객이 아니면 입장조차 불가한 시스템에도 한국 코스트코는 매출 6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코스트코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4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기준 매출은 6조5301억원,영업이익은 2186억원이다.전년 대비 각각 7.6%,15.8% 신장했다.매장당 평균 매출은 3436억원으로 국내 대형마트의 4~5배 수준으로 알려졌다.코스트코의 전국 매장 수가 20개도 채 안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주목할 만한 성과다.코스트코 창업주인 짐 세네갈 전 회장은 “한국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며 감사를 표했을 정도다.

대형마트에 불닭볶음면이 진열돼 있다.[연합]



코스트코의 성과는 이례적이다.까르푸,월마트,테스코까지 세계 3대 대형마트가 모두 한국 시장의 진입장벽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한 상황에서 홀로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코스트코의 성공 요인으로‘박리다매 원칙’과‘회원제를 통한 충성고객’을 꼽는다.코스트코는 창업 때부터 제조사 제품 마진율이 최대 14%를 넘지 않도록 했다.평균 20~25% 마진율을 보이는 대형 할인점보다 5~10% 낮다.인테리어 같은 부가적 요소를 과감히 줄인 것이 유효했다.

코스트코 한국 지점만 내놓은 프로모션과 빠른 상품 회전은 다른 해외 기업과 다른 지점이다.한마디로‘한국화’전략이다.

미국 1위 마트업체이자 창고형 매장의‘원조’월마트는 1998년 한국에 진출해 전국 16개 매장을 운영했지만,세부 사항까지 외국 본사에서 결재받게 해 한국 적응에 실패했다.프랑스 대형마트 체인인 까르푸는 1996년 중동점을 시작으로 전국 32개 점포를 세웠다.하지만 일방적인 본사 매뉴얼을 적용해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회원제가 생소하던 시절,이를 도입해‘창고형 마트=코스트코’라는 인식을 만든 것도 특징이다.기업명‘코스트코 홀세일 클럽’에서 알 수 있듯 회원들 간 소속감을 형성하고 일종의‘구독 모델’을 만들었다.실제 코스트코는 구매 90일 이내라면 개봉된 가전제품이라도 반품할 수 있다‘회원’이기 때문이다.쿠팡이‘와우 회원’에 한해 무료 반품을 진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코스트코는 판매 제품의 수를 줄이는 대신 대용량으로 판매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유지했다”며 “멤버십 정책으로 고객의 로열티를 증대시킨 것 또한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이어 “소비자는 가격 자체보다 가격이 주는 가치를 중요시한다”며 “연회비를 인상하더라도 고객 이탈은 미미할 것”이라고 봤다.코스트코는 오는 5월 두 자릿수의 연회비 인상을 예고했다.

14일 오픈한 트레이더스 홀세일클럽 마곡점 전경 [이마트 제공]



신세계,승부벳 먹튀롯데 등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들이 최근‘한국판 코스트코’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PB(자체 브랜드) 사업이 유통업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제품 가격대를 맞추기 쉬워졌고,고물가 상황 속 외식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다.

이마트 전개하는 트레이더스가 대표적이다.2010년 1호점을 오픈한 이후 현재 2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4일 문을 연 트레이더스 마곡점은 첫날 일 매출 20억원을 달성하며 트레이더스 역대 일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다음날인 15일에도 24억원의 매출을 보이며 기록을 경신했다.출점 첫날 지하 주차장까지 길게 늘어선 고객들의 모습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큰 화제가 됐다.이마트에 따르면 트레이더스 개업 첫날 마곡점의 결제 객수는 1만3000명이다.가족 단위 고객이 다수인 점을 고려하면 약 2만5000명의 고객이 다녀갔다는 설명이다.트레이더스는 올해 하반기 인천 구월점을 신규 출점할 계획이다.

트레이더스의 영업전략은 코스트코와 유사하다.일반 이마트의 경우 8~10만여 개 제품을 판매하지만,트레이더스에서는 3000~4000여개 제품을 판매한다‘대용량’에 초점을 맞췄다.실제 인기 상품인 패밀리 초밥(2만9980원)은 42개로 성인 4명 식사량에 맞췄다.양념 소불고기(3만9980원)는 2.7㎏다.이마트와 에브리데이 통합 매입과 박스 단위 진열 등을 통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고 있다.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이라는 이름 또한 코스트코의‘충성 고객 모집’전략을 표방했다.다만 한국시장에 맞췄다.2023년 유료 회원제를 도입했지만,코스트코와 달리 회원이 아니더라도 구매할 수 있다.유료 회원에게만 혜택을 부여하는 식이다.매장 내 상품 배치 안내판이나 전단지를 배치하고,카드 전용 셀프계산대를 놓은 점도 코스트코와 다른 차별점이다.매장 옆에 있는 이마트 노브랜드,마사회 경마 중계안경점,트위터 사이트 차단약국 등 편의시설은 기존 대형마트의 특성을 반영했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이마트의 실적‘턴어라운드’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트레이더스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768억원,영업이익은 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2%,59% 상승했다.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한 창고형 매장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고,트레이더스처럼 도심 창고형 매장도 등장하는 추세”라며 “침체한 대형마트 업계 입장에서 실적 개선의 돌파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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