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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출 소재‘콘클라베’5일 개봉
스릴러 재미에 묵직한 메시지 담아
21세기의 성화(聖畵)를 그린다면 바로 이 영화가 제시하는 장면들이 아닐까.빛과 그림자가 강렬하게 대비되고 때로 섬뜩하며 때로 의심으로 가득 찬 표정의 인물들로 가득한 카라바조 성화의 21세기 버전을 보는 것도 같다.오는 5일 개봉하는‘콘클라베’다.
붉고 검은 수단을 길게 드리운 성직자들과 이들이 모인 바티칸 시스티나성당이 빚어내는 아름답고 기품 넘치는 화면이 전부가 아니다.노년의 남성들이 모여서 투표만 계속하는 영화가 이렇게까지 재밌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심장 쫄깃한 긴장감이 두시간 내내 한순간도 느슨해지지 않는다.2022년 넷플릭스 영화‘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연출한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의 신작이다.
교황이 갑작스럽게 서거하자 바티칸은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를 준비한다.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시 선거권을 가진 전세계의 추기경들이 전부 모여 비밀리에 교황을 선출하는 회의를 뜻한다.외부의 압력이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시스티나성당은 감청 방지를 위한 전자파 차단까지 할 정도로 철저하게 폐쇄된다.
콘클라베를 총괄 지휘하는 로렌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스)은 교황을 아버지처럼 생각해온 신심 깊은 사제다.그는 선거인단이 다 도착한 뒤 교황의 극비 임명을 받은‘인 펙토레’추기경이라고 주장하며 갑자기 등장한 인물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다.출산과 동성애 등에 대해 진보적 시각을 가진 사제들과 교리의 원칙적 해석에 집착하는 보수적 사제로 갈린 선거인단은 치열하게 물밑 접촉을 하며 선거운동을 해나간다.투표가 반복되면서 유력 후보로 올라갔던 사제들이 추문이 터지며 차례로 낙마하고 콘클라베는 점차 악몽의 정치판이 되어간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콘클라베의 은밀한 풍경을 스릴러 방식으로 그려낸다.매력적인 첩보영화‘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쓴 피터 스트론이 각색했다.비밀스러운 인물의 등장과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암투와 폭로전이 장르적 즐거움을 주면서 동시에 전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는 교황의 선출 과정에 대한 설득력도 갖는다.
영화 속 콘클라베가 보여주는 정치적 속성은 지금의 현실 세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도 준다.콘클라베를 시작하며 매뉴얼대로 쓴 글을 낭독하다 로렌스 추기경은 안경을 벗고 말한다.“하느님께서 교회에 주신 선물은 다양성입니다.무엇보다 두려운 죄는 확신이고 확신은 통합과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그리스도조차 마지막에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앙은 필요 없을 것입니다.의심하는 교황을 보내주십사 주님께 기도합시다.”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고 확증편향이 심화하며 증오를 쏟아내는 지금의 전세계를 향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러한 주제의식을 연장하는 강력한 한방의 반전까지 장착했다.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유력 주자‘브루탈리스트’나‘에밀리아 페레즈‘아노라’를 물리고 이 영화에 작품상을 준 이유일 터이다.
고뇌하는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며 야심 찬 사제들과 대비되는 로렌스 추기경 역의 레이프 파인스,범퍼카 토토 디시단 7분51초 출연으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아그네스 수녀 역의 이사벨라 로셀리니 등 배우들의 연기도 눈이 부시다.3일(한국시각)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n파워볼 더블유토토각색상,남우주연상,무료사이트 모음여우조연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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