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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BS‘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한송희 PD
정부 지원 중단 속 EBS 자체 예산 십시일반 해 시즌 5 제작 결정
“제작비 대폭 감축…스태프·출연진 협조 속 최소한의 생명선 유지”

▲2월21일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를 제작한 한송희 PD를 경기 고양시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났다.ⓒEBS. 
▲2월21일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를 제작한 한송희 PD를 경기 고양시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났다.ⓒEBS. 
2021년 8월 유발 하라리,마이클 샌델,폴 크루그먼 등 화려한 석학들을 섭외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던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이하 '위대한 수업')는 올해 2월 시즌 4까지 이어져 왔다.특히 시즌4 연초에 방송된 카스 무데 미국 조지아대 교수의 강의는 지난해 연말 내란과 탄핵 국면과 맞닿으면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극우와 포퓰리즘 연구의 권위자인 카스 무데는 '위대한 수업'에서 '혐오와 차별의 정치학'이라는 주제로 강의,극우 세력이 어떻게 주류가 되었는지를 촘촘히 짚었다.

시대의 석학들의 최신 관점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위대한 수업'은 기존에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운영돼왔다.그러나 해당 사업이 사라지면서 프로그램이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이에 EBS는 자체 예산을 투입해 '위대한 수업'을 계속 제작하기로 했다.미디어오늘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EBS 한송희 PD를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났다.

-기존 '위대한 수업'은 정부 지원으로 만들어졌는데 지원이 아예 끊겼다고.

"원래 '위대한 수업'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지원을 통해 운영했다.이미 시즌4부터 그 금액이 대폭 줄어 반 이상이 줄어든 상황이었다.시즌 1~3에 비해서 50% 정도의 예산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다.국가평생교육진흥원 공모를 통해 응모,'위대한 수업'이 당선되어 제작해왔는데 그 사업 자체가 아예 다 없어진 것이다.시즌5의 경우는 제작을 할 수 있는지 미지수였다.결국 EBS에서 결정을 내려 자체 예산으로 이어가기로 했다.EBS의 '세계테마기행'이나 '명의' 등 각 프로그램마다 제작비가 책정되어 있는데,제작비를 십시일반해서 겨우 생명줄을 이었다.그러나 기존 예산의 20% 수준으로 운영해야 하며,이를 위해 제작비 조율과 인력 감축은 불가피했다."

-제작비 감축이 상당한 수준인데,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모든 요소를 60% 수준으로 조정했다.인원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다.작년에는 제작진 22명이 92편을 제작했지만,라스베가스 슬롯질라올해는 제작진 9명으로 60편 정도를 제작할 예정이다.물론 이후 협찬이나 펀드를 확보하면 추가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스태프들의 헌신이다.제작진들이 보수가 적어지는 조건을 감수하면서 프로그램을 이어가는데 동참했다.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함께해주심에 감사하다."

▲EBS 한송희 PD. ⓒEBS. 
▲EBS 한송희 PD. ⓒEBS. 
-시즌 5에서는 기존과 다른 기획적 변화가 있는가.

"'위대한 수업'의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출연자 선정 기준은 △세계적인 석학 △세계적인 전문가 △글로벌 리더 △노벨상 등 유수한 상 수상자 △베스트셀러 작가 등을 기준으로 섭외한다.또한 섭외를 할 때 한국 사회에서 화두가 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해당 분야에 고민을 해오신 석학들도 함께 섭외하고 있다.다만 이번 시즌에는 대중적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셀럽이나 스포츠 스타를 출연진을 고려하려고 한다.기존 포맷이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강의 위주였다면,이번에는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일부 포함할 예정이다."

-시즌 4에서 특히 반응이 좋았던 강의가 있었나?

"카스 무데 교수의 '혐오와 차별의 정치학' 강의가 큰 주목을 받았다.자유민주주의와 포퓰리즘,극우 정치에 대한 내용으로,1월 초 방영이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 정치 상황과 맞물리면서 시의성이 높았다.강의는 4강으로 구성됐으며,민주주의의 발전사부터 포퓰리즘과 극우 정치가 자유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향후 전망까지 체계적으로 다뤘다.사실 자유민주주의,포퓰리즘,극우 등 평소에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강의를 들으니 그 개념이 확실히 정리되고 석학들의 깊이와 넓이는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했다.이 강의는 정치·사회적 관심이 높은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국회 쪽에서도 강의를 다시 보고 싶다는 피드백이 오기도 했었다."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 1월8일 방송분.카스 무데 조지아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강의 영상 갈무리. ⓒEBS.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 1월8일 방송분.카스 무데 조지아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강의 영상 갈무리. ⓒEBS. 
-시즌1부터 관심을 받았던 부분인데,출연진 섭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우선 기존 출연진의 추천을 받거나,학계 및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섭외 리스트를 만든다.해외 석학들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 신뢰를 쌓기 어려운 경우도 많지만,'위대한 수업'에 출연했던 석학들의 추천을 받으면 섭외 성공률이 높아진다.현재까지 140~150명의 출연자가 함께했으며,평균적으로 50~60%의 섭외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사실 EBS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알지만 영미권이나 유럽에서는 잘 모르는 분들도 많다.그럴 때면 저희의 출연진 리스트를 보여주면서 '이런 분들도 출연해 강의를 하셨다'고 하면서 신뢰를 쌓으려고 한다.대부분 많은 교수님들이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하시기에,OK를 하시는 것 같다."

-요즘은 셀럽이라고 하더라도 유튜브 등을 통해 강의를 듣거나 그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이런 시대에 '위대한 수업'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튜브를 포함한 일반적인 강의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위대한 수업'에 출연하는 석학들은 계약 조건이 까다로워 쉽게 접할 수 없는 인물들도 있다.또한 석학들이 강의 주제를 4강으로 구성해 전달해주시는데,석학들의 지금까지 생각을 '재창조'하는 작업이다.사실 석학들의 책이나 기존 강의를 봐도 된다고 하지만 방대한 연구 내용들을,20분짜리 4강으로 요약해주시고 최신의 생각들도 더해진다.시간이 흐르면서 석학들도 자신의 이전 연구에 대해 생각이 더해지는 등 사고가 흘러가는데,동시대에 석학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기에 굉장히 독창적인 콘텐츠가 될 수밖에 없다.현장에 가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있으면 자신의 제자에게,혹은 지인에게 1:1로 가르침을 주고 있는 느낌이 든다.그 혜택이 시청자들에게 갔으면 하는 것이 저희의 연출 의도다."

▲EBS 한송희 PD. ⓒEBS. 
▲EBS 한송희 PD. ⓒEBS. 
-시즌5는 어떻게 생명줄을 이었다고 하지만,정부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을 위해 고려하는 방안이 있는가.

"정부 지원이 사라진 만큼,매칭 펀드 개념의 협찬 모델과 해외 네트워크 협력 방안까지 모색하려 한다.특히 해외 플랫폼과 공동 투자,핀플넷 토토공동 IP 소유 등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다만 성공 가능성을 담보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체 예산을 활용해 콘텐츠를 지속해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개인적으로는 공익 콘텐츠는 공익 자금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현재 EBS는 구독 모델과 협찬을 병행하며 재원을 마련하고 있지만,토토 회전율 뜻장기적으로는 보다 안정적인 지원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석학들이 강의가 한국 일부에서 논란이 될 수 있을 때 조율하는 등 매뉴얼이 있을까.'위대한 수업' 시즌1 주디스 버틀러의 사례처럼 서양 학자들의 주장이 한국 사회에서 급진적으로 분류되면서 일부 시청자의 지적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제작진들은 출연 석학들의 강의를,그들의 의도한 그대로 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1강에 20분 강의인데 실제로 20여분 정도만 찍는다.거의 온전하게 나가는 것이다.왜냐하면 출연자의 독특한 지적 판단력이 그대로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그것이 우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석학은 누구였는가.

"시즌3의 켄 로치 영화감독(영화 '나,다니엘 블레이크' 감독)이다.사실 이전 시즌에서도 계속 섭외를 했지만 거절당했다.시즌3에서 겨우 섭외가 되었다.원래는 큰 영화관 하나를 섭외해서 멋지게 조명도 치고 촬영하려고 했다.그런데 절대 그런 곳에서는 강의를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자신은 평범한 강의실 하나를 섭외해달라,그리고 현장에 한 30명 정도 자신의 영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을 모집해 달라고 하셨다.원래 제작진과 석학 이렇게 1:1 느낌으로 강의를 촬영하는데 갑자기 이런 요청을 들어서 처음에는 '현지에서 30명 섭외가 가능할까' 싶었다.시간도 굉장히 촉박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틀 만에 거의 70명이 다 모여서 30명만 추려야 하는 일이 생겼다.그 중에는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두고 이야기를 하다가 결혼을 했다는 커플도 참석했다.개인적으로 저는 퇴직을 앞두고 있어 열정이 사그라지는 상황이었는데 80대 후반의 켄 로치 감독의 열정과 겸손을 현장에서 보고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다.강의도 굉장히 좋았지만 스태프들과 굉장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시고 정정한 모습을 보면서 저 분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강의 영상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 시즌3의 켄 로치 감독의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강의 편.다른 강의와는 달리 실제 강의실과 같은 환경에서 3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강의를 진행했다. ⓒEBS.
▲EBS '위대한 수업,베트맨 토토 사이트그레이트 마인즈' 시즌3의 켄 로치 감독의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강의 편.다른 강의와는 달리 실제 강의실과 같은 환경에서 3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강의를 진행했다. ⓒEBS. 
-앞으로 '위대한 수업'이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프로그램이 10년,20년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교육 콘텐츠는 단순한 상업 콘텐츠와 달리,공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다시 강조하지만 공익 콘텐츠는 공익 자금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현재 자체 예산으로 시즌 5를 진행하지만,장기적으로는 정부 지원이나 안정적인 협찬 모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제작 환경을 만들고 싶다.사실 이런 일의 바탕은 시청자들의 사랑이다.EBS '지식 채널e'가 굉장히 오래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시청자분들의 각별한 사랑 덕분이었다.'위대한 수업'이 제2의 '지식채널e'가 될 수 있도록 오래 지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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