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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의 못마침표] 국민 공분에 예산 투입됐지만… 해결 돼야 할 부분들

▲ 사진=남형도 기자 제공
▲ 사진=남형도 기자 제공
소방관이 입는 옷과 장비를 똑같이 입어 봤었다.방화복,헬멧,두건,산소통,신발까지.다 합쳐서 무게가 25kg에 육박한다고 했다.걸을 때마다 발이 땅에 들러붙는 기분이었다.소방호스가 들어간 큰 배낭까지 메니 35kg.이걸 메고 고층 건물도 계단으로 오른다고 했다.화재 시엔 엘리베이터를 쓰지 못해서다.

그리 메고 계단을 실제 올랐을 때,욕이 절로 나올 정도로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다.당시 계절은 여름이어서 속옷까지 푹 젖을 정도로 땀이 났다.그걸 지켜본 소방관이 웃으며 이리 말했었다."힘들지요.43층 고층 건물에 산소통 2개를 메고 올라간 적도 있었습니다." 왜 산소통을 2개씩 메었느냐는 물음에 소방관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했습니다."

그날 방이동 주택에서 불이 났었고,실제 화재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체험하겠다며 불난 집 앞까진 갔었으나 무섭게 일렁이는 불을 본 뒤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두려울 만큼 압도적인 모습이었다."들어오시면 안 된다"는 당부를 순순히 지킬 수밖에 없었다.그 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유독 가스가 미친 듯이 나오고 앞이 컴컴하고.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벽을 짚고 더듬어서 들어간다고 했다.버티는 시간은 통상 30분 정도.공기가 부족하면 '삐' 하고 긴 경고음이 나온다고 했다.재빨리 현장을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단다.진정 매번 목숨을 거는 거였다.

지난 주말에 믿기 힘든 뉴스를 본 뒤,그때 생각이 났다.

지난달 11일 새벽,광주 북구 신안동 4층짜리 빌라에서 불이 났다.불을 끄면서 사람을 살리겠다고 층마다 돌아다녔다.하필 불이 시작된 2층 집의 문은 열려 있어서,건물 내부가 새까만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가뜩이나 컴컴한 새벽에 연기로 깜깜한 계단.유독 가스 안에서 숨 쉴 시간은 30분 남짓.

소방관들은,세대 문을 두드리며 안에 있던 주민 5명을 바깥으로 대피시켰다.연기를 피해 옥상으로 간 2명까지 구했다.그걸로도 충분할 터인데,새벽이니 잠들어 있거나 연기를 마셔 쓰러진 이들이 있을 거란 생각까지 했다.2~4층 6세대의 현관문을 두드렸다.문이 굳게 닫혀 응답이 없었다.

상상이 가는가.이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안에 사람이 있다면 살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을 거였다.강제로 문을 열었다.잠금장치와 현관문을 부숴가며.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이를 살리겠다고.그렇게까지 했다.

돌아온 대가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도어락과 현관문이 망가진 6세대의 집주인들은,토토 급여소방관들에게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한 세대당 130만 원,총 800여 만 원이라고.빌라 집주인이 숨져 보험 배상이 어려워져,배상 책임을 소방서가 떠안게 됐단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며칠간 공분이 일었다."죽게 내버려 두지 그랬느냐",무료 온라인 포토샵"물에 빠진 사람 구하니 보따리 내놓으란 격이다"라고.결국 광주시 소방본부에 편성돼 있던 예산 1000만 원을 써서 보상키로 하며 결론이 났다.뒷맛이 씁쓸했다.그걸로 이제 다 해결된 걸까.

▲ 1월5일 오전 3시13분께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공구상가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본 칼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연합뉴스
▲ 1월5일 오전 3시13분께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공구상가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본 칼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연합뉴스
해결되지 않은 물음이 꼬릴 물었다.

화재 현장에서 사람 살리려 문을 부쉈는데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게 맞나.집주인이 숨졌다고 보험 처리가 안 되는 건 맞나.설령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더라도,소방서에서 그걸 배상할만한 예산이 충분치 않은 건 또 괜찮나.다음에 비슷한 사례가 생기면,포커 이광수이 사안은 어떤 나비효과로 돌아올지.

가장 염려되는 건,인명을 살리려 컴컴한 유독 가스 속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문을 땄을 소방관들의 마음이다.수리비 800만 원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charm 카지노얼굴이 검게 변했을 소방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다음에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마음 편히 현관문을 딸 수 있을까.그 안에 정말 사람이 있고 그로 인해 숨진다면 피해는 결국 누구 몫인가.

친한 소방관 형님께서 했던 얘기가 기억나 끝으로 적어둔다.

"소방관 보고 맨날 영웅이라고 하는데,난 그 말 싫어해.영웅은 힘든 상황에서도 혼자 다 감수하는 역할이잖아.그런 말 안 들어도 좋으니,사람 편히 살릴 수 있게 환경이나 잘 만들어줬으면 싶어.영웅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야.숨진 동료들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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