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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중계스크린 앞 수많은 인파 응원…탈레반도 대표팀에 축하 메시지

 25일 잘랄라바드 교차로의 대형스크린 앞에서 크리켓월드컵을 관전하는 아프간주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25일 잘랄라바드 교차로의 대형스크린 앞에서 크리켓월드컵을 관전하는 아프간주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이슬람 무장 정파 탈레반 치하에서 경제난과 자연재해로 신음 중인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모처럼 날아든 희소식으로 열광했다.

25일(이하 아프간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크리켓 국가대표팀은 이날 서인도제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에서 열린 크리켓 T20 월드컵 8강 경기에서 115/5점을 얻어 방글라데시(105점)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아프간이 크리켓 T20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심각한 경제난 때문에 당국으로부터 변변한 지원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간 대표팀은 4강 진출 과정에서 호주,2018 월드컵 그리즈만뉴질랜드 등 강팀을 잇달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연승 가도 끝에 아프간 대표팀이 4강 진출 티켓을 놓고 방글라데시와 맞붙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해당 경기는 아프간 시간 기준으로 이른 아침인 오전 5시부터 시작했지만,카불,잘랄라바드,2018 월드컵 그리즈만호스트 등 주요 도시 교차로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경기 영상을 지켜봤다.

아프간이 극적으로 방글라데시마저 제압하자 전국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카불 주민 샤 모함마드는 "지금 내 행복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할 정도"라며 "이번 경기는 모든 아프간 국민을 위한 거대한 승리"라고 기뻐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도 엑스(X·옛 트위터)에 대표팀과 국민에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계속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해외에 거주 중인 아프간 국민도 소셜미디어에 경기 영상을 올리며 기쁨을 나눴다.

탈레반 당국도 아프간 대표팀에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당국은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장관 직무대행이 대표팀 주장인 라시드 칸에게 직접 화상 전화를 걸어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스포츠 대부분을 금지했지만 2021년 재집권 이후에는 여성 스포츠를 제외한 운동 경기 대부분을 허용했다.

탈레반은 특히 크리켓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크리켓의 경우 과거 통치기 초반에는 금지됐지만,크리켓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지자 2000년부터는 예외적으로 허용되기도 했다.

2021년 T20 월드컵 때는 아프간이 스코틀랜드를 격파하자 수석대변인 등 탈레반 고위 인사들이 앞다퉈 축하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다만 탈레반은 여성 교육,2018 월드컵 그리즈만언론 자유 등 다른 인권 분야에서는 여전히 강압적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경제는 더욱 곤경에 처했고 강진과 홍수 등 대형 자연재해가 이어지면서 국민 어려움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편,아프간 대표팀은 27일 오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투게 된다.다른 4강 진출팀은 잉글랜드와 인도다.

16세기 영국에서 탄생한 크리켓은 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등에서 매우 인기 높은 스포츠다.

크리켓 월드컵은 ODI(경기당 하루 일정으로 진행되는 국제경기) 형식으로 치러지는 일반 월드컵과 이보다 투구 수를 더 줄여 경기당 3시간가량 진행되는 T20 월드컵으로 나눠 열린다.

25일 아프간 호스트에서 자국의 크리켓월드컵 4강 진출을 기뻐하는 주민.[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25일 아프간 호스트에서 자국의 크리켓월드컵 4강 진출을 기뻐하는 주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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